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찜

꽃게가 제철이다. 봄엔 암꽃게 가을엔 수꽃게라고 했다. 봄 암꽃게는 알이 꽉 들어차 맛있고 가을 수꽃게는 살이 튼실해 맛있다.

평소 꽃게를 어떻게 즐기는지. 탕을 끓여 먹거나 찜·찌개 재료로도 많이 사용되지만 역시 꽃게는 찔 때가 가장 맛있는 거 같다. 별 양념이 필요 없으니 만들기도 손쉽다.

맛? 혹 심심할까 걱정일지 모르겠으나 오산이다. 모름지기 '가난한 양념이 깊은 맛'을 낸다고 했다. 찌는 게 꽃게 그 자체의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이다.

만들기 쉽다 했지만 지켜야 할 디테일이 의외로 많다. 좋은 재료는 기본이겠다. 냉동은 퍽퍽해서 맛이 없으니 팔딱팔딱 살아 있는 녀석을 구한다. 그래야 '결결이 찢어지는' 촉촉한 꽃게를 즐길 수 있다.

살아 있는 꽃게를 찔 때는 물이 팔팔팔 끓는 찜기에 넣어 단시간에 '끝장'을 보는 게 좋다. 찜기를 불에 올리기 전부터 꽃게를 넣거나 물이 덜 끓은 상태서 꽃게를 넣는 건 꽃게의 고통을 심화시키는 일이다. 인간에게 더없이 큰 행복감을 안겨주는 자연의 축복에 대해 우리는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다. 단박에 숨통을 끊는 게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꽃게가 요동치지 않아 다리가 부러지거나 내장이 흘러나오는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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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찜./고동우 기자

도저히 살아 있는 꽃게를 찔 자신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잠깐 냉동고에 넣거나 미지근한 물에 담가 죽은 것을 확인한 후 찌면 되겠다.

꽃게를 찔 때는 반드시 배 쪽이 위로 향하게 한다. 그래야 내장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찌는 중간 냄비 뚜껑을 여는 것도 금물이다. 역시 '아까운' 내장을 사수하기 위함이다. 혹 냄새가 걱정되면 끓는 물에 소주·맥주 등 술 종류를 넣으면 말끔히 해결된다. 불은 센 불에서 중·약 불로 서서히 옮겨가면 된다.

찌는 시간은 취향대로 조절하면 되는데 살과 내장이 너무 익는 건 피하는 게 좋으므로 대략 10분이면 충분하다. 촉촉한 내장은 밥에 비벼 먹거나 함께 볶아 먹기 딱이므로 '과잉 익힘'은 더욱 피하는 게 좋겠다.

다 찐 후에는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 약간 뜸을 들인다.

이제 먹는 일만 남은 것 같지만 매우 중요한 공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먹으면 안 된다. 따뜻할 때 먹으면 비린내가 심해 풍미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차게 식혀 먹는 게 잡내도 없애고 꽃게만의 크리미한 맛·향을 가장 잘 즐기는 길이다.

먹을 때는 배딱지를 제거한 뒤 등딱지를 떼고, 입·눈·모래주머니·아가미 등을 손질해 살부터 알·내장까지 하나하나 취향대로 공략하면 된다. 밥과 함께 먹어도 좋지만 술안주 삼아 먹어도 그만이니 우리는 다시 한 번 위대한 자연의 선물에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해산물샐러드

돌아보면 샐러드만큼 만만한 음식도 없다. 생채소에 이런저런 드레싱을 더하면 끝이니 이보다 더 쉽고 간편한 음식이 있을까.

하지만 만만한 만큼 또 소홀히 다루어지는 게 샐러드다. 식당이든 가정이든 샐러드 내놓은 꼬라지를 보면 채소 손질부터 드레싱, 맛의 조화와 균형 모든 게 엉망진창이다.

해산물샐러드를 소개한다고 했으나 샐러드의 '기본'에 대한 탐구로 받아들이면 좋을 거 같다. 재료에 따라, 드레싱에 따라, 또 만드는 방법에 따라 수천, 수만 가지 경우의 수가 가능한 음식이니 더욱 그렇다.

기본 중의 기본은 물기를 통제하는 것이다. 물기가 흥건한 샐러드만큼 맛없는 것도 없다. 샐러드 채소를 씻어내고 남은 물기를 말끔히 제거해야 하는데 그냥 체에 밭쳐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샐러드 스피너(spinner)'란 기구를 이용하는 게 좋다.

물기는 또한 드레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드레싱이 과할수록 삼투압 현상 때문에 채소 내 물기가 빨리 빠진다. 먹기 직전 버무리면 좀 낫지만, 샐러드 역시 채소 등 재료 그 자체 맛을 즐기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어쨌거나 드레싱은 최소화하는 게 좋다.

시중에 파는 완제품 드레싱은 사양한다. 온갖 종류가 나와 있지만 각종 첨가물에, 정체나 상태를 알 수 없는 재료에 '신선함'이 생명인 샐러드를 죽이는 길이다. 막상 먹어보면 맛도 없다.

만드는 게 어렵지도 않다. '산과 지방(기름)'의 조합이다. 과일즙부터 발효 식초까지 선택지도 무궁무진하다.

해산물샐러드에는 상큼한 레몬 드레싱이 제격이다. 발사믹 같은 발효 식초나 마요네즈·요거트 등을 이용한 드레싱은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늘 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생레몬 즙을 짜 올리브유와 1대 2 내지 1대 3 비율로 섞으면 레몬 드레싱 완성이다. 냉동 후 해동한 레몬이나 레몬 모양 통에 든 가공품은 풍미가 떨어진다. 취향에 따라 소금과 후추, 마늘, 양파 등을 더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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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샐러드./고동우 기자

사진은 오징어를 이용한 해산물샐러드지만 어떤 해산물도 가능하다. 문어, 새우, 갑오징어, 조갯살, 키조개 관자, 소라·고둥, 전복, 굴 입맛대로 골라보자. 끓는 물에 살짝 데쳐(절대 질겨져선 안 된다) 채소·드레싱과 함께 버무리면 된다. 연어·참치 등 생선회를 샐러드 재료로 써도 좋다.

샐러드 채소에 대한 설명을 생략했는데 종류가 너무 많고 또 마트 등에 가면 다양한 종류가 나와 있으니 당기는 대로 고르면 되겠다. 요새는 어린잎 채소라고 부드럽고 여려 먹기 편한 데다 특별히 손질이 필요 없는 것도 나와 있는데 사진의 샐러드 역시 이런 채소와 양상추를 이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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