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전성시대 꿈꾼다

어릴 적 바람개비를 가지고 뛰어놀기를 좋아하던 소년은 지금 풍력 발전기를 만들어내는 업체 대표가 됐다. 앞으로 20~30년 안에 '신재생에너지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보는 그는 ㈜미래테크 박희천(52) 대표이사다.

행복한 경영, 즉각적 실행, 사회공헌

밀양 출신인 박 대표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그때부터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자신이 직접 기업을 운영해도 잘해낼 수 있겠다 싶었다. 그 출발점이 2008년 ㈜미래테크 설립이다. 앞서 2006~2007년 업계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붐이 일기도 했다.

미래테크는 함안군 군북면에 제조 공장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 주력 제품인 '루프형 하이브리드 풍력 가로등 시스템' 등을 생산 중이다. 제품 개발을 이끄는 회사 연구소는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에 있는 경남창원과학기술진흥원 11층에 있다.

박 대표는 회사를 창립할 때 경영 방침보다 기업 가치관부터 정립했다.

"핵심 가치 첫 번째가 '행복한 경영'입니다. 우선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두 번째는 '즉각적 실행'입니다.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고객 요구가 있으면 즉각적으로 실행에 집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가 '사회공헌'이에요. 기업의 종착역은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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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천 미래테크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이후 '친환경 사업으로 일류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명도 만들었다. 미래테크가 선보이는 아이템은 모두 '친환경'이라는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루프형 소형 풍력 발전기, 대형 풍력 발전기 핵심부품을 포함해 비상용 하이브리드 5㎾급 발전기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기존 소형 발전기는 휘발유를 쓰고, 대형 발전기는 경유를 사용하는데요. 우리가 개발한 것은 휘발유와 LPG(액화석유가스) 두 가지 연료를 쓸 수 있도록 한 제품이죠."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박 대표는 지난 10월 에너지 유공자 포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친환경 사업이 밝은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2013년 12월 베트남 스키 부대 얘기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어요. 베트남에 눈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사람들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베트남 일부 지역에는 20㎝ 이상 폭설이 내렸습니다. 우리는 지구 곳곳에서 폭설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알지 않습니까. 그래서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한계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20~30년 이후로 가면 신재생에너지 빅뱅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이유로는 석탄, 석유 등은 지구 온난화 문제가 뒤따르고, 원전은 전력 단위 생산 비용은 적지만, 드러나지 않는 숨은 비용은 아마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요? 지난 4~5년간 풍력을 포함해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많이 어려웠지만, 미래는 아주 밝을 것입니다."

사규에서 차별 조항을 없앤 까닭

미래테크는 사규에서 학력, 성별, 연령에 따른 차별 조항을 모조리 없앤 보기 드문 기업이다. 어떤 사연이 있을까.

"사실 초창기 채용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공장이 함안에 있다 보니 인원 채용하는 데 애를 먹었는데, 외국인 노동자도 함안까지 오지 않으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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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천 미래테크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려고 직원이 고용센터에 가서 면접을 봤는데, 아무도 안 오려 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박 대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면접장을 찾아가 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회사를 소개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기숙사 제공과 급여에 만족해 했다. 박 대표는 마지막에 공장은 함안에 있다고 알려줬다. 창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던 이 외국인 노동자의 대답은 "함안은 멀어요"였다. 다른 조건은 괜찮지만, 위치 때문에 갈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박 대표는 어리둥절했다.

"중소기업 사장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이렇게 수모를 당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스치더라고요. (웃음)"

이 일을 계기로 박 대표는 미래테크만의 채용 방식을 만든다. 발품을 파는 일이 먼저였다. 그가 눈길을 둔 곳은 공업고등학교.

"학교 교장 선생님들한테 전화해 특강을 하고 싶다고 했죠. 이후 1년에 수차례 특강을 했던 것 같아요. 2학년 학생을 모아놓고 10년 후를 생각하면 대학 가는 것보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이야기를 했죠. 남성은 대학, 군대, 취업까지 따지면 7∼8년 세월이 흐르는데, 그러지 말고 우리 회사에서 '선 취업 후 진학'으로 돈을 벌면서 나중에는 자신이 원하는 전문대나 대학을 갈 수 있거든요."

또한 학력, 연령, 성별 차별 조항을 사규에서 완전히 제거해 버렸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든 대학원을 졸업하든 회사에 들어와 1년 지나면 누구나 주임이 됩니다. 다음에는 능력만을 보는 거죠. 그래서 지금 회사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와 4년 근무한 대리도 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주임도 있습니다. 학력은 일절 회사 승진에 관계가 없어요. 오로지 능력제 중심이죠. 물론 규모가 큰 기업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 조건 때문에 이런 일이 어렵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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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천 미래테크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특강과 사규 덕분인지 공업계 고교에서 미래테크에 관심을 보이고 문을 두드리는 학생도 늘어났다. 현재 전체 직원 가운데 절반은 이 같은 과정으로 채용된 직원이다.

"실제 학생들이 이곳에 와서 2년 지나고 능력만 있으면 대리가 됩니다. 친구들은 대학 3학년인데, 자신은 연봉이 2800만∼3000만 원이 되고 차도 몰고 다니고요. 돈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대학에 다니면서 친구들이 등록금 등으로 4년간 약 1억 원을 쓴다면, 이 친구들은 1억 원을 모으게 되는 거죠. 결국 2억 원을 번 거나 다름없죠."

이 같은 채용과 인력 운용 인식 때문에 미래테크는 경남테크노파크가 추진 중인 지역 학생들의 중소기업 탐방 프로그램인 '희망이음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장 직원은 5년 전부터 맞춤형 인력 사업으로 공고 졸업생을 채용하고 있다.

