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서 동급생 간 폭행 발생…도교육청 문제 해결책으로'학교폭력 멈춰'캠페인 강화, 친구 도움받아 사전에 예방

지난해 12월 창원지역 한 중학교 교실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

동영상에는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뺨을 갈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또래 친구들은 그 모습을 지켜봤다. 동영상은 뺨을 맞은 아이가 친구에게 부탁해서 몰래 찍은 것이었다. 때리는 친구를 말리지 않고 몰래 동영상을 찍은 친구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교실 안에서 벌어진 학교폭력 현장에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그리고 목격 학생이 있었다. 교사도 부모도 없는 그 공간에서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폭력문화를 만들어냈다.

◇1년간 지속된 괴롭힘 = 학교폭력도 사회폭력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가해 학생 민수(가명)와 피해 학생 영수(가명)는 16살 동갑내기다. 민수는 학원에서 만난 영수가 '말도 잘하지 않고 약해 보였다'. 친구인 줄 알았던 둘 사이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로 변했다. 민수는 영수에게 물을 떠 오게 하거나 라면을 끓이게 하는 등 심부름을 자주 시켰다. 새 교복을 헌 교복과 바꿔 입자고 강요했다. 민수의 괴롭힘은 1년 가까이 지속했다.

그러던 지난 12월 어느 날, 민수는 영수에게 친구 집에서 전자담배를 훔치게 했다. 민수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영수에게 욕설 문자와 전화를 해댔다. 다음날 아침, 담임교사가 떠난 교실에서 민수는 영수를 마구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민수의 이런 행동을 예상한 영수는 같은 반 친구에게 동영상을 찍어달라고 미리 부탁해놨다.

민수에 대한 두려움과 반 친구들 앞에서 맞았다는 수치심에 영수는 학교 가기가 싫었다. 영수는 친구에게 부탁한 동영상을 엄마에게 보여줬다. 더는 견딜 수 없어 엄마에게 SOS를 보낸 것이다.

◇도움의 손길 제대로 못 잡은 학교 = 동영상을 본 엄마는 곧바로 '학교폭력 신고전화 117'에 신고했다. 엄연한 폭력 현장이었고, 대응이 필요했다. 신고받은 경찰은 이 사실을 학교에 통보했다. 학교폭력 사실이 들통났으니 보복이라도 하면 어쩌나 영수는 맘을 졸였다. 민수와 마주칠까봐 학교 가기가 더욱 두려웠다.

그러나 담임교사와 학교 측 대응은 예상 밖이었다. 담임교사는 영수에게 계속 학교에 나오라고 요구했다. 117신고 후 열흘이 넘어서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다. 교사 3명과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6명, 경찰 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민수에게 '서면사과, 보복금지, 특별교육 16시간, 출석정지 5일' 징계를 내렸다. 영수에게는 '심리상담과 조언, 일시보호, 치료와 치료를 위한 요양' 조치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담임교사는 영수에게 "민수를 용서하고 화해하라"고 설득했다. 영수와 엄마는 담임교사의 이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영수 엄마는 창원교육지원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피해 학생 처지에서 이해하고, 보호하려는 조치 없이 화해를 강요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대응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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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서동진 기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즉각적이고 단호히 대응" = 이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학교 폭력 강력 대응' 지시를 내렸다.

박 교육감 지시에 따라 도교육청은 학교폭력이 일어난 해당 중학교와 창원교육지원청을 특별감사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개최 과정에서 편파적이거나 미흡한 조치가 없었는지, 피해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한 지난해 12월 말부터 창원교육지원청이 제대로 대처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박 교육감은 2일 도교육청 간부들이 모인 월요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을 직접 토로했다.

"담임교사로서 문제가 있다면 피해자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피해자 처지에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한 거 같다. 학교폭력에 대해선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응이 기본적인 입장이어야 한다."

◇'학교폭력 멈춰!' 캠페인 강력 추진 = 도교육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학교폭력 '방관자'를 '적극적인 방어자'로 변화시키는 어울림 프로그램 '학교폭력 멈춰!' 캠페인을 강력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학교폭력 멈춰' 캠페인은 피해 학생이 "멈춰"라고 외치면 주변의 아이들도 함께 "멈춰"라고 외침으로써 다수 학생이 방관자가 아니라 방어자가 될 수 있게 하는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영수가 폭력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친구들 가운데 아무도 그들을 말리지 않고 방관했다.

'학교폭력 멈춰'는 1982년 노르웨이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생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탄생했다. 학교폭력을 없애고자 사회 전체가 괴롭힘 근절 실천운동을 할 수 있도록 노르웨이 학자 올베우스가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시행 후 2년 만에 학교폭력이 50%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후 영국과 일본·미국 등에서 초등학교 과정부터 프로그램을 정규 교과목에 편성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도교육청도 지난해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시행하던 것을 올해부터는 교육청 차원에서 확산시키기로 했다.

도교육청 학생안전과 이인숙 장학사는 "이번 사건에서 보듯 주변 동급생들이 교사나 학교에 먼저 알렸더라면 폭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그러나 학교폭력이 교사나 어른들의 시선 밖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폭력 현장을 목격하는 학생들이 적극적인 방어자가 되는 '멈춰' 프로그램이 어떤 예방 대책보다 실효성을 거둘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 장학사는 "무엇보다 일상적인 인성교육을 통해 학교에서 동급생 간, 상·하급생 간 화합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 전반 폭력문화 개선하려는 노력 필요해" = 한편, 교육부는 학교폭력예방포털사이트( http://www.stopbullying.or.kr/ )를 운영하고 있으며, 관계부처 합동으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적용되는 3차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정부는 기본계획 수립 배경에서 "학교폭력이 피해·가해 학생 차원을 넘어 국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됨에 따라 근원적 해소를 위한 대응이 요구된다"며 "가정·학교·사회 폭력이 상호 연관되는 사회 전반의 폭력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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