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오백리] (29) 정의택 K-water 남강댐관리단 단장 인터뷰

남강은 경남 함양군 서상면 덕유산에서 발원하여 덕천강과 합류하고, 진주에서 북동으로 물길을 바꾸어 함안군 대산면에서 낙동강과 합류하는 강이다. 남덕유산 참샘에서 시작된 남강 물줄기는 약 186km로 '남강 500리 물길'이라고도 한다. 경남 6개 시·군에 걸쳐 있는데 지역마다 다른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함양지역에서는 남천강, 산청지역에서는 경호강이라 하는 게 그것이다.

남강유역은 남강이 있어 대대로 식수와 농업용수, 뱃길을 통한 이동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잦은 침수로 온갖 피해를 입기도 했다. 남강댐관리단에 따르면 여름에 서남쪽에서 오는 저기압이 북쪽에 있는 소백산맥에 부딪혀 지형성강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평균 강우량이 약 1500mm로 전국 평균보다 15% 이상 높다. 1920년대에는 산청지역에 400mm의 비가 와 당시 10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적도 있고 1930년대에는 두 번의 대홍수가 난 적이 있다. 물론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남강유역 물난리는 나라 안의 난제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치수였다. 남강 물을 안정적으로 다스릴 수 있어야 했다. <정조실록>에 따르면 정조 20년(1796년) 장재곤(張載坤)이란 사람이 진주 하류 침수예방을 위해 제방을 축조할 것, 또 사천만 쪽으로 방수로를 설치할 것을 건의하는 장계를 올렸다.

하지만 경상도관찰사 이태영(李泰永)이 보좌관을 파견해 조사해본 결과는 장재곤의 건의와 달랐다. 장재곤의 말처럼 제방을 쌓고 물길을 내어도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아 여전히 침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조실록>에 장재곤은 '간민(姦民:간사한 사람)'으로 남아 있다. 즉 거짓말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장재곤의 최초 건의 후 200년이 지나 그가 말한 지점(광탄·너우니)에 댐이 건설됐고 방수로(지소두·내동면)가 건설됐다. 홍수 방지를 위한 오랜 논의의 결과였다.

그제야 남강 하류 주민들은 식수·농업용수는 물론 홍수피해 등 '물 걱정'에서 벗어나 농경지를 새로이 개간하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이 남강댐이다. 부족해서도 안 되고 넘쳐서도 안 되는 것, 그것이 물이다.

1969년 준공된 남강댐. 낙동강수계 최초의 댐이다.

14일 남강댐관리단(단장 정의택)을 찾았다. 남강댐관리단은 진주시 내동면 삼계로에 있다. 남강댐과 사천만 방수로 중간쯤이다. '남강 물 그릇'인 진양호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물홍보관이 있고 지역민들의 쉼터로 쓰이는 노을공원이 조성돼 있다. 남강댐관리단은 실질적으로 남강유역 물 관리를 총괄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정의택(55) 단장을 만나 남강의 취약점, 남강댐 역사, 서부경남지역 물 현황과 물 관리 등을 알아봤다.

-남강댐관리단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남강댐은 남강유역에 있는 유일한 다목적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이기도 하고…. 남강댐관리단은 K-water 산하기관으로 실질적으로 남강유역 물 관리를 총괄하는 곳이다."

-K-water는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명칭도 그렇고 잠깐 소개하자면….

"아, K-water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새로운 이름이다. 다목적댐과 하굿둑, 그리고 광역상수도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관리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방상수도를 수탁 운영하고, 부산 에코델타시티 건설 등 수변사업을 통해 국민 물 복지를 실현하는 물 전문 공기업이다."

정의택 남강댐관리단 단장.

-남강댐은 남강유역 물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위치해 있다. 남강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남강댐은 1969년에 준공됐다. 이 일대가 워낙 피해가 큰 지역이라 댐을 만들기 위해 세 번을 시도했다. 1933년 홍수, 1936년 대홍수를 계기로 방수로 굴착 등 1936년, 1949년도에 각각 착공했으나 2차 대전과 6·25 한국전쟁으로 중단됐다. 두 번의 실패 후 1962년 세 번째 착공해 7년 만인 1969년에 준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홍수조절과 용수공급량을 더 높이기 위해 1989년 보강댐을 착공해 1999년에 준공했다. 현재 남강댐이다."

-진주·사천지역의 홍수 예방과 가뭄 극복은 물론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남강댐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이다. 홍수조절, 발전 및 용수공급을 통하여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를 하는 것이다. 먼저 진양호에 남강댐을 구축하여 하류지역은 상습 침수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홍수 조절량 증대로 홍수최대 계획방류량을 7460㎥/초에서 4050㎥/초 이내로 조절 방류하게 됨으로써 하류지역 홍수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남강댐 발전소를 통한 연간 4100만㎾h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는 1만 5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7만 6000배럴의 석유수입을 대체하는 효과이다. 또 세 번째는 용수공급 능력을 1억 3500만㎥에서 5억 7300만㎥로 늘려 현재는 거제, 하동, 남해 등 7개 시·군 지역까지 용수공급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통영, 거제까지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남강댐계통 광역상수도 규모나 역할은 어떤 것인지.

