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으로 검증된 지역 브랜드들  

'치킨, 피자, 햄버거 외식업은 우리꽃-피고 지고 또 피어 100호 점이네~' ♪

<무궁화 행진곡>에서 '피고 지고 또 피어'이 말이 현재의 프랜차이즈 시장을 대변하는 것 같아 개사해 보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0년 2000개에 육박하던 가맹본부 수는 2014년 3482개를 기록했다. 가맹점 수는 2014년 기준 19만 4199개로 매년 평균 2만 개씩 늘고 있다. 이중 외식업종 비율이 본부 수 기준 72.4%다. 가맹점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과 같다. 1~2년 만에 폐업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가맹점을 포함한 모든 음식점의 지난해 폐업률은 26.47%(한국외식업중앙회 자료 제공)다. 기존 자영업자 폐업 비율이 31.73%로 높았지만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가게도 12.94%를 차지한다. 서비스, 도·소매업 등 모든 개인 사업자 폐업률이 15%임을 감안하면 음식점의 폐업 비율은 상당히 높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내실을 다지며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경남 대표 프랜차이즈가 상당하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장모님치킨', 지역성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의령소바', 최근 열풍을 일으킨 '바보형제쭈꾸미' 등을 소개한다.

열풍 몰고온 브랜드부터 20년 이상 장수 브랜드까지 다양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80%는 서울과 경기도에 본점을 두고 전국으로 가맹점이 뻗어나간다. 하지만 경남에 본점을 두고 전국으로 진출하는 브랜드도 상당하다.

'의령소바', '창원수제갈비', '완사 소문난 옛날 피순대'(사천)와 같은 브랜드는 지역명을 상호에 넣어 전국에 지역을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중 아직은 도내 확산에 치중하는 곳도 있고 본격적으로 국외 진출을 계획하는 브랜드도 있다. 이들은 지역성을 갖춘 음식을 개발해 맛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신입 프랜차이즈 일색인 가운데 전통을 자랑하는 선임 브랜드로는 '장모님 치킨'을 꼽을 수 있다. 장모님 치킨(대표 남정훈)은 1989년 10월 마산 구암동에 1호점이 탄생했다. 당시 '맥시칸치킨', '처갓집 양념치킨', '스모프치킨', '페리카나', '하버드치킨' 등 쟁쟁한 경쟁 업체 속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이듬해 50호점을 개설했다. 부산, 울산, 경북, 대구까지 진출해 1998년 200호점까지 개설했다가 현재 146개로 다소 줄었다.

얼마 전 종영한 SBS드라마 <사랑만 할래>를 본 사람은 '의령소바'(대표 박현철)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브랜드 노출로 인지도를 높인 의령소바는 의령시장 내에 본점과 사무실을 두고 있다. 현재 가맹 예정 지역인 제주도와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 82개 매장이 있다. 의령소바는 가맹점 80%가 중심 상권이 아닌 변두리 상권에 위치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산 밀만 사용하며 골목 안쪽까지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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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천주산에서 크게 일을 낸 바보형제도 있다. '바보형제 쭈꾸미(대표 권태성)'는 형제 4명이 의기투합해 현재 43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 1호점인 천주산점을 운영하면서 경찰이 교통단속을 벌일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 매콤한 주꾸미볶음과 달콤한 수제 피자, 시원한 도토리 묵사발과 샐러드의 궁합을 맛보고자 하루에 1500여 명이 찾았다. 2014년 외국시장 조사를 겸해 중국에 가맹점을 개설하기도 했다.

 유명 치킨 브랜드에서 강제 계약해지를 당한 치킨전문가 5명이 2013년 7월 론칭한 브랜드도 있다. '치킨오브더킹'(대표 이승만)은 1호점인 창원 성주점을 비롯해 6호점까지 개설했다. 아직 창원에 집중돼 있지만 분기별로 하나씩 컨설팅해 올해 10호점 개설을 목표하고 있다.

 전라도와 창원 토박이가 만나 산낙지·닭발구이점 '대박통'(대표 김종혁)이 탄생했다. 대박통이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창원 마산회원구 내서읍사무소 근처로 지금은 전라도 10곳을 포함해 23호점까지 뻗어 있다.

 지난해 2월 창원시 용호동에 1호점을 개설한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창원수제갈비'는 현재 인천, 수원, 고양 등 전국 25곳에서 가맹점이 성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사천에 본점을 둔 '참파닭'과 '재건냉면', 창녕 '도천진짜순대', 창원 '목살55' 등도 경남에서 뻗어나간 유명 프랜차이즈로 꼽힌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가맹점 허가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갖은 고생으로 어렵게 개발한 아이템과 맛이 오히려 가맹점에서 변질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사장이 앞치마를 직접 두르지 않으면 단번에 거절한다는 대표도 있다.

