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청춘, 창원에서 휴머니즘을 그리다

"사진 한 방 찍을게요."

포즈를 잡는 정룡 씨와 다경 씨. 서너 컷을 찍고서 슬쩍 물었다.

-올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예요?

"1년 전에 조기회 축구를 하다 두 번 연달아 다쳤어요. 운동을 안 하니 몸무게가 갑자기 확 불더라고요. 깁스 푼 지는 오래되었는데 아직 산에는 못 올라가고…. 게다가 살도 빼야 하는데 먹는 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풀은 맛이 없더라고요. 하하하."

-살도 빼고 빨리 완쾌되어 산에도 다니고 싶다는 얘기군요. 다경 씨는요?

"여행을 하고 싶어요. 휴학도 했고 국내든 해외든 좋은데…. 일단 제 손으로 가고 싶고요, 제주도에 가고 싶어요. 어렸을 때 한 번 가봤는데 아이 때의 눈으로 보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모아서 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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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새해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오후 창원 상남동 모 카페에서 'Humans Of Changwon'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두 젊은이를 만났다. 이들을 만나자고 한 것은,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Humans Of Changwon'의 이야기들이 우리 이웃의 사연을 담으면서도 꾸밈이 없고 그래서 풋풋한데, 어떻게 결성이 되었고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만나서 일단 통성명을 했다. 명함을 받았는데 여기엔 'HOC 창원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이는 곳 포토그래퍼 이정룡'이라고 적혀있었다. 옆에 앉은 이의 명함엔 같은 문구에 이름만 '정다경'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직업을 포토그래퍼라고 했다. 슬쩍 장난기가 일었다. 이들을 만나자마자 'Humans Of Changwon'에서 취재하는 방식으로 취재를 해봤다.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한 일

-'Humans Of Changwon'처럼 취재를 당하니까 기분이 어때요?

"낯설죠. 평소엔 만나서 제가 질문을 하는 건데…. 직업이 기자님이시고 저의 이야기가 월간지에 나가는 것이 낯설죠. 우리 이야기가 공식적인 기록이 되는 거니까…. 우리가 이런 데 들어갈 정도가 아닌데…."

다경 씨 역시 이런 게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Humans Of Changwon'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네요?

"처음엔 세 사람이 모였어요. 정확하게 작년 1월 20일에 첫 포스팅을 했거든요. 뉴욕에서 하는 사람이나 진주에서 하는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제가 'Humans Of Changwon'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었어요. 그때 당시 딱히 하고 있었던 일도 없었고요.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데 취업준비만 하기엔 아직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고요. 저는 그냥 단순한 흥미와 호기심에서 시작했어요. 우연히 'Humans Of Jinju' 페이지를 봤는데 우와 이런 것도 있네! 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저는 재밌겠다는 이유 하나로 시작을 해서 애들을 모은 거죠."

-'Humans Of New York'을 먼저 봤어요? 'Humans Of Jinju'를 먼저 봤어요?

"저는 뉴욕은 몰랐고요, 진주 걸 먼저 봤어요. 원조를 늦게 접한 거죠. 진주 걸 들어가 봤는데 영문으로 많이 되어 있더라고요. 진주는 영문부터 나오고 밑에 한글이 달렸지요."

-진주팀들 알고 있나요? 

"사진 찍는 김기종 씨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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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면서 진주 쪽의 도움을 받은 게 있나요?

"일단 기종이 형님 같은 경우는 예전부터 알던 사람이고요. 2012년도에 문화콘텐츠진흥원에 블로그기자단을 했었는데 그때 알게 된 분인데 페이스북을 통해 보니까 그분이 정말 많은 활동을 하더라고요. 그분이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신 분입니다. 진주 페이지를 본 것도 그분을 통해서였습니다. 이런 거 하시던데 어떤 거예요? 그거 해도 된다. 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얘기 하시길래 창원 페이지를 만들게 됐죠."

-다른 멤버들의 호응은 어땠나요?

