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경남의 섬]섬이 만든 특산물

통영 욕지도는 우리나라 3500여 섬 가운데 48번째로 크다. 하지만 벼농사할 만한 땅은 변변치 않다. 대신 고구마·고등어·감귤을 내놓는다.

욕지도 관광 명소인 '욕지할매 바리스타 커피점'에서 물어보니 "그래도 주 소득원은 고구마"라고 했다. 섬을 둘러보니 과연 그랬다. 비탈진 곳 할 것 없이 온통 고구마밭이다.

조선시대 강제 이주로 무인도였던 이곳에 사람이 다시 들어온 것은 1888년이라고 한다. 쌀농사 하기 어려운 이 땅에서 찾은 것이 고구마였다고 한다. 토질, 물 빠짐, 해풍 등 자연환경이 고구마와 맞았기 때문이다.

욕지도는 일제강점기에 고등어 집산지기도 했다. 특히 집집이 고등어를 저장하는 '독'이 있었다고 한다. 무분별한 어획과 바다환경 변화로 지금은 그 시절을 따라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양식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욕지도에는 감귤 재배단지가 형성돼 있다. 농학자인 우장춘(1898~1959) 박사가 욕지도에 왔다가 '감귤 재배 최적지'라고 한 후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했다고 한다.

제주도와만 어울릴 것 같은 감귤은 거제 지심도와도 인연이 있다. 이곳에 시집와 60년 넘게 살고 있는 박계아(80) 할머니 말이다.

"농대 나온 외삼촌이 지심도 왔다가 '밀감나무를 심어 봐라'면서 일본 책 하나를 줬어. 그대로 따라 하니 아주 잘되더라고. 그걸로 아이들 공부 다 시켰지. 밀감밭에는 온종일 햇빛이 들어와서 겨울에도 아주 따듯했어."

현재 거제 지심도에는 15가구가 있는데, 대부분 민박·음식점으로 먹고산다고 한다.

통영 추도는 물메기, 특히 건메기(건조) 고장이다. 여기 사람들은 10월부터 3월까지 작업한 물메기로 1년을 먹고산다. 일 마친 아낙들이 물메기 가득한 대야를 안고 집으로 가는 풍경을 여전히 볼 수 있다.

통영 추도 주민이 물메기 말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몇 년 전 방송 이후 유명세를 치렀지만, 팔순 노인들은 어릴 적부터 물메기를 접했다고 한다. 건메기 작업 때는 여러 번 헹궈야 하기에 많은 물이 필요하다. 추도는 다른 섬과 달리 물 걱정이 없다. '물섬'이라고 할 정도다. 땅 아래가 미륵도와 연결된 화산섬이다. 높은 압력 때문에 물이 풍부하게 흘러나온다. '추도 물메기'는 물이 만들어 내는 셈이다. 또한 건메기는 피 뽑는 작업이 중요하다. 여기 사람들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그 기술을 축적해 놓고 있다.

통영 추도. 물메기 작업을 마친 할머니가 물메기를 싣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통영 매물도는 1920년대 제주도 해녀들이 정착한 이후 싱싱한 해산물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해녀들이 직접 딴 '매물도 자연산 돌미역'은 전국에 이름나 있다. 매해 장마 전까지 미역 말리는 풍경이 섬을 가득 채운다.

통영 한산면 비진도권인 죽도는 한려수도 내 '가장 부자 섬'이라고 불린다. 이곳에는 삼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영 학림도는 '조개섬'이라 불린다. '바지락 며칠 캐서 수천만 원 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남해 창선도는 그 옛날 유자를 처음 시작해 '남해 유자'가 입에 달라붙게 했다.

거제 칠천도는 대나무 종류이면서 식용으로 이용되는 맹종죽이 많이 자란다.

이러한 특산물 아니더라도 섬은 육지와 비교해 먹고사는 걱정은 덜하다고 한다. 통영 욕지도 한 주민은 "조금만 부지런하면 배는 안 곯지. 산에 가면 나물 있고, 바다 가면 톳·가시리 등 해산물이 널려 있으니까"라고 했다.

통영 욕지도 고구마밭.
통영 욕지도 양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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