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요리 인생에 담긴 철학은 국민 식생활 향상    

음식에 담긴 30년 요리 인생. 고집스럽기까지 한 요리사를 만나보면 맛에는 그의 생각이 깃들였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김해 외동 먹거리 골목에서 '하동한우국밥'을 운영하는 신동원(50) 주방장이 남긴 어록 첫 번째. 

"요리사의 본분은 국민 식생활 향상에 있습니다." 

국민 식생활 향상이라…. 뭔가 거창한 말 같지만 출처가 분명하고 고기 부위별 식감과 재료의 특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내놓는 저렴한 요리는 식생활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음식문화를 향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신 주방장이 "아는 소고기 부위가 뭐 있느냐"고 기자에게 묻는다. "등심, 안심, 안창살, 치마살…." 곧 말끝을 흐렸더니, "비싼 구이만 좋아하느냐"고 다시 묻는다. 그러고 보니 소고기는 주로 구워만 먹었다.

"대부분 소고기를 구이용으로 먹지요. 삶아 먹는 게 익숙하지 않죠." 

그러고 보니 하동한우국밥에는 구이용 소고기만 없다. 삶아 나오는 메뉴만 국밥, 전골, 수육, 곰탕 4종류이고, 생으로 먹는 육회, 육회비빔밥이 있다.

20141214010174.jpeg
하동한우국밥 신동원 사장이 육회로 쓸 홍두깨살을 손질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신동원 주방장은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 다양한 방식으로 소고기를 맛보게 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했다.

한우국밥 가격은 6000원. 비결은 고향인 하동에서 소를 마리 째 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요가 많아 비싼 구이용 등심과 안심은 사올 때 팔아버린다. 나머지 저렴한 부위로 다양한 요리를 맛보게 해 한우가 비싸다는 편견을 없애고 '솔잎 한우'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가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하동한우국밥은 솔잎 먹은 하동 한우를 주재료로 한다. 하동군 향토문화백과사전에 따르면 '솔잎 한우'란 "경남 하동군 일대에서 솔잎 생균제를 첨가한 사료를 먹고 자란 한우"를 뜻한다.

하동 솔잎 한우는 친환경 미생물제인 솔잎 생균제 '솔솔크'가 다량 함유된 전용 사료를 먹고 자란다. 이 사료는 4개의 위를 가진 소의 특성을 살려 소화 효율을 도와, 질병 없는 건강한 한우를 만든다. 

발효 사료 특허를 획득한 솔솔크는 지역 토착 미생물인 소나무에서 기생하는 토종균 아스파라길루스에 별도로 배양한 이스트균을 첨가한 생균제이다. 하동군 솔잎 한우는 지난 2월 해썹(HACCP,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기준원의 까다로운 관리 기준을 모두 통과해 안전하고 우수한 한우로 판명난 바 있다.

밥이 기본이다

신동원 주방장의 두 번째 어록. 

"음식 장사는 기본이 밥이지요. 점심장사 없는 저녁장사는 없는 법입니다."

김해 외동 먹거리 골목에서 유일하게 오전 9시부터 문을 여는 집이라고 했다. 다른 가게들은 대부분 오후 늦게 문을 연다. 주로 저녁에 술을 마시러 찾는 이 동네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해서 처음 한우국밥 집을 열었을 때는 낮에 손님이 한 명 오는 날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낮에도 혼자 와서 국밥을 뚝딱 비우고 가는 손님이 줄을 잇는다. 저녁장사만 할 경우 스쳐가는 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낮에 오는 손님이 주로 단골이 되고 저녁에는 그 손님이 친구들을 데리고 와 다른 메뉴로 술을 한 잔 했기에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하동한우국밥 면적 스무 배 만한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간판을 바꿔달고 한창 내부 공사 중이었다.

20141214010170.jpeg
홍두깨살을 얇게 썰어 양념에 무쳐 나온 육회는 달지 않고 씹기에 부드럽다./ 박정연 기자

보통은 메뉴를 정해놓고 가게를 얻지만, 가게를 얻어 놓고 어떤 메뉴로 장사를 할지 고민했다는 주인장은 처음 봤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아이들 외가가 있는 김해에 자리를 잡기로 마음먹었지요. 그러고는 김해 곳곳을 걸어서 두 바퀴 정도 돌아다니며 어떤 메뉴를 선보일까 구상을 했어요."

치킨집과 삼겹살집이 너무 많아 소고기 집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단 비싼 소고기 구이집은 하지 말자는 결심도 함께 했다.

호텔 요리사 출신의 한식 사랑

한식은 어떤 메뉴든 요리할 수 있다는 그는 호텔 주방에서 일한 경력도 있는 요리사다. 1979년 열일곱 때 태어나 처음으로 먹어본 양념 갈비가 신동원 씨 인생을 바꿔놓았다.

"하동 촌놈이 방학 때 부산에 가서 갈비를 처음 먹었는데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살이 조금이라도 붙은 뼈를 주머니에 넣어와 몰래 쪽쪽 빨아먹기도 했죠." 

그 길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요리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고 서울로 향했다. 한 7년 동안 40여 곳의 식당을 돌아다니며 한식을 종류별로 배웠다고 했다.

1986년 한식조리기능사를 취득해 서울 프라자호텔과 63빌딩에서 5년 넘게 일했다. 가방 끈이 짧다는 이유로 진급도 점점 어려워지고, 비싼 요리도 좋지만 대중적인 저렴한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호텔을 나왔다.

요리사라는 호칭이 좋다는 신동원 씨가 내놓은 한우국밥과 육회를 맛봤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 한 그릇을 호호 불며 먹는데 다른 반찬은 눈에도 안 들어온다.

20141214010175.jpeg
사태로 푹 끓여낸 진한 국물 맛에 양지 고기가 씹는 맛이 구수하다./ 박정연 기자

진한 국물 맛에 두툼한 고기가 질기지 않고 씹어 넘기기 좋다. 

육회는 먹어본 육회 중 단연 으뜸이었다. 너무 달지 않은 양념에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남은 육회를 싸달라고 했더니 냉동된 게 아니라 쉽게 변색 되니 한 시간 안에 꼭 먹으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쉽게 색이 변하지 않는 냉동 소고기와 달리 색이 금방 변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인기가 가장 많다는 '별난영양전골'은 63빌딩에서 일할 때 개발한 메뉴로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인의 유별난 보신탕 사랑을 잠재우고자 만든 요리였다고 소개한다. 보신탕은 먹어본 적 없지만 솔잎 한우로 만든 전골을 맛 보러 다시 한 번 가야겠다.

20141214010176.jpeg
사태로 푹 끓여낸 진한 국물 맛에 양지 고기가 씹는 맛이 구수하다./ 박정연 기자

<메뉴 및 위치>

◇메뉴: 

△한우국밥 6000원 △소머리곰탕 7000원 △별난영양전골 8000원 △수육백반 1만 원 △육회비빔밥 7000원.

◇위치: 김해시 내외중앙로 30 메트로타워1(외동). 055-338-0933.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