"그 친구들에게 고마운 게 그냥 해볼래? 라고 했었는데 정말 흔쾌히 하겠다고 했어요. 그 친구들 덕분에 물론 늦게 다경이도 들어왔지만. 어디서든 말하는 건데 혼자서 했으면 3개월은 했을까 생각이 들어요."

-'Humans Of New York'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뉴욕을 모델로 삼지는 않았나요?

"뉴욕이란 자체가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요. 어? 이거 한국사람인가 생각이 들 정도의 그런 사람들도 있고요. 이만한 애부터 80 먹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다 나오니까 정말 다양한 얘기들이 있는 거죠."

-벤치마킹을 할 생각은 없나요?

 "저흰 벤치마킹은 안 하려고 해요. 진주 거랑 뉴욕 거 두 개를 받아보는데 그냥 사진만 보고 내용은 안 읽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그것을 보면 제가 사람들을 만나 질문을 하게 되면 그 내용을 흉내 낼 것 같아요. 그래서 아~ 하고 넘기는 편이에요. 기억을 안 하려고 해요."

-뉴욕은 책도 만들었던데?

"책은 재미있게 봤어요. 보면서 아무래도 저는 'Humans Of Changwon'을 하는 입장이니까 나중에 책도 만들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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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경 씨는 뉴욕 걸 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사진을 잘 찍더라고요. 저는 사진을 취미로 찍거든요. 전공이 아니라서. 휴먼스 오브 창원에서 뽑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지원을 한 거죠."

-'Humans Of New York'이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2년 조금 됐죠. 2012년 11월 시작했다니까. 뉴욕의 가능성 어떻게 점치나요?

"계속 되긴 될 것 같아요. 페이스북이 오염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불법광고들도 많이 올라오고. 그런 데 비하면 저희도 그렇고 진주도, 뉴욕도 또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일단 사람냄새가 나는 페이지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로 뉴욕엔 아직 많은 사람이, 찍히지 않은 많은 사람이 남아있을 거다. 그렇게 때문에 그런 사람을 다 찍을 때까지 계속 될 거다, 창원도 비슷하겠죠. 아직 많은 사람이 남아있으니까. 결국은 우리 의지겠죠."

-진주를 보니, 운영하시는 분은 다른 직업이 있던데, 인적 환경이 유리하고 홍보도 잘 활용하면 운영도 잘 될 것 같은데?

"진주서 하는 거 부럽죠. 운영하시는 분이 역량이 있으니까 여기저기 지원을 받아서 방송 출연도 하고 책도 출간하고 이런 식으로 하시는 것 같은데, 일단 부럽죠. 하지만, 진주와 창원은 다르니까요. 저희는 대부분 학생이고, 저야 졸업했지만…. 진주 쪽이 잘하긴 하지만 따라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일단 부러운데 그들과 우리는 다르니까 긍정적인 마인드는 본받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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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Changwon'을 언제 시작했죠?

"2014년 1월 20일에 처음으로 포스팅을 했어요. 지금까지 포스팅한 걸 대충 세어보니까 440명, 450명쯤 되는 것 같더라고요."

-하루에 몇 명까지 올려보았나요?

"저는 하루에 4명까지 취재해 올린 적이 있어요. 제대로 하려면 하루에 다 올려야 하는데, 다음 날 생각해서 오늘 두 명, 내일 두 명 이렇게 나눠서 올리기도 해요."

다경 씨가 옆에서 거든다.

"몇 개를 연달아 올리면 피드에 다 안 올라가고 최근 것만 걸려 노출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3명 이상은 잘 안 올리는 편이에요. 한꺼번에 올리면 '좋아요' 수가 제일 많은 것만 보여요. 페이스북이 그런 형태더라고요."

