오징어무국·조림

돌아보면 오징어만 한 '만능' 식재료가 또 있을까 싶다. 날것(회) 그대로 먹어도 맛있고, 구이·볶음·찌개·국·조림 다 가능하고, 이런저런 요리에 부재료로 써도 손색이 없고.  

단독으로도 훌륭하지만 된장찌개나 순두부찌개, 미역국, 어묵탕 같은 데 오징어를 적당히 썰어 넣어보시라. 맛이 급상승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과 어획량 감소 등 동해지역 어민의 고통이 크다는 소식이 들려 안타깝지만, 어쨌든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게 또한 오징어다.

이번 호에 소개할 요리는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인 오징어무국과 조림이다. 맛의 포인트는 좀 다르지만 기본적인 구성과 육수, 조리법 등 큰 틀에서 같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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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우 기자

육수는 멸치다시마육수를 추천한다. 조림의 경우 가쓰오부시도 많이 쓰지만 멸치면 충분하다. 그간 연재 과정에서 육수 내는 법은 수차례 설명했으니 생략할까 한다. 질 좋은 육수 재료를 아낌없이, 넉넉히 쓰라는 것 하나만 다시 강조해둔다. 

국의 경우 오징어 중간 크기 두 마리일 때 육수는 대략 2ℓ 정도가 필요하다. 육수만 잘 우려내면 오징어가 좀 모자라거나 많거나 상관없으니 양 문제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 자꾸 하다 보면 '적정량' 감이 딱 오기도 할 것이다.  

무는 1/8 토막 정도? 나박썰기, 어슷썰기 어떤 것도 상관없지만 필자는 왠지 입체감이 느껴지고 잘 부서지지도 않는 어슷썰기를 선호한다.

조림은 짭조름하면서도 자작한 국물이 포인트니 두 마리당 대략 3컵(600㎖)이면 된다. 무는 1/4 토막 정도. 

조림에서 무는 주연 못지않은 존재이니 굵게 토막 썰도록 한다. 멸치육수+오징어+간장으로 조려진 부드러운 무 맛이 쉴 새 없이 밥숟갈을 부른다.

참, 오징어 손질을 빠뜨렸는데 생물이면 상관없지만 냉동일 때는 청주나 소주 등에 잠깐 담가두었다가 쓰도록 한다. 잡내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써는 모양은 취향대로 하면 될 거 같다. 평범하게 가로로 하든, 동그랗게 링 모양을 살리든, 오돌토돌 칼집을 내든 오징어 상태만 괜찮으면 무엇이든 오케이다.

여기까지면 요리는 거의 끝난 것과 다름없다. 국은 육수가 식은 상태서부터 무를 넣고 끓이다 무가 적당히 익었을 때 오징어를 투하하면 완료다. 오징어는 짧고 굵게 익혀야 질기지 않다. 간은 소금과 국간장으로 맞춘다.

조림은 육수 3컵일 때 간장 1/3컵, 청주 1/4컵, 설탕 적당량(너무 달지 않게 했으면 한다)을 더하고 토막 썬 무를 넣은 뒤 중간 불에서 충분히 끓인다. 무 덩어리가 크므로 10분 이상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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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우 기자

그런 다음 오징어를 넣고 약간만 더 조리면 완성이다. 취향에 따라 막판에 꽈리고추나 풋고추 같은 걸 넣어 함께 조려도 좋다. 

국과 조림 모두 만든 뒤 바로 먹기보다는 그대로 좀 두었다가 먹는 게 더 맛있다. 그래야 오징어와 무에 간이 잘 배어들기 때문이다. 

먹기 직전엔 파를 송송 썰어 넣어 향도 약간 더하자. 누군가에게 오징어국은 식사+술안주+해장 다 되는 음식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몸으로'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오징어국은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하게 만들어 먹기도 한다. 개인적으론 빨간 오징어무국을 해먹은 지 5년도 넘은 거 같다.

가지나물

가지는 묘한 매력의 여름 채소다. 맛은 고구마와 감자 중간 어디쯤인 듯한데 무엇보다 촉감이 남다르다. 익혔을 때 이런 부드러움을 선사하는 채소가 또 있을까.

가지는 의외로 별 인기가 없는 채소이기도 하다. 서양인보다는 많이 먹는 게 확실하지만 일본인에 비해선 1/20밖에 소비 안 한다고 한다. 조리 방법도 찜·구이·튀김 등 무한 응용한 게 가지지만 우리가 먹는 방식은 나물이나 무침 정도가 전부다. 

필자 역시 다양한 가지 요리를 해보진 못했다. 마파두부에 가지를 넣어 봤더니 썩 괜찮긴 했으나 주로 해먹는 건 나물이다. 쉽고, 간편한 데다 가지 자체의 맛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것 같아 계속 게으름을 정당화하고 있다.

어쨌거나 본론. 가지나물은 잘 찌고, 물기를 잘 잡으면 끝인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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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우 기자

가지를 네 등분으로 잘라 찜기에서 찐다. 덜 익히면 풋내가 많이 나니, 젓가락이 쑤욱 들어갈 정도로 충분히 쪄야 한다.

그다음 공정이 특히 중요하다. 물기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게 또 어렵다. 시금치나 숙주나물 만들듯 너무 있는 힘껏 꽉 짜면 가지가 뭉개지거나 부서져서 식감이 안 좋다. 

가운데 노란 부분이 넉넉히 남아 있으면서, 물기가 흥건하지 않도록 갓난아이 만지듯 살살 다루어야 한다. 물기 많은 가지나물(또는 무침)은 질척질척 그 자체로 꽝이다. 

마지막 순서인 양념은 취향대로이나 너무 과하지 않기를 권한다. 고춧가루와 간장, 깨소금, 다진 마늘, 고추 등을 다량 퍼부으면 가지 자체의 맛은 다 달아난다. 물기도 더 많이 생긴다. 국간장과 참기름, 다진 마늘 약간씩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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