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까지 동네세탁소 호황…2000년대 등장한 세탁 프랜차이즈 무서운 성장세

20년 전부터 현재까지 경남지역 세탁소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90년대 중반까지 자영업자들에게 사랑을 받던 세탁소는 90년대 후반 IMF 여파와 셀프세탁소의 유행으로 위기를 맞는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대 등장한 세탁 프랜차이즈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동네로 파고들었고 동네세탁소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이에 일부 세탁소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문을 닫기도 하고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를 꾀하는 세탁소도 생겨났다.

가정용 세탁업소 지고 세탁 프랜차이즈 뜨고

지난 20년 전국과 경남 모두 가정용 세탁업소 수는 줄어든 반면 세탁 프랜차이즈 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1993년부터 2013년까지 20년간 전국 가정용 세탁업소 수를 분석한 결과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업소 수가 매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3년 2만 9141개였던 가정용 세탁업소는 1998년까지 3만 6353개로 늘어나다 IMF 여파로 잠시 주춤했다. 2001년부터 소폭으로 증가하던 가정용 세탁업소 수는 2006년 3만 7200개로 정점을 찍고 2013년 3만 4565개로 7년 만에 2635개가 줄었다.

반면 1992년 대리점 16개, 지사 1개로 시작한 세탁 프랜차이즈 크린토피아는 2002년 대리점 128개, 지사 11개로 규모가 성장했고 2008년에는 대리점이 1000개, 지사가 65개로 늘어났다. 크린토피아는 2015년 현재까지 대리점 2287개, 지사 136개를 운영하고 있다.

1993년부터 2013년까지 20년간 경남 가정용 세탁업소 수를 분석해보면 IMF 사태 직전인 1996년 2596개로 정점을 찍었다가 IMF 사태가 발생한 1997년 가정용 세탁업소 수는 1954개로 약 600개가 사라졌다. 이후 다시 늘어나는 듯 보였으나 2003년 2190개를 기록하고는 10년 동안 매년 감소해 2013년에는 200여 개가 줄어든 1983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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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서동진 기자

반면 경남지역을 기반으로 1999년 문을 연 월드크리닝은 사업을 시작할 당시 매장이 9곳이었으나 8년이 지난 2007년 39개로 늘었고 2010년에는 69개, 2011년에는 89개, 2012년에는 122개, 2013년에는 142개, 2014년에는 202개로 매년 큰 폭 성장하고 있다. 월드크리닝은 부산, 대구에도 가맹점과 지사를 열었고 올해는 가맹점 300개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시가지 세탁 프랜차이즈 비율 높아

현재 경남지역 상황은 어떨까. 경남도에 따르면 세탁업으로 등록된 업소 수는 1535개(2014년 12월 기준)로 나타났다. 인구가 가장 많은 창원이 555개로 가장 많았으며 인구가 가장 적은 의령군이 9개로 가장 적었다.

세탁업소가 가장 많이 등록된 창원시를 살펴보면 세탁업소 수가 마산회원구(142개), 의창구(134개), 마산합포구(118개), 성산구(82개), 진해구(79개) 순으로 많았다.

재미있는 것은 인구 합계가 창원지역에 비해 적은 마산지역에 세탁소 수가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마산회원구는 세탁업소 1개를 1547명이 사용하는 반면 성산구는 세탁업소 1개를 2986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산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세탁 프랜차이즈 비율이 28%로 월등히 높았다. 세탁 프랜차이즈 비율이 가장 적은 곳은 세탁업소 수가 가장 많은 마산회원구(7.7%)였다.

이는 아파트가 밀집된 성산구 특성과 주택 비율이 높은 마산회원구 특징이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창원지역은 마산지역에 비해 최근에 개발되면서 90년대 성황을 이뤘던 동네세탁소보다는 2000년대 이후 성장한 세탁 프랜차이즈 비율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현상은 시군별로 세탁업소 수를 분석해도 마찬가지다. 양산(31.9%), 창원(13.9%), 거제(12.2%), 김해(11.9%) 등 아파트와 공장이 많고 최근에 발전한 지역은 세탁 프랜차이즈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양산은 세탁업소 수는 도내에서 4번째지만 세탁 프랜차이즈 비율은 1위다.

이러한 상황에 비춰 볼 때 진주시는 혁신도시가 완공되면 현재 1%대에 머물고 있는 세탁 프랜차이즈 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남 세탁 프랜차이즈 출연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크린토피아'가 세탁 시장을 눈에 띄게 장악하지 못한 곳이 경남이다. 이유는 크린토피아가 경남에 들어오기 전인 1999년 경남에서 문을 연 토종 세탁 프랜차이즈 '월드크리닝'이 있기 때문이다. 크린토피아 전국 매장 수는 2000여 개로 월드크리닝 매장 수의 10배에 가깝지만 경남에서는 월드크리닝 매장이 95개로 크린토피아보다 25개 더 많다. 이는 시장을 선점한 효과도 있지만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온 월드크리닝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찍부터 미국, 일본 등에서는 세탁 프랜차이즈 형태로 세탁업이 운영돼 왔다. 이런 추세에 맞춰 월드크리닝 외에도 경남에서 만들어진 세탁 프랜차이즈들이 있다. 서부 경남을 중심으로 1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름다운세탁소와 창원지역을 중심으로 9개 매장을 운영 중인 세탁도우미다.

월드크리닝 관계자는 세탁 프랜차이즈에 있어 저렴한 가격도 중요하겠지만 신뢰를 만들어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가맹점주들을 모아 서비스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탁 프랜차이즈가 세탁업 트렌드지만 이미지나 내실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므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동네 세탁소도 변화

세탁 프랜차이즈 급성장, 아웃도어 의류 유행 등으로 동네세탁소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때 마산지역에만 450여 개 세탁소가 영업을 할 만큼 호황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동네세탁소가 해마다 60~70곳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세탁업중앙회는 매년 정기적으로 위생교육을 열고 최근 복잡·고급화된 섬유에 대한 세탁기술을 공유하고 개발하는 등 공부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또 운동화 세탁 등 기존에 취급하지 않았던 품목도 시대 흐름에 맞게 취급하는 등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다.

손소식 한국세탁업중앙회 경상남도지회장은 오랜 세월 축적된 노하우를 동네세탁소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현재 세탁업을 운영하는 사장들이 보통 50~60대다"며 "가격에서는 세탁 프랜차이즈를 당해내기 어렵지만 30년, 40년씩 쌓인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소재마다 다른 세탁법을 익히고 연구하는 등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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