-'Humans Of New York'과 'Humans Of Seoul', 'Humans Of Jinju', 그리고 'Humans Of Changwon'의 좋아요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뉴욕은 1170만 명이 넘고 서울은 4만 4000, 진주는 1만 3000입니다. 창원은 이제 갓 3000인데, 물론 창원이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가 뭘까요?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게을러서 그렇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가 조금 더 노력을 해서 양질의 사진과 양질의 인터뷰를 했다면 더 많은 사람이 봐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그 이유겠죠. 다른 건 핑계고 변명이죠. 그리고 우리는 홍보를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물론 방송출연도 한 번 했었고, 다른 창원 관련 페이지에도 올라간 적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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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대 신문에도 나왔더라고요.

"네, 그것도 저희가 먼저 해달라고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요청이 왔던 거고. 어떤 페이지에도 올라갔던 것도 누가 보고 그냥 자기들이 올린 거라…. 다들 열심히 하지만 더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올릴 때는 하나의 계정으로 올리나요?

"페이지를 만들면 관리자로 여러 명을 지명할 수가 있어요. 관리자가 되면 누구든 올릴 수가 있어요. 그런데 웬만하면 올리는 사람은 한 사람으로 하려고 해요. 말하는 어투나 스타일 같은 게 통일되는 게 좋더라고요. 초기엔 세 사람이 다 올렸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신이 없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올리는 것은 제가 그냥 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취재는 다른 사람이 하나요? 역할분담을 하는 모양이죠?

"형식적으로는 포토그래퍼, 사진 찍는 사람은 다섯 명이 있고요, 이 다섯 명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고요, 번역하는 친구 한 명, 보정해주는 친구가 한 명이 있는데. 한 명은 나갔고 한 명은 나갈 예정이에요."

-그러면 충원을 해야겠네요.

"처음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보정 같은 경우는 충원을 하지 않을 생각이고요, 제가 직접 하면 되니까. 번역 같은 경우는…."

-영문과 출신을 뽑을 건가요?

"굳이 전공에 제한을 두지는 않고요,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요. 그 친구가 먼저 연락이 와서 하겠다고 해요. 며칠 전에 만났는데, 그 친구가 하게 될 것 같아요."

-다섯 명이 취재를 나가게 되면 어떻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그냥 하는 건가요? 취재 계획이나 그런 것 없이?

"다 각개전투하고 있어요. 틀 안에 가둬두기 싫어서 기획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다경 씨가 끼어들었다.

"제가 처음 'Humans Of Changwon'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했을 때 오빠가 누구를 만났을 때 필이 오는 대로 적절한 질문을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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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해줄만한 사람, 감으로 알게 된다

-다경 씨는 최근에 한 것 중에 경험담 이야기해 줄 수 있어요?

"아직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어색해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인터뷰가 가능하십니까 하고 묻는 거잖아요, 처음에는 명함보다는 모바일로 페이지를 보여주면서 이런 걸 하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다들 거부하죠."

-처음엔 대상을 누굴 잡았나요?

"20대 분들에게 다가갔었는데, 이러면 안 되지만, 사진 찍힐 만한 사람한테 다가가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감으로 알죠. 그런데 거절을 많이 당해요."

-어떻게 했길래 거절을 당해요?

"여자들은 사진 찍힌다는 거에 예민하거든요. 자기가 셀카는 많이 찍어도 남이 찍는 거는 대부분 싫어하죠. 남이 자기를 사진 찍어서 여기에 올린다는데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고 그런 거에 예민하다 보니까 거절하는 거 같아요."

-어떤 식으로 거절하던가요?

"아니, 좀 그래요. 됐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그냥 가요."

-완곡하게 거절하는군요. 주로 어디서 취재를 했나요? 학교 안, 아님 학교 밖?

정룡 씨가 끼어든다.

"어디서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거절하고. 관광지든 시내든 별다르지 않아요. 거절하는 이유는 없어요. 아, 저는 그냥 안 할래요. 이래요. 일단 페이지 자체에 대한 관심은 보여요. 저희가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하면 아…, 하면서 저는 안 할래요. 하곤 가는 거죠."

"추측인데…,"

다경 씨가 다시 말을 이었다.

