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학교를 잇는 징검다리가 나의 역할

'교육관련학을 전공하고 평생교육사나 청소년상담사, 사회복지관련 자격증이 있는 분. 여기에 1년 이상 현장 경험이 있는 분. 마지막으로 학부모로서 자녀가 다니는 학교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2010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학부모를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자 학부모지원정책을 펼쳤다. 이 정책 계획 안에는 학부모지원센터라는 것이 있어 여기서 근무할 학부모지원전문가를 모집하기에 이르렀다. 경남의 경우 2011년 1월 두 명의 전문가를 선발해 학부모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전달래(45) 씨는 경남에 단 두 명뿐인 학부모지원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수많은 자격요건을 모두 갖췄다는 뜻이다.

자녀 학교 문제, 고민하지 말고 전화주세요

"엄마, 학교에서 친구랑 싸웠는데 담임선생님이 나만 꾸짖었어."

만약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면 당신은 선생님이 우리 아이만 꾸짖은 까닭이 궁금하다. 그런데 막상 직접 선생님에게 물어보려면 신경 쓰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평소 선생님과 대화를 해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학부모에게 전달래 씨는 이렇게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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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래 경남도교육청 학부모지원전문가./최환석 인턴기자

"아이가 한 말 그대로 선생님에게 전달하세요. '우리 아이가 학교 갔다와서 이런 말을 했는데 무슨 말인지 궁금해서 연락드렸어요'라고 편안하게 물어보세요. 그렇지 않고 전화하기 미안하다거나 괜히 말했다가 우리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걱정돼 참고 넘어가면 다음에 또 아이에게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감정이 폭발해요. 이미 늦은 거죠. 그런 걸 보면 안타까워요."

학부모지원전문가는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의 소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많은 활동이 있지만 가장 무게를 두는 것은 '학부모 상담'이다. 경남이라는 큰 지역을 두 명이 관리해야 하니 찾아가는 상담은 어렵고, 대신 전화상담을 주로 한다. 생각보다 많은 전화가 걸려오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비중은 크다. 학부모 입장에선 고충을 토로할 창구가 마땅치않아서다.

"부모님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내 아이, 내 관점에서만 본다는 것이에요. 특히 아이 문제에서는 객관적이거나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죠. 문제가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 당황하다 보니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요. 그런 상태에서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면 관계가 아주 틀어져버려요. 그전에 우리 센터에 전화를 하셔서 상담을 받아보세요. 통화상담이 끝날 때면 학부모님 호흡도 진정이 돼 있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정리가 됩니다. 선생님이나 학교를 너무 조심스럽게 생각하거나 어려워한다고 할까요? 저도 학부모로서 그 마음을 잘 알죠. 하루에 걸려오는 전화 횟수는 적지만 이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 문제로 상담을 하거나 쉽게 말 붙일 곳이 없어요. 청소년상담센터가 있어서 청소년 문제를 다루긴 하지만 학교와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을 조언하고 해결해주는 역할은 하지 않죠. 물론 저희도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관은 아니에요. 간단한 조언 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다만 저희 스스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절차를 밟도록 도와주기도 해요."

요즘 학부모 성향 파악 항상 고민

전달래 씨는 학부모들이 학교 일에 참여하거나 선생님과 연락하고 지내길 꺼린다고 했다. 우리 아이 잘 봐달라며 청탁하는 것처럼 보일까,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기 싫어서다. 이 때문에 학부모지원센터에서는 '학부모 학교 참여 지원사업'에 공을 들인다. 드러내놓고 학부모의 학교활동 참여를 장려하는 것이다. 덕분에 괜한 오해를 살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적극적으로 학교 활동에 참여해 건의사항도 전달하고, 우리 아이가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능력을 학교에 기부, 아이들에게 강의를 하거나 교통봉사 같은 일들을 해도 좋다. 자녀 교육은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기관이 함께 힘을 합쳐야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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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래 경남도교육청 학부모지원전문가./최환석 인턴기자

