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의 여파로 학생 수가 줄어 학교 통폐합이 늘면서 전국적으로 폐교가 늘고 있다. 폐교 가운데 복지시설·박물관·체험학습장 등으로 보물단지가 되는가 하면, 상당수는 흉물로 방치되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지난 8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폐교 3595곳 중 매각이 완료된 학교는 전국에 2195(61.1%)곳이다. 이들 학교는 교육시설(267곳), 사회복지시설(59곳), 문화시설(84곳), 공공체육시설(84곳), 소득증대시설(201곳)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아직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된 폐교도 401곳에 달한다.

교육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하루빨리 애물단지 폐교를 보물단지로 만드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농촌지역에 방치된 폐교는 농가소득 증대와 농촌사회의 활력 도모를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폐교를 별 의미 없이 매각·임대하거나 방치하지 말고 농촌지역의 경제·문화·복지의 거점으로 바꾸어 보물단지로 만들어 보자.

첫째, 폐교는 농촌사회의 문화·예술 창작의 교육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도시에 비해 교육·문화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농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폐교를 리모델링해 박물관 및 지역 교육문화센터로 활용해 보자. 강원도 평창의 산촌학교인 노산분교는 1999년 폐교된 지 6년만에 ‘감자꽃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김덕수 사물놀이패 기획실장을 맡았던 이선철 감자꽃스튜디오 대표가 2002년 평창읍 이곡리 노산분교를 임차해 폐교에 생명을 불어 넣어 수년간 마을 흉물로 전락했던 폐교가 지금은 문화와 예술을 전하는 전도사 역할로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둘째,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지역주민 공동작업장 또는 지역특산물 판매 거점으로 쓸 수 있다. 농산물 가공공장이나 농산물 직거래 상설 장터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유휴공간을 공방으로 변신시키고, 농촌과 도시의 소비자단체를 연결하여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민에게 판매하도록 해 보자.

경남 고성군 마암면 옛 삼락초등학교는 운동장에 과학영농을 위한 첨단하우스를 설치하고 교실에는 특수 인삼재배시설을 만들어 고려인삼 체험장으로 탈바꿈하면서 폐교 활용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셋째, 도시 지역 학생들의 산교육을 위한 농업·농촌 체험장으로 활용한다. 자연을 배울 기회가 적은 도시의 학생들아 갑갑한 도심을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농촌문화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학습장과 숙박시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프로그램과 관광코스도 개발 한다면 농외소득도 올릴 수 있다.

끝으로 폐교를 경제·문화·복지 거점으로의 의미 있는 활용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폐교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대도시 큰 학교와 차별화된 농어촌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린 학교시설과 프로그램 운영으로 대변신하여 생태 체험교육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대구 동구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서촌초등학교는 아토피 치유학교 지정으로 다시 살아났다. 도심에서 멀고 주변에 인구가 적었던 이 학교는 2011년 전교생 수가 65명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2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학교는 모든 교실의 앞뒷면에 편백나무 가구장을 시공하고 천장은 친환경 텍스, 바닥은 오크나무, 좌우면은 황토 벽돌로 각각 마감했다.

또 칠판을 먼지가 나지 않는 자재로 바꿨으며 책걸상은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했다. 그 결과 아토피 등이 호전되어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입학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추억이 서린 모교가 흉물로 방치되지 않고 문화·예술 창작의 場, 지역 영농발전의 場, 생태 체험의 場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이들 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이 작은 옛 학교 건물에서 자녀와 함께 추억에 잠기는 푸근한 모습을 상상해 본다./한경임 농협창녕교육원 

한경임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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