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주전부리라면 부모도 '안심'

'바삭.'

잘 볶은 아몬드를 씹자 이내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이것이 아몬드 본연의 맛일까. 마지막까지 삼켜내지만 여운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창원종합운동장 후문 앞엔 '달지않은 과자'가 있다. 워낙 가게가 작고 아담해 관심있게 살피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10평 남짓한 공간에 과자는 보이지 않고 아몬드·호두 같은 견과류에 말린 파인애플·크랜베리 같은 제품만 잔뜩 눈에 들어온다.

김효경(32) 대표와 남편 배성준(37) 씨가 지난 2011년 문을 연 이곳은 과자 전문점이 아닌 '주전부리' 종합판매점에 가깝다.

견과류와 말린 과실이 주 종목이다. 도매를 주로 하지만 100g, 200g 소포장 판매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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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준 씨 집안은 창원 마산합포구 어시장에서 3대째 형제상회라는 상호로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다. 조부는 1955년경 창녕 남지 특산물인 땅콩을 판매하기도 했다. 젊은 부부가 가업을 이어가는 셈이다.

어릴적부터 지켜보던 것들이 몸에 익어서일까. 배성준 씨는 납품부터 볶는 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챙긴다. 아내인 김효경 씨도 남편이 무척 까다롭다면서 혀를 내두른다.

견과류는 대부분 날것 그대로 거래처를 통해 사들여 가게에서 볶는 과정을 거친다.

단, 호두는 볶지 않는다. 쓴맛이 강해져서다.

이곳에선 견과류 로스팅 과정에서 소금이나 설탕을 묻히는 '딴 짓'을 하지 않는다. 견과류 본연의 맛을 즐기도록 배려한 것이다.

덕분에 씹으면 씹을수록 그 고소함과 달달함이 입을 즐겁게 한다.

"손님들이 대형마트에서 구입해 드시다가 우리 제품 드시고는 다신 마트 제품 못 먹겠다고 하세요. 그러다보니 마트나 백화점에서 우리 제품을 받아서 판매하고 있어요."

말린 과실류는 납품을 받은 그대로 판매한다.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쉽다. 대신 납품업체 선정을 꼼꼼히 한다고.

뭐든 허투루 하지 않는다. 한 업체에서 대충 여러제품을 받지 않고 직접 먹어보고 맛있는 것만 받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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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과실은 견과류와 달리 설탕이 들어있다. 하지만 그 맛이 과하진 않다.

김효경 대표는 "유기농 전문 매장에서 파는 제품도 설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설탕을 많이 쓰지 않은 제품을 선별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 수는 어림잡아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매장에 놓인 시식 제품만 열다섯 가지. 덕분에 손님 입맛과 취향에 따른 선택이 가능해 고르는 즐거움이 있다.

아몬드는 비타민 E가 풍부해 피부 미용에 좋아 인기가 높다. 캐슈넛은 땅콩과 비슷한 모양인데 땅콩보다 잘 씹히는 데다 특유의 향이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특히 어린이 간식용으로 그만이라고. 두 제품 모두 연중 계속 제철이라 꾸준히 팔리는 효자 제품이다.

견과류는 특히 고급이라는 인식이 강해 선물용으로도 많이 찾는다. 제품 개별 포장과 더불어 선물용 포장에도 신경썼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이만한 선물이 없어 보인다.

마카다미아는 최근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때문인지 판매가 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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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은 한 마카다미아 알맹이를 여럿으로 조각내 판매하는데 여기선 통째 내놓는다. 덕분에 마카다미아 특유의 사각거리는 식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말린 과실은 파인애플, 망고, 크랜베리가 인기 있다. 크랜베리나 블루베리를 홈베이킹 재료로 많이들 사용해서다.

"아기 이유식에 잣을 넣어 많이들 먹여요. 요구르트에 아몬드 슬라이스나 블루베리를 넣어 먹기도 하죠. 저도 집에서 머핀을 즐겨 해 먹는데 여기에 블루베리를 넣어 먹어도 맛있어요."

구운 바나나칩도 눈에 들어온다. 인기 상품 가운데 하나인 구운 바나나칩은 바나나를 얇게 썰어 그대로 구워냈다. 달지않은 과자에서 가장 과자에 가까운 제품이다.

입안에 넣고 한입 깨물어 봤다. 오래 씹을수록 바나나맛이 은은하게 퍼진다. 시중에 파는 바나나맛 우유 같은 흉내만 낸 맛이 아니라 진짜 바나나를 썼기에 가능한 맛이다.

단맛은 자극적이지 않고 알맞다. 계속 손이 가는 까닭이다.

김효경 대표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과자보다 이곳 제품이 훨씬 낫다고 자부했다.

무엇이 차이를 결정짓는 것일까.

먼저 치밀한 제품 관리. 보통 견과류의 경우 대량으로 볶아 오랜 기간 판매하는데, 이렇게 되면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볶을 때 가운데 있는 견과가 설익는다.

그러다보니 같은 종에 같은 공정을 거쳤지만 맛이 천차만별인 것이다.

달지않은 과자는 당일 로스팅,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소형 기계를 여럿 돌려 조금씩, 자주 볶는다. 여러번 먹어도 그 고소함이 일정하다.

영업 비밀이라 알려줄 순 없지만 볶는 방식도 다른 곳과 다르다며 자신했다.

제품 포장 시 들어가는 방습제도 천연방습제를 쓴다. 비싸지만 내 아이도 먹는 것이기에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김 대표는 매일 브라질넛이란 견과류를 챙겨 먹는다고 한다. 덕분에 피부가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시집가기 전엔 견과류는 쳐다도 안 봤어요. 지금은 누구보다 즐겨 먹어요. 쌍둥이 자녀가 있는데 캐슈넛을 좋아해요. 돌아서면 달라고 아우성이에요."

<메뉴 및 위치>

◇메뉴 : △볶은 아몬드(200g) 5500원 △볶은 피스타치오(100g) 8500원 △볶은 캐슈넛(130g) 5500원 △말린 파인애플(170g) 7000원 △구운 바나나칩(80g)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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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창원시 성산구 외동반림로 132 (중앙동).

◇전화 : 070-4151-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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