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경남의 섬]섬 아우르는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절경

이야기를 통영시 미륵산에서 시작할까 한다. 지난 16일 오전 미륵산을 올랐다. 그 유명한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등산길을 걸어서 갔다. 먼바다에서 일본으로 다가오는 태풍 탓에 바람이 많이 불어 케이블카는 움직이지 못했다. 힘겹게 올라서 그런지 미륵산 정상에서 만난 바다는 유달리 탁 트인 듯했다. 바다에는 여기저기 섬들이 둥둥 떠 있었다. 왼쪽부터 오곡도, 국도, 연대도, 연화도, 우도, 만지도, 초도, 쑥섬, 욕지도, 하노대도, 상노대도, 곤리도, 두미도, 추도, 소장군도, 사량도, 오비도, 이끼섬, 밀도 등 미륵산 정상에서는 통영 지역 웬만한 섬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저 섬들이 바로 한려수도(閑麗水道)다. 이는 통영 한산도에서 사천, 남해를 지나 여수 오동도에 이르는 바다를 아우르는 말이다. 통영은 이 한려수도의 중심이다.

"통영은 예향이고 맛의 고향인 동시에 섬 왕국이기도 하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에 위치한 통영 바다의 물빛은 청보석처럼 푸르다. 그 푸른 물빛으로 인해 통영 섬들 또한 청보석처럼 빛난다. 통영의 섬들은 그 빼어난 풍광만큼이나 걷기 좋은 트레일도 많다. 대부분 한 시간 내외의 거리에 위치한 통영 섬들은 내륙과의 교통도 편리하다." <걷고 싶은 우리 섬, 통영의 섬들>(강제윤, 호미, 2013)

통영은 2013년 현재 570개(유인도 43개, 무인도 527개, 통영시 통계) 섬을 거느리고 있다. 경남에서는 가장 많고, 전국에서는 전라남도 신안군(2013년 현재 880개, 통계청)에 이어 두 번째다. 통영 유인도 중에서는 한산면 한산도와 사량면 하도가 각각 14.7㎢로 면적이 가장 넓다. 하지만 인구는 욕지면 욕지도가 1563명으로 제일 많다.

통영 소매물도로 가는 배에서 바라본 어느 무인도. /경남도민일보 DB

통영 지역 섬 중 소매물도 등대섬이나 비진도 산홋빛 해변은 그 경치로 유명하다. 또 연대도는 생태 친화적인 섬으로, 연화도는 걷기 좋은 섬으로 이름이 나 있다.

1968년 12월 31일 정부는 한려수도를 거제와 남해를 포함해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 최초 해상국립공원이다.

이 공원의 동쪽에 있는 거제는 행정구역상 육지에 속하지만 그 자체가 섬이다.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통영 욕지도 마을 전경
통영 소매물도

"거제도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하고는 한반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가만히 보면 거제나 제주나 건넌다는 제(濟)라는 글자로 인수분해가 된다. 섬으로 건너가려면 배가 있어야 할 것인데 거제는 세계 제일의 조선산업단지를 가지고 있으니 자체 조달의 태세가 갖춰진 셈이라고 할까. 하지만 배 없이도 건너온 것은 많다. 동백나무가 그렇고 곰솔이, 후박나무, 담팔수가 그렇다. 민들레, 할미꽃이 다르랴."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김주영·김별아·권지예·구효서 등 35인 글, 지식파수꾼, 2010.)

거제 지심도의 동백나무

지금은 우리나라 조선산업 중심지가 되었지만, 거제는 도내에서 가장 많은 해수욕장을 거느린 휴양지이기도 하다. 경남에는 현재 해수욕장이 25곳 있는데, 이 중 17곳이 거제에 있다. 이 중 둥글거리는 자갈로 백사장이 형성된 몽돌해수욕장이 예전부터 유명했다. 남부면 갈곶리에 있는 해금강은 명승지로 지정돼 있다. 명승지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중에서 특히 가치가 있는 곳을 국가가 법으로 정한 것이다. 해금강은 바닷가 절벽을 바닷물이 오랜 세월에 걸쳐 깎아낸 절경이다.

거제는 73개(유인도 10개, 무인도 63개. 거제시 통계) 섬을 거느리고 있다. 이 중 일운면 지세포리에 속한 지심도는 일제강점기 아픔을 간직하면서도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또 일운면 와현리에 있는 외도는 개인 소유 섬인데, 유명한 해상식물공원으로 발전해 많은 이가 찾고 있다.

한려해상의 서쪽에 있는 남해 역시 거제처럼 육지로 분류되지만 남해도와 창선도로 이뤄진 우리나라에서는 네 번째로 큰 섬이다. 경남에서는 거제에 이어 두 번째다. 남해란 이름은 우리나라 남해안의 한가운데 있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거제의 한 섬에서 낚시하는 모습

남해를 치켜세우는 이들은 남해가 제주도만큼이나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비옥한 토지는 거의 사계절 내내 농사를 지어 항상 푸르다. 특히 바닷가 마을마다 방풍림이 잘 보존돼 있어 독특한 풍경을 만들었다. 삼동면 물건리 해안에 있는 방조어부림이 대표적인데, 1만여 그루의 나무가 1.5㎞에 걸쳐 이어져 있다.

창선도와 남해도 사이 바다에는 죽방렴이 유명하다. 이는 바다에 부채모양으로 대나무발을 쳐서 고기를 잡는 전통 방식이다. 죽방렴에서 나는 멸치는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 있다.

이 외에 사천시 대방동 삼천포항과 남해군 창선면 사이 섬 3개를 연결해 이어진 창선·삼천포대교는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다.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와 남해군 설천면 노량리를 잇는 남해대교는 우리나라 최초 현수교인데, 이로써 남해가 처음 육지와 연결되었다. 남해대교 아래 바다는 임진왜란 마지막 바다 전투이자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그 노량해전의 현장이다.

사천 지역에는 백로와 왜가리의 번식지로 유명한 학섬이 있다. 또 한려해상에는 속하지 않지만 별주부전의 배경인 비토섬도 제법 크고 이름난 섬이다.

사천 비토섬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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