"서부경남지역은 해안과 산간지형이 많아 물이 부족하기 쉬운 지리적 여건이다. 하지만 남강댐과 광역상수도 시설을 통해 물 복지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남강댐 계통 광역상수도는 남강댐을 취수원으로 사천정수장을 통해 하루 32만 5000t의 수돗물을 생산·공급할 수 있는 시설이다. 통영, 거제, 고성, 진주, 남해, 하동 등 총 7개 지역 서부경남 약 60만 명의 주민이 사용하고 있다. 광역상수도를 통해 연간 약 7500만 t의 건강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관로연장이 무려 343km이다. 국내 광역상수도 중 세 번째이다."

-사천, 고성, 통영, 거제 등 경남지역 지방자치단체 지방상수도를 수탁 운영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운영 성과라면.

"지자체 지방상수도 수탁 운영의 목적은 상수원에서 개별 가정까지 안전하고 건강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K-water는 경남지역에 사천시, 거제시, 통영시, 고성군 등 4개 지방상수도를 수탁 운영하고 있다. 수탁 이후 관망도 시스템화, 블록화 사업, 노후관 정비 등을 통해 수돗물 유수율을 기존보다 33%포인트(47.0%→79.7%) 향상시켰다. 전국 유수율이 21.5%포인트(60.6%→82.1%) 향상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다. 그만큼 수탁 운영을 통해 원가 절감을 한 것이다. 또 전문 고객관리사 운영, 원스톱 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주민 만족도를 조사하니 수탁 전보다 훨씬 높았다. 성과대로라면 앞으로 지자체 지방상수도 수탁 운영을 더욱 확산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남강댐의 실정과 운영에서 문제점은.

"앞서도 얘기했지만 남강댐은 유역면적이 넓고 덕유산과 지리산이 분포하는 산악지형으로 집중호우 빈도가 높다. 거기에다 지형의 경사도가 급해 집중호우 시 하천유량이 급격히 증가한다. 또 강조할 특징은 바다와 가까운 준평야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너무 평탄하다는 것이다. 저수지 면적에 비해 저수용량이 매우 적다. 결과적으로 소양강댐과 유역면적 및 홍수량은 비슷한데 댐 규모는 10분의 1, 홍수조절용량은 29%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홍수량에 비해 댐 홍수조절량이 적은 편이라 홍수조절 여건은 매우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매년 홍수피해 상황을 살펴보면 남강댐 유역은 다른 유역보다 홍수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잦은 사천만 방류로 침수 및 어업피해가 큰 것도 사실이다. 보강댐 이후 계획홍수량 초과가 5회 되는데,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06년 에위니아, 2011년 무이파, 2012년 산바 때이다.

아무래도 운영 애로점이라면 댐 상·하류 지역에 가옥과 농경지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강 본댐 상류에는 매립농지가 있고, 하류에는 자전거도로, 음악분수대, 골프장 등이 있고…. 사천만 쪽으로는 염해농도가 낮아져 매년 어업 피해가 발생하고…. 운영 관리하는데 있어 주변지역의 안전과 이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경상남도와 부산시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남강댐 물 공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남강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현재 홍수기에 사천으로 방류하는 홍수량을 조절할 방법이 필요하다. 신규 댐을 건설하는 등 먼저 치수여건이 개선돼야 한다. 물론 신규 댐을 건설할 경우에도, 결국 대부분의 홍수량이 사천만으로 방류되는 만큼 사천만 주민들의 피해 대책을 먼저 고려해야 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부산시에 남강댐 물 공급 건은 다각적으로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

-끝으로 K-water 남강댐관리단에서 지역밀착을 꾀하며 남강댐 주변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것인지.

"댐 주변지역 주민 소득증대와 복지증진을 위해 댐 주변지역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댐 용수 판매액의 20%, 발전사업 수익의 6% 출연해 재원을 만들어 댐 주변지역 계획홍수위 5㎞ 이내, 발전소 2㎞ 범위 내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15년 지원사업비가 총 25억 2500만 원인데 진주, 사천, 산청, 하동 등 지역지원사업과 주민생활지원, 육영사업 등을 하고 있다. 지역지원사업은 지자체에서 시행을 하지만 주민지원사업은 남강댐관리단에서 직접 시행하고 있다. 효나눔복지센터 운영, 육영사업 등이 그것이다. 효나눔복지센터는 댐 주변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급식과 물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문화교실을 열고 있다. 또 경로당이나 소외계층 생필품 지원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육영사업으로는 댐 주변 23개 학교별 맞춤형 지원, 7개 초교 원어민 영어강사 지원, 물사랑교육 지원, 장학금 지원 등을 펼쳐나가고 있다.

공기업으로서 해당 지역주민들 속으로 들어가 지역주민들과의 이해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도 지역밀착,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사업으로 남강과 물의 소중함, 물 생산과 공급의 이해도를 함께 높여나갈 계획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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