"SNS라서 그런 거 아닌가 생각이 돼요. 일단은 노출이 되는 거니까. 그런 거 아닐까…. 초기에는 좋아요 수도 얼마 안 되니까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곤 했지만, 아직 얼마 되진 않지만 3000명 대에 접어드니까 '어, 생각보다 많이 보네!' 하면서 오히려 더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더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이 친구가 찍었던 것 같은데, 어느 여성분 사진을 찍어 인터뷰를 했는데 그분이 전화를 해서 지워달라고 했어요. 이유가 자기를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본다는 거예요. 역설적이긴 한데."

-경상도라는 지역적 정서도 한몫하는 거겠죠?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정룡 씨에게 물었다.

"그래서 저는 나쁜 생각인데…, 사람들에게 그냥 다가가요. 네댓 명에게 까이고 나면 멘붕이 생기거든요. 그러면 길거리에서 악기 연주를 하거나 외국인에게 다가가는 거죠. 그러면 확률이 좀 올라가요. 외국인은 열에 아홉은 해주거든요.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놀이터에 놀고 있는 애들한테 다가가는 거죠."

-애들은 초상권이 보호자에게 있어서 문제가 생길 텐데?

"그래서 더 힘든 것 같아요. 전번에 아주 귀여운 애를 봤어요. 선글라스도 끼고 힙합스타일로 있었는데 그 친구를 찍어도 되냐고 부모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바로 싫다고. 이유를 더 물어봤죠. 어떤 사람이 자기 애를 허락도 없이 찍어서 어디에 발표한 거예요. 그러면서 그 사람이 거리 출사 나가서 찍었다 그러는데 그게 너무 기분 나빴다는 겁니다. 결국, 그 친구를 못 찍기는 했는데, 약간 공감이 가더라고요. 그렇게 맘대로 찍는 사람들 때문에 저희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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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거절 당해도 이맛에 한다

-그러면 실패담 때문에 괜히 시작했다 하는, 내가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 해본 적 없나요?

"전 초반에는 거의 매일 했던 것 같아요. 이젠 달관의 경지에 오른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거절당하면 바로 '예~'하고 돌아서니까요. 그런데 내가 물건을 파는 것 같으면 거절당해도 계속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게 먹고사는 문제니까요. 그런데 이것 같은 경우에는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저는 하루 열한 명에게서 까인 적도 있거든요. 우~ 진짜. 그것도 좁은 용지호수를 도는데. 그것도 3월이었어요. 꽃피고 하는 계절에. 두 시간 반 동안 정처 없이 돌았어요.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에 풀이 죽어 있는데. 열두 번째 사람이 인터뷰를 해주니까 사르르르 다 녹는 거죠."

-그 기분 알 것 같네요. 그래 내가 이 맛에 이 짓(?)을 하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겠네요. 그런 게 있나요? 그래 이 맛이야 하는?

그랬더니 정룡 씨가 뭔가를 꺼낸다.

"이 떡볶이는 야시장 사장님이 주신 건데, 제가 알바성 'Humans Of Changwon'으로 취재하는, 상인분을 찍는데 그 사진으로 전시회를 한 적도 있어요. 1월2일인가 모르는 전화가 한 통 왔어요. 야시장에 이몬데 사진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고마워서 새해 전화 겸 했다면서 '삼촌, 시간 되면 들러' 하는 거예요. 그래서 오늘 갔죠. 그런데 떡볶이를 싸주시는 거예요. 이런 게 재미가 아닌가 해요. 별거 아니긴 해도. 그런 분이 너무 고마워요."

-남이 알아주는 그런 게 보람일 것 같네요. 다경 씨는요?

"가을이었어요. 창원대로가 단풍이 진짜 예쁘잖아요. 꼬마랑 할아버지랑 있는데 사진을 찍고 있는 거예요. 주택 앞이었는데 손녀를 봐주면서 사진을 찍고 있어요. 할아버지께 설명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딸한테 물어봐야 한다는 거예요.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하시더니 저에게 바꿔주는 거예요. 아이 엄마에게 다시 이런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흔쾌히 승낙해주시며 나중에 사진이 올라가면 사이트 주소를 달라고 하는 거예요. 사진을 게재하고 주소를 주었더니 그 밑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거예요. 찍어주어 감사하다고. 그때 정말 흐뭇했어요."

