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경남의 섬]통영 비진도, 두 개 섬 모래톱으로 연결 '이색적'

"비진도로 가는 배는 있습니다." 매표소 직원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애초 하려던 '소매물도 여행 계획'은 통영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부서졌다. 9호 태풍 '찬홈'이 뱃길을 막은 것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비진도행 배를 탔다. 시커먼 남자 둘이 연인·가족 여행객 틈바구니에 섞여 파도를 가른 지 50여 분. 배는 비진도 내항마을을 거쳐 외항마을에 도착했다.

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두 개의 섬(내섬·외섬)이 모래톱으로 연결된 이곳은 그 이름처럼 '보배에 견줄 만한' 풍광을 자랑하는 섬이다. 모래톱을 중심으로 좌우에 펼쳐진 모래·몽돌해수욕장은 여름철엔 인파로 북적인다. 550m에 이르는 천연 백사장과 얕은 수심은 조용한 어촌 마을에 현대식 펜션이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 여행객이 곧장 해수욕장으로 향했지만 우리는 비진도 산호길로 향했다. 5㎞ 정도 되는 산호길은 한려해상국립공원 바다 백릿길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높이 320m 선유봉까지 가는 길이다. 이정표는 비교적 완만한 둘레길(3.2㎞)과 가파른 산길(1.7㎞)을 제시했다. 둘레길을 택했지만, 그것도 만만치가 않았다.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50번쯤 할 때 즈음 선유봉 정상에 도착했다. 탁 트인 바다, 망망대해다. 사진으로만 보던 눈부신 섬 전경이 눈앞에 그대로 펼쳐졌다.

선유봉 정상에서 바라본 비진도. 두 개의 섬이 모래톱으로 연결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창언 기자

땀으로 범벅된 몸을 식힐 겸 해수욕장 뒤편 동네 골목을 돌아다녔다. 외섬 인구는 70여 명인데 대부분 60, 70대 할머니다. 여름철에는 여행객을 상대로 민박을 운영하고 봄·가을에는 땅두릅·시금치 등 특산물을 수확하는 게 이곳 주민의 삶이다. 젊은 남자들은 먼바다로 조업을 나가기도 한다. 주로 농어나 부시리를 잡는다. 그렇다고 마냥 태평한 생활은 아니다. 공철주(65) 비진도 어촌계장은 올여름 걱정이 많다.

"조업을 쉬는 여름철에는 여행객을 상대로 해상 낚시 관광을 제공하기도 해요. 하지만 작년에는 태풍 때문에, 올해는 메르스 여파로 여행객이 많이 줄었죠. 그마저도 대부분 외지 사람이 와서 지은 펜션에서 묵었다 가요. 해수욕장과 펜션만 오가다 보니 민박도 낚시 관광도 시원치 않게 된 거죠. 마을 사람들이 6명씩 조를 지어 매일 해수욕장을 청소하는데, 남 좋은 일만 하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산홋빛 바다와 깎아지른 절벽, 금빛 모래로 섬 주민의 팍팍한 삶을 품은 비진도는 아마 이번 여름에도 많은 사람을 유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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