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아구찜'찾아 서울에서 제주까지

서울: 1972년 낙원동에서 첫 등장…신사동 밀집지, 퓨전음식 차별화

'아귀찜'이 옳은 표현이지만 '마산아구찜'은 상표 등록까지 한 일종의 대명사와 같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마산아구찜' 간판을 단 식당이 전국적으로 500군데가 넘는다. 135곳이나 되는 서울에서부터 강원도·충청도·전라도, 그리고 제주도까지…. 마산에서 시작된 아귀찜이 어떻게 전국적으로 뻗어나갔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과 제주도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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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에는 '낙원동 아귀찜 거리'가 형성돼 있다. 악기점으로 유명한 낙원상가 바로 옆 좁디 좁은 골목에 모두 10개 아귀찜집이 있다. 이 가운데 9곳은 하나같이 가게 이름에 '마산'을 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마산'을 쓰지 않는 1곳이 서울에서 맨처음 가게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옛날집 낙원아구찜-처음집'이다.

마산에서 아귀찜을 팔기 시작한 것이 1960년대 중반인데, 이 가게는 1972년 문 열었다. 이 집이 탄생한 배경에 '마산'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주인 전낙봉(86) 씨는 "우리도 처음에는 아귀탕만 하다가 아는 사람이 찜도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지"라고 했다.

서울 낙원동 아귀찜 거리

하지만 이 낯선 음식이 서울 사람들 입에 달라붙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우연히도 이 집 식당에 일 나오는 아줌마가 마산 사람이었다. '마산아구찜'을 모를 리 없던 주인 전 씨는 아줌마를 일부러 고향 집에 자주 보냈다고 한다. 돌아올 때 '마산아구찜'을 가져오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제법 맛이 안정되었다. 그로부터 20년가량 지난 1990년대 들어 이 집 주변에 아귀찜집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낙원동 아귀찜 거리'가 형성됐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집'만 남고 모두 문닫은 시절이 있었다. 전 씨 가게는 애초부터 워낙 싼 가격에 내놓았다고 한다. 다른 집에서 이에 맞추려 하니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이었던가 보다. 결국 두 손 들고 모두 문을 닫았다. 그래도 여전히 미련을 둔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다. '원조집'과 승부를 겨루기 위해서는 뭔가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곧 간판에 '마산아구찜'을 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는 낙원동뿐만이 아니다. 신사동에도 아귀찜집들이 밀집해 있다. 1990년대 초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또한 낙원동과 연관이 있다. '처음집' 텃세(?)에 두 손 든 가게들이 눈 돌린 곳이 신사동이었다. 이곳은 퓨전음식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에서는 모두 생아귀를 내놓는다. 마산과 같은 건아귀를 아예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낙원동 어느 식당 주인 이야기다.

"건아귀를 해 보려고 말릴 장소를 찾아봤지. 우선 인천 연안부두에 널어놓았는데, 파리가 말도 못하게 달라붙어. 도저히 안 돼. 고민 끝에 산으로 가보자 해서 인왕산 큰 바위 있는 곳을 찾아냈지. 그런데 이걸 말려놓으니 등산하는 사람이며 산짐승들이 그냥 놔두질 않는 거야. 밤새 사람이 지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그냥 포기했어."

서울에서 내놓는 아귀찜은 전분을 많이 사용해서 아주 걸쭉하다. 아귀만으로는 좀 허전한듯 싶었는지 미더덕과 다른 해산물을 섞어넣기도 한다. 간장겨자소스를 내놓고, 건더기를 먹고 볶음밥으로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마산과 차이가 있다. 가격은 비슷한 양을 기준으로 보면 마산보다 1만 원 정도 더 줘야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낙원동 아귀찜 거리 인근에는 노인이 많이 모이는 탑골공원이 있다. 한 노인은 "아귀찜? 벌이 없는 우리 같은 사람이 먹기는 부담스럽지"라고 했다.

제주: 식당 메뉴 대부분 생아귀찜…지역사람 입맛 맞게 요리법 바꿔

'마산아구찜'을 찾아 제주도로 간다? 조금은 황당한 아이디어였다. 물론 이미 전국적으로 아귀찜을 하는 식당은 많다. 제주도에도 수십 곳이다. 하지만 마른 아귀와 된장을 쓰는 정통 '마산아구찜'을 하는 집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제주도에서는 더욱 그러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있었다. 그것도 마산토박이가 마산식으로 아귀찜을 하는 곳이었다.

제주시 일도2동 동광초등학교 앞 도로를 건너면 '마산오동동아구찜'이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이 고향인 조수용(65) 씨와 아내 심광연(64) 씨가 4년째 운영하는 식당이다. 조 씨 부부는 관광객보다는 주로 현지 주민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고마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가 간판 보시고 들어오고 그라지예."

조 씨는 주변에 주차장이 없어 단체 관광객은 아예 받지도 못한다고 했다.

"제주도에서 마산식으로 마른 아귀찜을 하는 데는 저희뿐입니더. 제주 토박이분들은 마른 아귀 자체를 몰라예."

메뉴판에 마른 아귀찜이 있으니 제주 토박이 중에서도 한번 시켜보는 손님도 있단다. 그러면 부부는 생아귀찜을 먹으라고 권한다.

"'마산아구찜'을 마산 방식 그대로 했는데 제주 사람들이 묵지를 못하더라고예. 마산 오동동 아귀찜은 된장을 갖고 많이 하잖아예. 장사 시작하고 일 년은 계속 사람들이 아귀찜 먹으면서 뭐가 자꾸 모자란다 카더라고예. 근데 그기 뭔지 모르겠는기라예. 그라다가 제주분들은 된장보다는 시원한 맛을 좋아한다는 걸 터득했어예."

아내 심 씨의 말이다. 이렇게 입맛을 파악하자 장사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됐다. 요즘은 배달 주문도 많다고 한다. 물론 주로 생아귀찜이다. 생아귀는 제주도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마른 아귀는 조 씨 부부가 직접 마산 어시장까지 와서 구해간다. "마산 어시장에 있는 마른 아귀 전문집에 갑니더. 직접 가서 고기 물을 보고 사 가지고 온다 아입니꺼."

제주시 '마산오동동아구찜'

'오동동아구찜' 말고도 제주도에는 '마산아구찜' 간판을 단 곳이 두 곳 더 있었다. 같은 날 제주 신시가지에 있는 '원조마산초원아구찜'을 찾았다. 주인 손순단(64) 씨는 15년째 제주에서 아귀찜을 하고 있다. 오래전 김해경찰서 앞 유명한 아귀찜집에서 요리법을 배웠단다. 손 씨는 오로지 생아귀찜만 한다.

"마른 아귀는 마산에서도 많이 먹어보고 했는데 푹 우러나는 국물이 없어서 그런가, 제주 사람들 입맛에는 안 맞아요. 이곳 사람들은 매운 거 잘 안 먹거든요."

다음 날,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 근처에 있는 '마산할매아구찜'도 찾아 갔다. 50대 여성인 주인은 고향이 서울이라고 했다. 그는 진짜 '마산할매'한테 아귀찜을 배웠다고 했다. 하지만 그도 제주 사람 입맛에 맞게 요리 방식을 바꿨다고 했다.

"저도 처음에는 마산식으로 했죠. 아귀도 살짝 말려서 하고. 그랬더니 제주 분들이 맛없다고 안 드시는 거라. 그래서 여기 사람들 입맛에 맞게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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