-정룡 씨가 한마디 보탰다.

"그런 거 같아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댓글로 사진 예쁘다 해주면 괜히 뿌듯하고…."

-참, 구성원이 누군지 이름을 알려줄 수 있나요?

"저와 이 친구 외에 이시화, 조돈식, 성명석 이런 친구들은 포토그래퍼를 맡고 있고요, 최진미는 보정, 이다희는 번역을 맡고 있습니다. 번역하는 이 친구는 조만간 외국으로 나갈 거라 새 친구가 올 계획입니다. 임유미 씨라고."

-자, 개인적인 질문 들어갑니다. 정룡 씨는 취직을 했나요?

"사실 제가 취업문제에 대해선 조심스러운데 최종합격한 곳이 서너 군데 돼요. 2013년도부터 꾸준히 최종합격은 했어요. 이렇게 말하면 나를 이상주의자라고 말할지 모르겠는데, 아직은 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대학 1학년 말고 전역 후 2, 3, 4학년 동안 저는 진짜 전형적인 대학생이었어요. 방학 때는 토익공부하고 자격증 따고, 학기 중에는 학점 따려고 하고 봉사시간 채우고 이랬던 사람이었어요. 졸업을 하려고 생각해보니까 제가 쉰 적이 없는 거예요. 당장 취업을 하게 되면 또 그렇게 살게 될 것 같아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제 의견을 이해해주시더라고요. 방학 때에도 근로장학생 한다고 그랬었거든요. 지금은 어머니 가게에서 용돈 벌이 겸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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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계속 쉬지는 못할 테고 언제까지 쉴 거예요?

"3월이나 4월까지는 이렇게 보낼 것 같아요."

-참, 전공이 신문방송학과죠? 혹시 언론이나 이런 쪽이 일을 하고 싶다 생각해본 적 없어요?

"사실 그때 고민하면서 직업관도 많이 바뀌었어요. 처음엔 기업체 홍보부에 언론담당 이런 걸 하고 싶었는데,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게 되면 좋아하는 게 계속 좋아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그때 합격한 곳도 기업체 홍보담당이었는데…. 이젠 직업에 대한 가능성을 많이 열어두었어요."

-다경 씨는 전공이 뭐예요?

"하하. 전 이 일과 전혀 관련이 없는 과인데, 환경생명화학과라고."

-과 이름이 너무 기네요.

"경상대 농대예요. 배우는 게 토양학, 농약학, 식물생리학, 이런 쪽을 배우는 거거든요."

-나중에 일을 하면서도 계속 'Humans Of Changwon'을 운영할 거죠? 참, 2기를 뽑는다는 얘길 본 적이 있던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분이 올린 거예요. 이 친구에게도 처음에 이야기했지만 1기니 2기니 그렇게 기수를 나눠서 운영하고 싶지는 않아요. 단지 제가 이 친구보다 먼저 시작했고 먼저 아팠다 이런 거지 구분하고 할 정도로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같이 하자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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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입니다. 혹시 'Humans Of Changwon'에 좋아요를 누른 네티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희를 특별하게 안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HOC의 매력이 그냥 옆집 사람 이야기를 담는 거거든요. 그냥 사진 찍기 좋아하는 형이고 동생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대신에 페이지는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고맙고요."

이들과 인터뷰를 끝내고 정룡 씨가 11번의 인터뷰 실패를 맛봤다는 용지호수로 갔다. 평일 오후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한 바퀴 돌면서 인터뷰과 상관 없는 주제들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정룡 씨와 다경 씨는 'Humans Of Changwon'의 운영진답게 카메라를 지니고 있었다. 혹시 다른 사람을 인터뷰하려나 기대했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그들의 오늘 사냥감은 '피플파워' 취재 기자인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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