"좋은 인재가 있다면 굳이 먼 곳이 아니라 지역 인재를 채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희망이음 프로젝트에도 그런 취지에서 참여하게 됐고요."

연구개발 노력 끝에 얻어낸 결과물

박 대표를 처음 만난 장소는 지난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린 '2014 한국국제기계박람회'였다. 미래테크는 초창기 대형 풍력 발전기 부품인 타워 플랜지(flange·이음새) 가공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풍력 부품시장이 힘들어졌고, 미래테크만의 완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6년 전 연구소를 세웠다.

"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소를 설립했지만, 중소기업 연구개발은 너무 어렵습니다. 중소기업이 많은 연구개발 비용을 들였음에도, 사업화로 연결이 안 되면 경영에 치명적이죠. 그만큼 힘든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연구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좋은 인력이 쉽게 안 들어옵니다. 국책연구기관 석·박사 등 고급 인력을 중소기업으로 파견해 정부와 기업이 급여를 반반씩 부담하는 제도가 있는데, 연구개발하는 중소기업에게 큰 힘이 되고, 개발해서 사업화로 연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지요."

현재 연구 인력은 4명. 많은 대기업이 대형 풍력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으나 일부는 포기한 상태다. 미래테크가 소형 풍력 시스템 완성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제도로 대학과 연구소 등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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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천 미래테크 대표./김구연 기자

수년간 노력한 끝에 미래테크만의 독창적인 결과물이 생겼다. '루프형 하이브리드 풍력 가로등 시스템'. 미래테크가 요즘 시장에서 미는 주력 제품이다.

이 풍력 가로등 시스템은 별도 전원 공급 없이 독립형으로, 500W(0.5㎾) 풍력 발전기에 300W 태양광 발전기를 조립한 하이브리드(혼합) 제품. 생산된 전력을 타워에 내장된 배터리에 저장해 야간 가로등에 불을 밝힌다. 가로등 위에 달린 컨트롤러가 일몰과 일출을 자가점검해 조명을 작동한다. 또 여기에 부착된 전자시계는 자체적으로 생산한 전기로 돌아간다.

바람이 불 때 풍력 발전기는 와류 현상으로 회전하는 블레이드(blade·날개) 끝단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시스템은 이런 소음을 제거한 것이 핵심 기술이다.

"이 소음을 없애려고 블레이드 끝단을 곡면으로 만들었죠. 바람이 날개를 타고 넘어갈 수 있는 형태로 제작한 겁니다. 아예 소음이 나지 않습니다."

날개를 보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곡선 형태로 돼 있다. 고리(loop) 형태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보통 풍력 발전기는 수평형·수직형이 대부분인데, 날개가 칼날 모양이다.

"루프형은 날개 1개가 곡선 형태로 2개 면이고, 발전기 전체로 따지면 모두 6개 면이 바람을 맞죠. 이 때문에 초속 1.6m 미풍에도 가동이 됩니다. 그래서 효율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루프형 하이브리드 풍력 가로등 시스템'은 다중 안전장치를 둔 점이 특징이다.

"풍력 발전기는 안전장치도 중요합니다. 날개가 부러지거나 발전기가 타면 안전사고 위험이 있거든요. 소형 풍력 발전기는 일반적으로 발전기 안에 전자식 브레이크가 있습니다. 태풍 등이 불어 날개 회전수가 많아지고 고속으로 바뀌면, 일정 속도로 자동으로 잡아주게 돼 있죠. 문제는 전자 브레이크 에러입니다. 특수 상황에서 전자 브레이크가 못 잡아주면 모터가 타버리는 현상이 생깁니다. 풍력 발전기 A/S(고객서비스)가 많은 이유입니다."

루프형 풍력 가로등 시스템은 전자식 브레이크와 함께 기계식 브레이크가 장착돼 있다. 전자식에서 제동이 안 되면, 몸체에 달린 또 다른 제동 장치인 기계식 브레이크가 원심력으로 벌어지면서 회전을 강제로 멈추게 돼 있다. 이런 기술력으로 녹색기술 인증과 시스템 전체에 대한 환경 인증도 받았다.

미래테크의 미래

'루프형 하이브리드 풍력 가로등 시스템'은 함안군 현대단조, 창원 덴소코리아 정문과 주차장, 함안군 함주공원, 경북 고령군 산림녹화기념숲 공원, 거창군 만남의 광장 등 이미 여러 지역 기업과 공공장소에 설치돼 있다. 미래테크는 일본과 중국 등에도 설치한 경험이 있다. 앞으로 아파트, 공원, 강변, 학교 등 도심 어디든지 설치할 수 있다.

이 같은 루프형 시스템은 일반 풍력 발전기와는 다른 모양으로 일본에서 우수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조형미를 인정받은 것이다.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서울시도 이 제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단다. 이에 미래테크는 서울 금천구에 별도로 사무소도 두고 있다.

2015년에는 발전 용량이 큰 3㎾급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훗날 11㎾, 50㎾까지 생산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이미 개발을 진행 중이다.

"환경단체에서 풍력 발전기를 두고 소음 민원을 지적하는데요. 소음 없는 루프형 발전기가 대형으로 나오면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모델도 될 겁니다."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서 미래테크는 결실이 있었다. 미국 태양광 전문 회사인 STF 그룹과 MOU(양해각서)를 맺은 것이다. 이르면 2015년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연구와 경영 방향도 밝혔다.

"소음 없는 풍력 발전기의 대형화를 위해 계속 연구할 겁니다. 창립 10년이 되는 2018년 이후에는 상장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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