"학부모님들 학교로 모시려면 돈이 필요하잖아요. 옛날처럼 어머니회비 내야 한다면 그게 부담스러워 학교 활동 참여를 꺼릴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국가에서 지원사업을 통해 학부모회에 지원금을 주고 있어요. 처음 사업 시작할 때는 몇몇 학부모회에는 400만~500만 원 정도 지원금을 줬었어요. 이젠 학부모님들이 학교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사비를 들일 필요가 없어요. 학교 도서관에 가서 자녀와 함께 책도 읽고, 학교 교육과정을 모니터링해서 건의사항이 있으면 학교 측에 전달도 하고요. 능력이 된다면 강의도 좋고요. 보건실 같은 공간에서 아이들을 위해 재봉질을 해주셔도 좋아요. 학부모회 활동 지원도 한 4년 정도 하고 있어요. 학부모회가 잘 운영되는 학교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교도 적지 않아요. 학부모와 학교 모두 학부모회 활동에 적극적인 곳은 활용을 잘해요. 학부모회실도 만들더군요. 학부모님들 학교 들르면 머무를 곳이 없다보니까 할 일만 하고 집에 가버리고 그러잖아요. 학부모회실 있으면 앉아서 차도 마시고 대화하는 시간도 자연스레 늘어나죠. 그렇게 건의사항도 전달하고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하면서 학교 활동 참여를 장려하는 것이죠. 이렇게 학부모회 운영하는 지원금이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보니 회계처리를 해야 하잖아요. 그런 소소한 비용처리 부분도 저희가 도와드리고 있어요. 학부모회 운영에 자문도 하고요. 사업비 받지 않는 학부모회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어요. 전화를 주시거나 필요하면 찾아뵐 수도 있어요."

학부모에게 교육정책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가끔은 우리 아이 성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다. 학부모지원센터에서는 이런 학부모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정책 이해를 돕는 설명회부터 자녀 성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가르쳐주는 강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센터 안에 교육실이 있는데요. 여기선 심화과정 교육을 해요. 일주일에 한 번씩 학부모님 10여 명 모여서 현실적으로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집단 상담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규모가 큰 일회성 강연도 있고요. 교육과정은 학부모님들 수요를 반영해요.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성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자녀 성교육 관련한 강연을 진행하기도 해요. 자녀 스마트폰 중독 문제 관련 교육도 하죠. 강연 진행은 창원시청소년성문화센터, 인터넷중독대응센터 같은 기관과 연계를 해요. 우리가 학부모님들을 모집하고 교육은 다른 기관에서 진행을 하죠. 아버지를 위한 아버지 교육도 창원시건강가정지원센터와 연계해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 씨가 학부모지원전문가 일을 한지도 4년이 다 되어 간다. 매일 학부모들의 고충을 듣다 보면 본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텐데, 힘든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일이 즐겁다고 인터뷰 내내 싱글벙글이다. 최근 전 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작년 고민 상담을 했던 학부모가 고마웠다며 전화를 준 것이다. 이런 일들이 전 씨를 즐겁게 한다.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 스스로 경계하는 것이 있어요. 조직 속에 있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질까 봐 겁나요. 또 점점 나이가 드니 요즘 학부모들 성향을 읽는 일에 소홀해질까 내내 조심하죠. 주의는 하는데 나이가 드니까 노력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어요. 힘들지는 않아요. 저는 이 일이 참 좋아요."

