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빵집뿐 아니라 기존 프랜차이즈도 백기…"동네빵집, 매력 있는 빵집으로 키워야"

MBC 드라마 <전설의 마녀>는 누명으로 전과자가 된 주인공이 운영하는 빵집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극 중 마법의 빵집은 작은 동네빵집으로 대기업인 '신화제과' 횡포에 꿋꿋하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은 이와 다르다.

동네빵집은 줄고 있고 프랜차이즈 빵집은 급증하고 있다. 도내 제과점은 총 1030개고 이 중 3분의 1이 넘는 곳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도내 빵집 30% 프랜차이즈

경남도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으로 제과업으로 신고된 가게는 1030개다.

도내 제과점 수는 창원시가 367개로 단연 독보적이다. 뒤를 이어 김해시(167개), 진주시(119개), 양산시(94개), 거제시(73개), 통영시(43개), 사천시(33개), 밀양시(22개)가 따랐다.

군 단위 지역에는 제과점이 20개를 넘는 곳이 한 곳도 없다. 군 지역 제과점은 함안군이 17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창녕군(16개), 거창군(15개), 고성군(14개), 하동군(10개), 남해·산청군(9개), 함양·합천군(8개), 의령군(6개) 순이다.

도내에서 제과점 수가 가장 많은 창원시는 구별로도 차이가 있다. 9일 기준으로 성산구에 93개, 의창구에 84개, 마산회원구에 63개, 마산합포구와 진해구에 각각 62개가 있다.

제과업으로 신고된 가게에는 일반 제과점과 프랜차이즈 빵집, 대형마트·백화점에 입점해있는 곳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빵집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던킨도너츠 점포를 살펴보면 파리바게뜨가 177개로 가장 많았고 뚜레쥬르가 106개, 던킨도너츠가 49개가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파리바게뜨의 경우 창원시 60개, 김해시 30개, 진주시 22개, 양산시 16개, 거제시 14개, 통영·사천시 각각 8개, 함안·창녕·거창군 각각 3개, 밀양시·산청군 각각 2개, 의령·고성·남해·하동·함양·합천군 각각 1개를 운영하며 도내 18개 시군 모두에 매장이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을 제외하고도 도내 빵집 중 3분의 1이 넘는 매장이 프랜차이즈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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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자 프랜차이즈

프랜차이즈 빵집 공세로 동네빵집은 급격하게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2000년 1만 8000여 개였던 전국 동네빵집은 지난해 4000개 이하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1500여 개였던 전국 프랜차이즈 빵집은 5000여 개로 급증했다. '브랜드'라는 큰 경쟁력에 밀린 동네빵집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은 것이다.

신생 프랜차이즈 빵집이 벌이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동네빵집뿐 아니라 기존 프랜차이즈 빵집도 백기를 들어야 했다.

크라운베이커리는 1990년대 제과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1998년에는 전국 800여 개 매장을 열며 업계 부동의 1위를 자랑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여러 신생 프랜차이즈 업체가 뛰어들면서 크라운베이커리는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고 결국 2013년 9월 30일. 25년 역사를 뒤로하고 전국에서 사라졌다.

현재 도내 크라운베이커리를 검색하면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 1동에 한 곳 나오지만, 확인 결과 이곳도 곧 간판을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프랜차이즈 빵집 개수가 2년 전부터 주춤하다. 이유는 2013년 3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동네빵집 500m 이내에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설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동반위가 프랜차이즈 빵집 출점 규제를 시행한 후 1년간 파리바게뜨 매장 수는 29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뚜레쥬르는 같은 기간 추가 출점 없이 매장 수를 유지했다.

반면 동네빵집은 1년 사이 약 400개가 늘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규제마저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빵집 입점 거리제한을 위헌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는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제과협회 부회장을 맡은 이선구 팥트라슈 이선구 사장은 눈앞에 놓인 과제는 많지만, 동네빵집들이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격증 없이도 신고만 하면 빵집을 열 수 있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매장이 늘어났다. 안전과 위생을 소홀히 해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은 빵집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제과점 운영 자격증을 만드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면서도 "내부 사정은 어렵지만, 대외적으로 빵에 대한 이미지가 간식에서 주식으로 바뀌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럴 때일수록 동네빵집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작은 고추가 맵다

도내에는 역으로 프랜차이즈 빵집을 위협하는 동네빵집들도 있다.

창원시 진해구 청안동 '이선구 팥트라슈'를 비롯해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차성민 과자점',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그린하우스',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몽마르뜨', 김해시 삼정동 '김덕규 과자점',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라상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포네스' 등이 있다.

18년 전 동네에서 가장 작은 빵집으로 시작해 지금은 4층짜리 동네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용호 그린하우스 사장. 그는 동네빵집이 살길은 그 집만이 가진 특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연 효모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발효했기 때문에 우리 가게 빵은 소화가 잘된다. 하루에 3~4번 빵을 구워내 고객들이 더욱 신선한 빵을 맛볼 수 있다. 이것 모두가 동네빵집이니까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작은 빵집들은 규모에 맞게 케이크면 케이크, 빵이면 빵 자신 있는 메뉴를 특색있게 개발해야 한다. 한 사람이 수십 가지 메뉴를 만들다 보면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맛과 더불어 제빵사 철학이 담긴 인테리어, 로고 등도 매력으로 키우면 프랜차이즈와 맞서도 소비자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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