 한 대표는 "지역 브랜드는 스타 마케팅 등으로 홍보에 집중하는 서울 브랜드를 따라가지 못한다. 오로지 입소문이 홍보 수단인데 간판만 믿고 쉽게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 줬으면 하는 마음보다 욕심을 앞세우는 사람에게는 노하우를 전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젊은층 눈높이 맞춰 변신 중인 장모님치킨

장모님치킨은 1998년 론칭 9년 만에 200호점을 오픈했다. 쉼 없이 튀겼다. 남정훈(61) 대표는 대구에서 맥시칸 열풍을 보고 기존 양념통닭 단맛에 경상도식 매콤한 맛을 더해 1호점을 오픈했다. 개업과 동시에 문전성시를 이루며 하루 최고 200마리까지 판매했다. 4무(無) 정책(가맹비·보증료·로열티·교육비)을 기반으로 서민창업 브랜드로 안착했다.

남 대표는 "치킨점 최초로 유채씨를 원료로 한 채종유를 사용해 당시 판매가가 1000원 더 비쌌다. 인테리어팀이 3개 팀으로 일주일에 2집을 개업시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장모님치킨은 치킨프랜차이즈산업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전국을 돌아다니며 꾸준히 맛을 연구하고 신제품을 출시했다. 치킨점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업종으로 인식되면서 지금은 전성기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지만 경남에서는 전국 프랜차이즈 치킨점과 비교해 매장 수와 판매량은 선두를 지키고 있다.

남 대표는 다시 200호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탓에 감소했던 가맹점 수를 예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경남 직영점(마산 오동동) 리뉴얼 후 다시 창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남 대표는 "최근 트렌드는 테이크아웃과 호프가 결합한 매장을 선호한다. 본사는 이러한 흐름에 앞장서고자 메뉴를 개발하고 상권이 좋은 매장으로 이전하고자 움직이는데 10·20년을 같이한 점주들은 옛 습성에 젖어 있어 본부와 손발이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매장을 사들여 다시 젊은 세대에게 인도하는 작업을 병행 중"이라고 말했다.

형제들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 바보형제쭈꾸미

'바보형제쭈꾸미' 형제들의 유쾌함과 화통함이 음식에도 고스란히 묻어난 것 같다. 평균 45세인 바보형제는 장난기 가득하고 목소리가 크다. 각박한 세상에 친근하고 편안한 바보로 불리길 자청한 이들이다.

이전에도 미용실과 고깃집을 함께 운영한 경험이 있는 형제는 주꾸미볶음 메뉴를 개발해 2013년 9월 천주산점을 오픈했다. 오랜 시간 음식 장사를 한 권태정(41)기술이사의 손맛과 권태성(48)대표·권태삼(43) 기획이사의 미용업계 서비스가 결합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예상 밖 부진에 적자를 보면서까지 50% 할인행사를 두 달간 강행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푸짐한 상차림과 맛은 입소문을 타고 주차 안내 직원 3명을 둘 만큼 성업을 이뤘다. 중간에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형제는 이를 역경이 아닌 '호기'로 받아들이고 더욱 매진했다.

프랜차이즈 사업 경험이 있는 안형준(49) 본부장은 손님으로 가게를 찾았다가 이들과 같은 길을 가게 됐다. 2014년 4월 '바보형제스토리'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가맹점 사업에 들어갔다. 현재 38개 가맹점이 있지만 권 대표는 50개 점을 한계로 보고 있다.

권 대표는 "수입 주꾸미도 등급이 있다.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니 수급에 한계가 있다. 문의대로 가맹점을 허락했으면 벌써 100호점이 넘었을 것이다. 하지만 꾸준한 맛과 가맹점의 안정적인 운영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기를 얻으면서 유사 브랜드도 생겼고 심지어 그릇까지 흉내낸 곳도 있다.

변두리 상권이라도 맛으로 승부하는 의령소바

의령소바라고 적힌 노란빛 간판이 모두 진짜 '의령소바'는 아니다. 창원 마산합포구에 지난해 생긴 의령소바는 8개월도 채 운영하지 못하고 폐업했다. 그곳 간판에는 노란옷을 입은 박현철(37) 대표 캐리커처가 없었다. 그 집은 진짜 의령소바가 아니었던 셈이다.

유사브랜드가 10여 개나 된다. 박현철 대표는 다른 브랜드의 맛이나 서비스 불만을 항의하는 사람이 많아 피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어머니를 도와 어릴 때부터 의령시장 내 화정소바에서 일을 도왔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퍼지고 짧고 딱딱한 면을 표준화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 유사 브랜드에서 맛은 절대 따라올 수 없다"고 확신했다.

가난한 형편 탓에 고등학교를 입학하지 못한 박 대표는 어머니의 유언으로 화정소바를 인수해 가게를 운영했다. 2002년 온메밀 소바 육수와 메밀면을 개발하고 2011년 지금의 자리로 본점을 이전했다. 청어 등 생선재료로 육수를 내고 국내산 메밀을 고집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다.

박 대표는 "가맹점 80%는 변두리 상권이다. 지역 음식점 브랜드는 결국 맛이다. 매출이 꾸준히 올라오니 유사 브랜드도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올해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전국 가맹점을 늘리고 중국과 동남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의 설움을 아는 그이기에 지역사회 봉사활동 공로패가 유난히 많다. 박 대표는 부인 이름으로도 꾸준히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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