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진짜 한식 맞아요? 맛도 이름도 색다른 요리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며 새로운 한식을 만들어가는 퓨전 한식 레스토랑을 찾았다. 창원시 용호동 가로수길 뒤 쪽 주택가에 있는 '마루'다. 가게 외관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주택처럼 보일 정도로, 튀지 않게 꾸몄다. 내부로 들어서면 가로수 인근 가게들처럼 깔끔한 커피숍 같은 인테리어다. 젊은이들이 주로 찾을 것 같은 가게인데, 이용규(35) '마루' 대표는 애초 40대 이상 연령층이 외식할 수 있는 곳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주요 타깃층은 있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찾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문을 열고, 어디에도 광고하지 않았지만 입소문만으로 찾는 이가 꾸준히 늘고 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메뉴

메뉴부터 범상치 않다. '아삭아삭 부타니꾸', '유자 먹은 버터 오새우', '카오산 약고추장 치킨밥', '미덕만디돈', '강돈', '미소 속에 웃는 쭈꾸미 포', '외할머니 페투치니' 등. 처음 들어보는 음식 이름에 메뉴판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메뉴 밑에 설명이 적혀있다. '아삭아삭 부타니꾸'는 간장으로 마리네이드(marinade·고기나 생선을 조리하기 전에 맛을 들이거나 부드럽게 하기 위해 재워두는 향미를 낸 액체)한 삼겹살을 표고버섯, 숙주와 같이 곁들여 먹는 샐러드라고 돼 있다. 잠시 멈칫거리는 사이에 이 대표가 와서 하나하나 설명 한다. 메뉴는 계절에 따라 바뀐다. 그때그때 제철에 맞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맛있는 요리를 하기 위해서다. 2월까지 굴 등이 들어가는 겨울 메뉴였고, 3월부터 미더덕, 봄나물 등이 든 봄 메뉴를 선보였다. 기본적으로 계절에 따라 3개월 마다 메뉴가 바뀌고, 메뉴마다 랭킹을 매겨서 잘 안 나가는 메뉴는 바꾸고 잘 나가는 메뉴는 찾는 사람이 많아서 다음 계절에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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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중 기자

한·중·일 요리가 밑바탕

색다른 메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대표와 함께 황준영(35) 주방장도 만났다. 이들은 친구 사이다. 마산대학 조리학과를 나온 황 주방장은 서울에서 8년, 일본에서 2년가량 요리를 배웠다. 서울에서는 대통령, 유명인 등이 찾는다는 70여 년 전통의 한정식집 '한일관', 도자기로 유명한 광주요에서 운영하는 '가온' 등에서 요리했다. 이후 일본 오사카에서 다시 요리를 배워 고향 경남으로 돌아왔다. 김해에서 하루 한 테이블 예약석만 받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기도 했다. 1년간 다양한 음식을 실험해 본 그는 이용규 대표의 간곡한 요청으로 함께 '마루'를 열었다. 황 주방장은 "마루의 음식은 한·중·일 요리가 밑바탕이다. 기존 한식에서 더 나아가고 싶었다. 새로운 한식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식당'을 운영하는 임정식 쉐프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뉴 코리안' 음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정식 쉐프는 지난 2013년 한식으로 뉴욕에서 미슐랭 2스타를 받아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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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삭바삭한 삼겹살 식감과 상큼한 샐러드 맛이 조화로운 퓨전 한식 '아삭아삭 부타니꾸'/강해중 기자

또 좋은 음식재료를 쓰려고 매일 전통시장, 마트 등에서 그날 사용할 재료를 산다. 그날 산 재료는 그날 다 소진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재료가 다 떨어져서 손님이 원하는 메뉴를 못 내놓을 때도 간혹 있다.

색다른 요리들

'아삭아삭 부타니꾸', '카오산 약고추장 치킨밥', '미덕만디돈', '꽈리비프 초우면', '유자먹은 버터 오새우', '외할머니 페투치니2' 등을 맛봤다. 샐러드, 밥, 면 등이 골고루 있다. 음식은 은은한 광주요 그릇에 담겨 나왔다. 맛있는 음식을 좋은 그릇에 담아내려는 정성이 보였다.

