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배워온 메밀소바 요리법  

날씨가 따뜻해서 화창한 날 산사를 찾는 이들이 많다. 양산 통도사도 인기 산사 중 하나다. 푸른 산과 고즈넉한 사찰을 동시에 접할 수 있기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식도락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절을 앞에 두고 음식점이 즐비하다. 통도사 신평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소박한 음식점을 찾았다. 60대 노부부가 운영하는 '메밀소바 우동전문점'이다.

음식을 주문하면 곧바로 방석호(68) 대표가 면을 뽑아서 만들어낸다. 손님이 주문하면 반죽을 꺼내 면을 뽑고, 타이머로 면 삶는 시간을 엄격히 지켜낸다. 습도 등을 봐가며 타이머 시간을 조절한다. 조그마한 식당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가게 한쪽 벽에는 종류별로 면을 뽑을 수 있게 기계가 준비돼 있다.

메밀소바, 메밀우동, 사누키 우동, 꿩만두가 주요 메뉴다. 방 대표는 지난 1990년 처남이 사는 일본 시코쿠 현에서 메밀소바, 우동 만드는 법을 배워왔다. 일본으로 면을 배우러 가기 전 부산 수영구 남천동 '비사벌', 남포동 '희락', 서면 태화쇼핑 '원앙' 등에서 일본식 메밀소바, 우동의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그때 자장면보다 우동이 2배가량 비싼 가격에 팔렸고, 우동집 하루 매출이 600만 원에 이르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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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대표는 "사실 처음에는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일본 면을 굳이 배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형님이 설득했다. 부산에서 유명한 일본 음식점을 데리고 다녔다. 그러면서 나더러 일본 가서 음식을 배워서 가게를 열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 배우러 간 지역에 메밀소바 집이 50여 곳이었는데, 집집마다 소스가 다 달랐다고 했다. 다양한 메밀소바를 익혔다.

일본에서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1993년 부산 수영에서 첫 음식점을 열었다. 처음에는 일본식대로 음식을 내자, 음식을 맛본 이들이 낯설어했다. 시행착오를 거쳤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배운 기술을 새롭게 접목했다. 목이 좋지 않은 자리였지만, 6개월이 지나자 소문이 났다. 방 대표는 "경쟁하는 중국집에서 우리 집 우동에는 쫄깃쫄깃한 약을 탄다고 소문을 내기도 했다"며 웃었다. 그저 좋은 소금물을 이용해서 면 반죽을 만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소금으로 반죽한 면은 냉장고에서 24시간 숙성을 하는 공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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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대표 부부는 밀양과 창녕에서 메밀소바, 우동점을 열었고, 1년 전 양산에 터를 잡았다. 어느덧 음식점을 한 지 20년이 지났다. 새벽 4시 반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그날 사용할 반죽을 만들고 음식 준비를 한다. 음식점은 단체 예약이 아니면 대게 점심 전후로만 운영한다.

한참 방 대표의 설명을 듣고,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메밀소바, 사누키 우동을 맛봤다. 메밀소바와 사누끼 우동 면은 역시나 쫄깃했다. 메밀소바 소스는 깔끔했다. 파, 무, 김을 적당히 넣어 먹는 소스는 짜지 않았다. 무를 많이 넣으면 제대로 된 맛을 음미할 수 없다고 방 대표는 설명했다. 소스는 햇멸치와 가쓰오부시, 간장을 넣고 끓여 만들었다. 메밀소바 면은 메밀과 전분가루 비율을 6:4로 맞춰 메밀향이 느껴지게 했다. 100% 메밀을 사용하면 이런 맛이 안 난다고 했다. 사누키 우동 면은 여느 우동처럼 면발이 굵지 않았다. 방 대표는 손님들이 좋아하는 면 굵기로 뽑아내고 있다고 했다. 쑥갓, 유부, 곤약 등을 면과 함께 먹고, 국물을 마셨다.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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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음식점에서 보지 못한 꿩만두는 메밀로 피를 만들었다. 한 김 식어도 피가 딱딱해지지 않고 부드러웠다. 속에는 당근, 애호박 등의 채소와 다진 꿩고기가 가득 들었다. 고기 향이 강하게 나지는 않았다. 강원도에서 꿩 농장을 하는 아는 동생에게서 꿩만두를 받아온다고 했다.

간판에 '메밀소바 우동전문점'으로만 적혀 있고 상호가 따로 없다. 방 대표는 유명 사찰 스님이 '세 군데서 샘이 난다'고 '삼정'이라는 이름을 지어줘서 앞으로 간판을 바꿔 달 것이라고 했다.

방 대표는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고 일본에서 배운 기술로 메밀소바와 우동을 만들고 있다. 노년을 공기 좋은 곳에서 보내려고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주말에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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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와 위치>

◇메뉴 

△메밀 냉·온 소바 6000원 △메밀 콩국수 7000원 △메밀우동 6000원 △사누키 우동 6000원 △메밀꿩만두 6000원.

◇위치 : 양산시 하북면 순지리 824-1.

◇운영 시간 : 오전 11시∼오후 4시.

◇전화 : 055-372-3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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