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우동

인스턴트 제품이면 모를까, 집에서 직접 우동을 만들어 본 사람 많지 않겠다.

사실 어려울 건 없다. 마른 멸치, 다시마 등으로 좋은 육수를 우려 삶은 우동면에 부으면 그게 우동 아닌가.

문제는 이런 '한국식'이 아닌 '일본식' 우동일 것이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육수를 내보지만 수준 높은 전문점 등에서 먹어본 깊고 진한 국물 맛은 좀체 재현할 수가 없다.

비밀은 시간이다.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 육수에 간장 좀 첨가한다고 좋은 국물이 나오지 않는다. 한약 달이듯 오래오래 끓여야 한다.

물 10컵에 다시마 큰 조각, 무 넉넉히, 마른표고버섯 대여섯 개, 소금 약간, 간장 75ml 정도가 필요하다. 2~3인분 분량이다.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센불에서 끓인다. 팔팔 끓으면 불을 줄여 약불에서 약 1시간 30분가량 '달이면' 되는데 다 됐을 즈음 청주 3분의 2컵을 넣는 것도 잊지 말자. 국물도 깔끔해지고 단맛도 살고 꼭 지켜야 할 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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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우 기자

중간 중간 거품을 걷어내는 것도 깜빡해선 안 되겠다.

가다랑어포가 등장할 차례다. 양질의 가다랑어포는 좀 비싼 편이라 아껴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선 좋은 국물을 얻을 수 없다. 15g 이상 넉넉히 넣어야 한다. 체에 담아 불을 끈 상태에서 5분 정도 두면 된다.

국물 간은 소금과 간장으로 맞춘다. 육수 우릴 때 쓴 무와 표고버섯은 그 자체로 맛이 들었으니 우동에 곁들이거나 반찬 삼아 먹으면 되겠다.

우동면은 양질의 제품이 많이 나와 있는 편이다. 집에서 직접 만들면 좋겠지만 내공이 문제다. 어설프게 하느니 시중 제품이 훨씬 낫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경험상 냉장면보다는 건면이, 건면보다는 냉동면이 우수하다.

면을 삶을 때 중요한 것은 간이다. 앞서 육수에 면을 넣어 끓일 수도 있지만 국물이 탁해져 권할 게 못된다.

따로 삶는 게 현명한데, 이때 소금과 간장을 넣어 적당히 간을 한다. 그래야 육수를 면에 부었을 때 맛이 겉돌지 않는다.

송송 썬 파를 얹는 건 당연하겠고 계란이나 튀김, 어묵 등은 선택이다.

맛이 어떤지. 위 레시피대로 했다면 웬만한 전문점 부럽지 않은 우동이 탄생했을 거라 확신한다.

긴 시간 정성스럽게 우린 저 육수는 우동뿐 아니라 스끼야끼, 어묵탕(오뎅) 등 다양한 일본식 국물 요리에 쓰일 수 있다.

많이들 좋아하는 어묵탕 역시 더할 수 없이 맛이 좋아지리라 확신한다.

토마토계란볶음

어쩌다 보니 일본(우동)과 중국 요리를 소개하게 된다.

왠지 모양새나 구성은 서양 것 같지만 토마토계란볶음은 원래 중국 요리라고 한다. '시홍스차오지단'이라고 중국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먹는단다. 육수와 녹말가루를 첨가해 '탕'으로 먹기도 한다.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재료가 쏠쏠한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다.

영양학적으로도 비타민C(토마토)와 단백질(계란) 등을 풍성하게 섭취할 수 있는 이상적 배합의 요리로 알려져 있다.

만만하게 보고 그냥 무턱대고 볶으면 실패한다. 지켜야 할 디테일이 많다.

일반 토마토, 방울토마토 어떤 것도 상관없는데 경험상 방울토마토가 물이 덜 나오고 손쉽다.

완성된 볶음에 물기가 흥건하면 질척질척 맛이 좋을 리 없다. 그래서 일반 토마토는 씨를 다 제거한 뒤 볶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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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우 기자

계란은 흔히 계란말이나 스크램블 할 때처럼 거품기로 잘 섞어 놓는다. 방울토마토가 10개일 때 대략 3개 정도면 알맞다. 소금 간도 잊지 않는다. 약 3분의 1작은술 정도.

계란을 섞을 때 우유나 청주, 물 등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자제를 부탁드린다. 맛이 좋아지기는커녕 계란 자체의 풍미를 망치는 길이다.

본격 조리에 돌입할 시간이다. 마늘과 파는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올리브유에 마늘과 파를 볶다가 토마토를 넣어도 되고, 아니면 그냥 토마토만 볶아도 된다.

적당히 썬 토마토는 센불에서 볶는다. 휘리릭 순식간에 볶아야 촉촉한 맛이 죽지 않고 물이 덜 생긴다. 소금도 살짝 살짝 뿌려가며. 볶은 토마토는 다른 접시에 옮겨 놓는다.

이제 계란이다. 중~약불을 오가며 스크램블 상태로 만들어야 부드러움이 산다. 너무 휘젓지 말고 주걱 같은 것으로 십자를 긋듯이 익히면 된다.

적당히 익었으면 앞서 볶은 토마토를 섞는다. 오래 볶을 필요 없고 모양을 잡아가며 섞기만 하면 된다. 다 됐다 싶으면 불을 끄고 남은 열로 계란의 익힘 정도를 조절한다.

완성이다. 통후추 갈은 것을 살짝 뿌리거나 파슬리, 얇게 썬 파 등을 얹어도 나쁘지 않다.

토마토와 계란은 냉장고에 가장 많이 남아도는 재료다. 처치 곤란, 애매할 때, 입맛 없을 때 토마토계란볶음 만한 훌륭한 대안이 없다.

토마토계란볶음은 밥반찬, 술안주로도 좋지만 아침 식사 대용이나 밤에 출출할 때 야식으로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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