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조미료 없는 자연 건강식 황태 밥상
 

라이브 공연도, 그림도 함께 있는 밥집. 창원시 진해구 '라이브 있는 갤러리 밥 카페 지금'이다. 식당 벽면 곳곳에 작품이 걸려있다. 진해에서 활동하는 박배덕 작가의 그림이다. 고개를 들어서 천장을 봤다가 깜짝 놀랐다. 천장을 박 작가가 글자를 새겨 만든 작품을 볼 수 있다. 한쪽 구석에는 기타 연주 공간이 눈에 띈다. 식당 입구에서 메뉴를 보지 않고 식당 겉모습만 봤을 때는 무슨 가게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지난 5월 8일 이곳을 찾았다.

폐자재로 직접 만든 친환경 식당

인테리어가 범상치 않다. 벽으로 돼 있던 공간을 주인 부부가 직접 텄다. 투박한 원 모양으로 깨서 열린 방으로 꾸몄다. 식당 의자도 식탁도 여느 가게와 달라 보였다. 장원(54) 대표는 "모두 폐자재를 이용해 직접 만들었다. 식탁, 의자, 문짝 등도 재활용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머레이 북친의 생태학과 관련한 책을 읽고 환경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 2002년에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해 올해로 13년째에 접어드는 가게는 지난해 추석 이후 리모델링을 했다. 아들이 대학에 가면서 밥만 팔던 공간에 동동주를 팔기로 했고, 공연을 할 수 있게 꾸미면서 천장을 높였다. 축하할 일이 생기면 밤에는 라이브 공연을 하게 됐다. 진해중학교 합주부 출신인 장 대표는 이곳에서 바이올린, 클래식 기타를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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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부부가 직접 꾸민 가게 내부.

건강한 황태 요리

음식은 요리연구가 금채 선생님 담당이다. 부인 강복득(57) 씨다. 강 씨는 아는 분이 '금채'라는 아호를 지어줬다고 했다. 메뉴판에는 '요리연구가 금채의 참 음식 한 상'이라는 제목으로 메뉴를 열거해 적었다. 황태 요리가 주메뉴다. 황태버섯전골, 황태버섯 매운탕, 황태매실양념구이, 황태돼지두루치기 등이다. 강 씨는 "어렸을 적에 아프면 어머니가 황태를 끓여주셨다. 감기 걸렸을 때 약 먹고 나서 항상 황태국을 주셨다. 소화가 안 될 때도 그랬다. 그래서 황태를 이용한 요리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육수에 황태가 들어가면 맛을 깊게 하는 것도 황태 요리를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대관령 횡계에서 구한 황태가 음식의 기본이 됐다. 최상품인 황태만 사용한다며, 좋은 재료가 좋은 맛을 낸다고 강조했다.

인공 조미료 들어 있지 않아

이곳은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단맛을 낼 때는 직접 담근 매실 원액, 엿기름으로 만든 조청, 계절에 따라 복숭아를 조려서 사용하는 방법 등을 쓴다. 조청은 멀리서 아는 분이 녹말이 들어가지 않고 옛날 방식으로 만든 것을 구해서 쓴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인공조미료에 길든 사람이 먹기에는 '조금 밍밍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건강한 밥상을 좋아하는 이들은 꾸준히 이곳을 찾고 있다고. 인공조미료가 든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던 암 환자들도 속이 편한 음식을 먹고자 가족들이 이곳까지 와서 포장해간다고 했다. 황태전문점을 오래 하다 보니 마니아층도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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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황태에 매콤달콤한 양념을 바른 황태매실양념구이. /우귀화 기자

은은한 맛

황태매실양념구이, 황태버섯전골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 반찬들이 차려졌다. 방풍나물, 취나물 등 5가지 봄나물에 매실 진액을 넣어 새콤달콤한 맛을 낸 반찬이 인상적이었다. 강 씨의 언니, 오빠 집에서 기른 채소가 주요 반찬으로 나온다. 

황태매실양념구이는 두툼한 황태에 붉은 양념이 발려서 나왔다. 닭강정 양념처럼 달콤하고, 매콤한 맛이 났다.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메뉴였다. 양념이 발리지 않은 뒤쪽에는 칼집을 내서 구울 때 오그라들지 않게 했다.

황태버섯전골은 전골냄비에 황태, 무, 파, 콩나물 등이 육수에 담겨 나왔다. 육수가 끓으면 따로 나온 새송이, 팽이, 느타리버섯과 참나물, 미나리, 쑥갓 등을 차례로 넣었다. 들어가는 채소는 계절에 따라 바뀐다. 겨울에는 배추가 들어간다.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났다. 육수의 힘이다. 육수에 황태, 다시마, 멸치 3종, 버섯 등의 천연 재료만 넣었다고 했다.

전골에 오곡수제비를 추가했다. 오곡수제비는 밀가루에 흑미, 귀리, 마른 쑥, 메밀, 녹차가루 등을 갈아서 만든다. 곡류는 최소 5가지에서 많게는 8가지가량 들어간다. 수제비는 쫄깃쫄깃하고 은은했다.

강 씨는 "스무 살부터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요리를 배웠다. 요리를 하는 게 즐거웠다. 남편이 요리 실력을 살려서 음식점을 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요즘은 닭, 주꾸미로 만드는 저녁 요리를 연구하고 있다. 여름에는 쟁반 국수를 만들 생각이다. 계속 건강하고 맛있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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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한 편에 마련된 라이브 공연 공간.

강 씨와 장 대표는 계속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 새로운 가게 운영을 고민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조그마한 화장실 하나에도 소품을 가져다 놓고, 공을 들인 모습이 역력했다.

장 대표는 "사실 황태 요리가 마니아 층은 두텁지만, 저변이 넓지는 않다. 화학조미료에 길든 분들은 우리 음식이 뭔가 빠진 것 같다고도 한다. 때로는 그런 분을 위해 따로 양념장을 만들어둬야 하나 고민도 한다. 좋은 음식을 꾸준히 만들어 가면 찾는 분들도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메뉴와 위치>

◇메뉴 △황태버섯전골 7000원 △오곡수제비 사리 1500원 △황태버섯매운탕 8000원 △황태매실양념구이 1만 5000원 △황태국 6000원.

◇위치: 창원시 진해구 백구로 81.

◇전화: 055-547-8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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