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날개구이

어느 식재료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닭고기는 조리 방법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비교적 쉽고 편하고 빠르게 해 먹을 수 있는 고마운 재료인 것 같다. 

소고기·돼지고기와 비교하면 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소나 돼지는 잘 알다시피 부위별로 조리법이 다 달라 다루기 까다로운 편이다. 굽기에 알맞은 부위가 있는가 하면 삶거나 국물·부재료용에 어울리는 부위가 있다. 값도 닭고기보다 훨씬 내지 다소 비싸다. 

반면 닭고기는 '별 고민 없이' 그냥 통째로 굽거나 삶으면 그만이다. 토막 쳐 써도 마찬가지다. 다릿살, 가슴살, 날개, 닭봉 각 부위별 조리 방식도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굽든 삶든 튀기든 조리든 다 제각각 좋은 맛을 내는 게 닭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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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날개구이는 닭요리 중에 가장 쉬운 편에 속하는 것이다. 삼겹살 굽듯 그냥 구우면 되니까. 그럼에도 굳이 이 레시피를 소개하는 건 그 맛에 비해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요리 같아서다. 닭 하면 그저 튀김 아니면 닭도리탕, 백숙이다. 대부분 또 사먹는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맛있는 닭요리를 만들 수 있고 즐길 수 있는데.

지난 연재에서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굽기의 기본은 겉은 바삭, 속은 촉촉이다. 당연히 닭날개는 굽기 전 냉장고에서 꺼내 실온에 옮겨두어야 한다. 최소 1시간 이상. 생고기라면 키친타올 같은 것으로 수분만 제거하면 되지만 혹 냉동이라면 좀 더 정성이 필요하다. 안 좋은 냄새가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땐 청주나 화이트와인, 아니면 소주에 고기를 한동안 재어놓는 것이 좋다. 

다른 양념은 필요없다. 소금, 후추면 충분하다. 개성 있는 맛을 원하면 로즈마리나 파슬리, 바질, 오레가노 등 향신료를 더하면 되겠다. 팬은 진즉에 달궈놓았을 것으로 믿는다. 닭날개구이가 더욱 편하고 고마운 건 번거롭게 오븐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센불. 아주 강한 센불. 그리고 약간의 기름.

소금, 후추를 뿌린 닭날개를 이제 팬에 올리자. 치이익~ 수분 빠져나가는 소리가 강렬하게 들리면 예비 작업을 잘하신 것이다. 닭날개가 싸다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팬에 올리면 안 된다. 팬 온도가 낮아져 바삭한 겉면을 못 만들 수도 있다. 

시간은 닭고기 양과 불의 세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쪽 면당 대략 1~2분이면 충분하다. 겉이 노릇노릇 잘 구어졌으면 불 세기를 낮춰 속까지 고루고루 익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너무 오래 두면 또 말라비틀어지니 닭날개에서 눈을 떼지 말자.

끝이다. 닭에는 역시 마늘. 마늘을 얇게 썰어 곁들여 함께 먹으면 좋겠다.

사실 닭날개구이는 밥과 함께 먹기엔 어색하다. 레드와인이나 질 좋은 맥주와 함께 먹으면 딱이다. 갑자기 집에 손님이 찾아오거나 했을 때, 후다닥 만들어 술과 함께 즐기면 그 자리가 더욱 화기애애, 풍성해지리라 믿는다. 음식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떡볶이

떡볶이는 라면이다. 엥? 뭔 소리냐 놀라지 마시라. 음식의 조리 원리, '잘' 만드는 방법이 사실상 같아서 하는 이야기다. 모든 면 요리가 마찬가지다. 적절한 육수와 양념에, 면(떡)에 간이 잘 배면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법이다.

어떤 육수든 좋다. 멸치다시마육수, 해물육수, 사골육수, 닭육수, 가츠오부시육수 모두 가능하다. 그냥 물은 양념을 아무리 더해도 좀 허전하다. 따로 떡볶이용 육수를 만들 필요도 없다.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만든 육수를 1컵 정도만 덜어내 뒀다 떡볶이가 당길 때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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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컵이면 대략 1~2인분 정도는 만들 수 있다. 떡국떡 기준 150g 정도. 양념 양은 1컵 기준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반큰술, 간장 1큰술, 설탕 반큰술, 참기름 약간. 맵거나 단 걸 좋아하는 분은 취향에 따라 양념 양을 조절하면 된다. 다진마늘을 보통 넣지만 필자는 음식이 지저분해지는 게 싫어 육수 낼 때 으깬 마늘을 넣어 함께 우린다.

육수가 끓으면 양념을 풀어주고 팔팔팔 끓인다. 씻어놓은 떡이 투하될 차례다. 팔팔팔, 끓을 때 넣는 게 중요하다. 라면이 그렇듯. 그래야 떡이 퍼지지 않고 간이 잘 밴다. 

채소는 양파, 양배추, 당근 어떤 것도 상관없지만 이 경우 육수와 양념 양 조절이 필요하겠다. 지금 설명 드리는 레시피는 떡과 파 약간만 넣었을 때 경우다.

떡에 간이 적당히 뱄다 싶으면 불을 약간 줄여 조리듯 끓인다. 그러고 보면 왜 떡'볶이'인지 모르겠다. 볶음이 아니라 조림 요리인데. 배경을 알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니 다음 기회에 설명하는 것으로 하자. 

완성됐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떡을 하나 집어 먹어 보면 된다. 대체 몇 분을 끓여야 하는지, 양념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답답해 하는 분이 많은데 가장 좋은 방법은 요리 중간중간 자꾸 먹어보는 것이다. 그러면 적당한 타이밍과 양념 비율이 딱 온다. 다 됐다 싶으면 송송 썬 파를 넣는다. 청양고추를 넣어 매운맛을 더하는 것도 괜찮겠다. 

떡국떡을 기준으로 설명했는데 떡볶이용 떡을 쓸 경우엔 조리 시간이 더 길어진다. 아무래도 덩어리가 크니까. 

어렵게 장사하는 분들껜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만든 떡볶이가 파는 것보다 훨씬 더 맛있다고 자부한다. 육수나 양념은 별반 다를 게 없지만, 분식점이나 거리에서 파는 떡볶이들은 오래 둬서 너무 퍼지거나 급하게 만드느라 간이 잘 안 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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