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주빈(창원사파초 야구부) 군 육종암에도 포기 못한 야구, 1년 투병 끝에 다시 필드로

창원시 사파초등학교 야구부 등번호 8번 위주빈(14) 군. 주빈이는 유격수·투수다. 주빈이는 야구를 다시 할 수 있는 지금이 정말 좋다. 야구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떠올리기조차 싫다.

지난 5일 오후 사파초 운동장 한쪽에 자리 잡은 야구부 훈련관에는 학생 선수들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가득했다. 평소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지만, 이날은 비가 와서 실내에서 연습 중이었다.

학생 선수들 사이에서 또래보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8번 선수, 주빈이를 만났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서인지 건강해 보였다.

6학년 선수들이 주빈이에게 "주빈이 형"이라고 불렀다. 중학생 나이인 주빈이는 현재 6학년이다. 주빈이는 유급생이다. 지난 2013년 11월 주빈이는 육종암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13년 육종암 판정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위주빈 군이 창원시 사파초등학교 야구부 훈련장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육종암이란 주로 팔다리의 뼈나 근육·지방조직 등 연부조직에 생기는 악성종양이다.

청천벽력 같은 암 판정 소식에 주빈이는 앞으로 야구를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고 한다.

종양이 발견된 곳은 오른쪽 엄지손가락 위쪽 부위. 투수인 주빈이가 공을 던지는 손이었다.

더구나 주빈이는 대방초에 다니다가 야구를 하려고 4학년 때 야구부가 있는 이 학교로 전학을 왔다. 야구선수로 제대로 뛰어보기도 전에 투병생활이 시작됐다. 1년 이상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지난 5일 창원시 사파초등학교 야구부 훈련관에서 훈련 중인 위주빈 군.

주빈이 아버지는 "종양을 도려내는 수술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면 손목에 힘을 못 쓰니까 주빈이가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주빈이가 야구 선수를 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의사가 수술 않고 항암치료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병원에서 주빈이가 '만약 오른손으로 (공을) 못 던지면 왼손으로 던지겠다'고 했던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4월 말 항암치료가 끝나고 10월부터 다시 야구를 시작한 주빈이는 현재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의사도 주빈이 엄마도 야구 하는 걸 말렸지만, 주빈이 건강이 회복하는 걸 보고 지금은 지지한다.

강동수 감독도 주빈이의 열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위주빈 군이 체력·주력 훈련을 하고 있다.

강 감독은 "착하고 성실하고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 무엇보다 야구천재다. 워낙 소질이 있다"고 했다. 대회에 나가면 주빈이가 4번 타자에 투수·유격수까지 다한다고 했다.

훈련관에서 체력훈련을 지켜보던 코치도 "공 스피드가 부산·경남에서 가장 빠를 것이다. 아프고 나서 체력이 떨어진 부분이 있지만 타고난 게 있다. 센스가 있고, 승부근성이 뛰어나다. 나이도 나이지만 야구에 대해 고민도 많다. 중학교 올라가서 얼마나 잘 견뎌내느냐에 따라 야구인생이 좌우될 것 같다"고 했다.

주빈이는 같은 초등학생들보다 나이가 많다 보니 대한야구협회에 학생 선수 등록이 보류돼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그러나 최근 '병가'로 유급된 점이 인정돼 선수로 등록됐다.

훈련 도중 휴식시간, 동생들과 스스럼없는 주빈이에게 다가갔다. 빵과 우유를 먹는 선수들에게 주빈이에 대해 묻자 한 학생이 "야구 할 때 진지하다. 때릴 때도 진지하다"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주빈이를 쳐다봤다. 아프고 나서 발이 늦어져 거북이라는 별명도 생겼지만 야구 실력만큼은 동생들도 한결같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빈이에게 꿈이 뭔지 물었다. "프로 야구선수요."

예상 답변이었지만 주빈이의 진지한 표정에 거듭 묻고 싶었다. 왜 야구선수가 되고 싶으냐고? 주빈이는 "야구가 재밌어요. 어려운 공을 잘 잡고 송구를 정확하게 하는 유격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했다.

주빈이에게 가장 속상한 일은 야구를 하지 못하는 거라고 했다. "몸이 아팠을 때 처음에는 속상했지만, 몇 개월 지나니까 (야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프고 나니까 훈련 많이 하면 힘들지만 그래도 (야구를) 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주빈이는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야구특기생으로 중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다.

힘든 병마를 이겨내고 야구선수의 꿈을 위해 글러브를 손에서 놓지 않는 주빈이. 주빈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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