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과는 힘들어


딸이 뭐 그렇게 잘못하는 일도 없지만

잘못하더라도 사과를 잘 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야.

엄마 닮아서 그러는 것 같아.

 

TV를 보면서 뒹굴던 딸이 엄마와 약속한 숙제를 안 했다더라고.

그래놓고도 사과하지 않고 끝까지 모른 척 했다더군.

사과하지 않기로 따지면 딸에게 조금도 뒤질 게 없는 엄마는

그래도 뭔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무서운 기운을 풍겼고.

살벌한 기운을 못 이긴 딸은 마지못해 다가가서 이렇게 묻더라고.

 

"엄마는 좋아하는 사람을 섭섭하게 했을 때 어떻게 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화해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사람이면 그냥 안 보고 살 거야."

"나도 그래."

 

뭐 나름대로 사과하는 방식이지. 엄마는 물론 잠시 충격에 빠졌고. 하여튼, 그 자존심 때문에 사과 한 번 듣기가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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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수는 힘들어

 

다른 건 곧잘 해서 칭찬도 듣는 딸이 산수가 좀 안 되나 봐.

산수 문제를 풀다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그만하면 안 되냐고 묻더군.

나야 뭐 그만하라고 싶지만 바로 옆에 엄마 분위기도 만만찮더라고.

 

"예지가 자동차를 만들어. 차 몸통도 예쁘게 만들고, 유리도 잘 달았어. 핸들도 튼튼하고 색깔도 예쁘게 칠했네. 그런데 바퀴를 동그랗게 만드는 게 힘든 거야. 바퀴는 그냥 만들지 말까?"

"그러면 차가 안 가잖아."

"산수도 바퀴 같은 거야. 만들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만들지 않으면 예지가 잘하는 다른 것도 아깝게 만드는 그런 거. 이해돼?"

 

용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남은 문제를 풀더군.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 표정도 밝았어.

역시 아빠 설득력이 굉장했던 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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