'아삭아삭 부타니꾸'는 샐러드 메뉴인데 삼겹살이 가득 들었다. 삼겹살에 전분을 입혀 바삭바삭한 식감을 살렸다. 매실 과육에 양파, 깻잎 식초를 넣은 드레싱이 들었다. 고기가 든 샐러드지만 느끼하지 않고 상큼했다. 샐러드하면 야채가 가득 든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주방장은 '웜(warm·따뜻한) 샐러드'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카오산 약고추장 치킨밥'은 닭 정육을 구워 밥 위에 올리고 고추장 소스를 얹은 것이다. 그런데 고추장 소스가 색다르다. 토마토, 사과, 양파 등이 들어서 달콤한 맛이 난다. 밥 옆에는 참나물을 생으로 두고, 매실 드레싱을 곁들였다. 이 메뉴는 이 대표가 태국 카오산에서 먹었던 치킨 밥을 떠올려 이름을 지었다. 겨울 메뉴였지만 인기를 얻어 봄 메뉴 개편 때 살아남은 메뉴다.

'미덕만디돈'은 제철을 맞은 미더덕을 이용한 요리다. 황 주방장이 미더덕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미더덕을 덮밥으로 먹어보자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홍합, 미더덕, 오만둥이 등이 들어갔다. 담백하다.

'꽈리비프 초우면'은 중국식 면에다 간장을 넣어서 만든 면 요리다. 소고기, 꽈리고추가 들었다. 멸치 요리에 주로 들어가는 꽈리고추가 면 요리에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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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의 황준영(왼쪽) 주방장, 이용규 대표./간해중 기자

'유자먹은 버터 오새우'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파는 버터오징어를 먹고 주방장이 개발했다. 버터에 오징어, 새우를 넣고 구워서 세발나물과 새싹을 깔고 유자 드레싱을 뿌렸다. 유자 드레싱은 지난해에 주방장이 직접 유자청으로 담은 것을 활용했다.

겨울에 만든 '외할머니 페투치니1'은 된장으로 요리를 했고, 봄 메뉴 '외할머니 페투치니2'는 들깨를 넣어서 만든 메뉴다. 육수에 두유를 넣어서 고소한 맛을 강하게 했다.

미나리와 키위를 갈아 만든 '미나리 에이드'와 밀싹과 사과를 갈아만든 '밀싹 에이드'는 상큼했다.

"가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

어느 것 하나 새롭지 않은 게 없었다. 모든 메뉴를 주방장이 개발해서 만들었다. 이용규 대표는 "풀만호텔 등 호텔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새로운 일을 하고자 했다. 처음에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열 생각으로 주방장인 친구를 만나서 조언을 구했다. 그런데 획일화된 음식이 아니라 이런 음식도 있다고 얘기하더라. 신선하게 와 닿았다. 함께 가치 있는 음식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마루'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음식뿐 아니라 가게도 모두 함께 꾸몄다. 100년 된 나무를 가져와서 가게 입구에 두기도 했고, 내부 벽돌도 원하는 색깔과 형태로 하고자 공장에서 별도로 벽돌을 만들었다. 통나무 테이블도 직접 짰다.

이런 노력 탓일까. 이 대표는 예상보다 손님이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메뉴도 생소하고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아서 사실 처음엔 적자를 예상했다. 그런데 새로운 음식에 대해 손님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우리는 작게 시작해서 크게 뻗어 나가고자 한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우리가 가진 철학으로 꾸준히 해 나간다면 대중이 알아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 범람 시대에 개성 있고 맛있는 식당을 만들어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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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중 기자

'마루'는 일본어로 '둥글다'는 뜻이다. 이용규 대표와 황준영 주방장은 '동양의 주방(east kitchen)'을 꿈꾸며 둥근 지구를 떠올려 '마루'라고 지었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 꿈은 우리 음식을 이곳에서 전 세계로 알리는 것이다. 계속해서 메뉴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메뉴와 위치>

◇메뉴 △아삭아삭 부타니꾸 8500원 △카오산 약고추장 치킨밥 9000원 △미덕만디돈 9000원 △꽈리비프 초우면 1만 4000원 △미나리에이드 5000원.

◇위치 :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17-2.

◇전화 : 070-4210-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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