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하는 중년 남성, 엉덩이 뼈 썩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주의

엉덩이 관절을 고관절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으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꼽을 수 있다. 한마디로 고관절의 머리 부분에 피가 통하지 않아 뼈가 썩는 병이다. 용어가 다소 생소하지만, 우리나라 성인 고관절 질환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과도한 음주가 원인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음이나 외상에 의한 골절이 주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스테로이드 제제의 남용, 통풍이나 당뇨병 후유증도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골절이나 탈구도 혈관을 손상시킬 확률이 높아 괴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과음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여 혈액이 쉽게 응고되도록 만들어 미세혈관들을 막아 괴사를 유발하는 가장 큰 발병 요인이다. 이 질환은 사회 활동이 왕성한 30~50대 젊은 남성에게 많다는 점이 특징인데,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2배 이상 많다. 각종 접대와 미팅, 스트레스 등으로 술자리가 잦은 만큼 발병 확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폭음 등 특유의 음주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인의 경우 서양인보다 5배 이상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발병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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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창원힘찬병원 관절센터 소장

양반다리 힘들거나 아프면 의심

이 질환은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에 뻐근한 통증이 주요 증상이다. 허벅지 안쪽에 통증이 있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을 때 사타구니의 통증이 심하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이유 없이 가랑이와 엉덩이 부분이 아픈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되고, 다리를 절게 된다면 초기 증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악화되면 허리와 무릎까지 통증이 발생하고, 고관절이 심하게 아파 걸을 수도, 설 수도 없게 되면서 대퇴골의 괴사로 관절이 주저앉아 짝 다리가 되기도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초기에 자각증상이 없고, X-Ray로도 잘 나타나지 않아 일찍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 부위가 애매해 허리 디스크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허리 보다는 허벅지 안쪽 통증 유무와 양반다리를 할 때의 불편함 등을 파악해야 한다.

관절을 유지하는 치료, 인공 고관절로 대체하는 치료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결정되는데, 관절을 유지하는 치료와 인공 고관절로 대체하는 치환술로 나눌 수 있다. 뼈 조직의 괴사가 적고 퇴행성관절염이 없는 1~2기 단계에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자기 고관절을 보존할 수 있는 치료가 권장된다. 대퇴골두에 구멍을 뚫어 압력을 낮추고 혈관이 자랄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주는 감압술 치료가 대표적이다. 이미 대퇴골두의 파괴가 너무 심한 3~4기인 경우라면 가능한 한 빨리 인공 고관절 치환술을 시도하는 편이 좋다. 치료를 서두를수록 수술 후 예후가 좋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 대퇴골두에 생긴 무혈성 괴사는 해당 뼈 조직만 손상이 가는 병이다. 심각하게 손상되어 고관절이 내려앉은 경우라도 인공관절 수술로 치료하면 관절 기능을 살릴 수 있다. 나이가 젊어도 관절이 완전히 망가져서 자기 형태를 잃어버린 단계라면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

고관절은 상체의 모든 무게를 하체로 전달하기 때문에 하중의 부담이 큰 관절이다. 따라서 균형 있는 식사와 적절한 운동으로 표준 체중을 유지하여 관절에 과부하와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 좋다. 또한 쪼그려 앉지 말고, 허리를 아래로 무리하게 구부리는 등 좋지 않은 자세는 피하는 것이 좋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뚜렷한 원인이나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골절이나 탈구, 치료로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한 사례가 있다면 꾸준히 병원을 찾아 검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혈액순환 장애의 원인이 되는 음주를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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