학부모이기에 진심어린 조언 가능해

전 씨는 마산여자상업고등학교를 나와 곧바로 삼성그룹 고졸 공채에 합격해 수도권에서 사무직으로 일했다. 외환위기 때 창원으로 내려왔고, 2009년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다. 마침 경남대학교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던 그는 이 기회에 새로운 길을 가보자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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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래 경남도교육청 학부모지원전문가./최환석 인턴기자

"2002년에 방송대학에 들어갔어요. 그때가 30대 초였는데 딱히 목적이 있어서 대학에 들어갔던 것은 아니에요. 그때 큰 아이가 9살, 작은 아이가 4살이었어요. 애 둘 키우면서 직장도 다니고 가정일도 하다보니까 나 자신은 온데간데없더군요. 잃어버린 자신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에 우연히 친구가 방송대학을 가면서 함께 가자고 권유를 해서 가게 됐어요. 교육학 전공을 선택한 것은 큰 뜻 없었어요. 학부모 입장에서 우리 아이 교육에 도움이 되겠거니 하고 선택했어요. 대학공부하는 도중에 평생교육사 자격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조금만 정성을 기울이면 취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교육학 공부가 재밌어서 시작했고 졸업과 동시에 평생교육사 자격을 취득했어요. 그 이후 관심이 더 많아져서 경남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 평생교육을 전공했어요. 졸업하고 바로 간 것은 아니고 2년 정도 쉬다가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과 좀 더 공부해보자 해서 대학원 가게 됐어요."

그러던 도중에 우연히 학부모지원전문가를 뽑는다는 공모를 접했다. 처음엔 '전문가'라는 이름이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부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격 조건을 본 순간 자신을 위한 것임을 깨달았다.

"당시 경남의 경우 학부모지원전문가 자격 조건이 교육 관련학을 전공하고 평생교육사나 청소년상담사, 또는 사회복지관련 자격증이 있으면서 1년 이상 현장 경력 있는 사람 중에서 학부모인 사람이 우선이었어요. 그리고 학교 참여 경험이 있는 사람, 학교운영위원을 하거나 학부모회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했어요. 다행히 저는 큰 아이 초등학교 때 한 2년 정도 학교 운영위원을 잠깐 했었어요. 저는 감사한 것이 학부모가 우선 대상이다 보니 젊은 사람들에겐 문턱이 높았어요. 저 같은 경우엔 학교운영위원 활동 경험도 있었고요. 제 나이에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또 들어와서 그동안 살아오면서 배웠던 모든 것을 활용할 수 있어 좋아요. 학부모로서의 경험, 교육학 전공 지식 등 하나도 빠지지 않고 다 활용할 수 있어요. 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학부모상담전문가이긴 하지만 그도 집에서는 여느 부모와 다를 것 없다. 딸과 다투는 일이 잦다.

"밖에서는 다른 학부모님들에게 상담해주고 자녀 잘 키우라고 조언하면서 집에서는 잘 안 돼요.(웃음) 하지만 지난 달에는 딸과 두 번 싸우고 이틀 만에 화해했다면, 이번 달은 한 번 싸웠고 하루 만에 화해했다, 이런 걸로 위안을 삼아요. 사소한 일이지만 제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일을 하다 보면 자녀 입장에 서서 이해하는 방법을 많이 배우거든요. 물론 적용하기란 쉽지 않습니다.(웃음)"

두 딸을 키운 경험이 학부모지원전문가 일에 큰 도움이 된다. 학부모 입장에서, 자신의 경험을 기초로 진심 어린 조언이 가능해서다.

"첫 아이 키울 때는 조바심이 많았어요. 아이가 유치원 가고 사회 관계를 형성하면서, 또 초·중·고를 가고 몸이 성장하면서 부모 입장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덜했어요. 하지만 새로운 문제나 고민거리가 끊임없이 생기더라고요. 선생님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 같은 거죠. 그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예전 우리 부모님들은 어떻게 대처했나 싶더라고요. 그땐 어떻게 할지 몰라 많이 헤맸어요. 둘째 아이 때는 별거 아니더군요. 이런 경험을 토대로 학부모님들에게 진정성 있게 조언할 수 있어요. 또 이 일을 시작하고 그동안 몰랐던 선생님 입장이나 교육기관·학교의 입장을 알게 됐어요. 학부모와 학교, 교육기관 사이에서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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