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다음으로 인구 많고 '우리 사람' 지역 정서도 한 몫

일명 PK(부산·경남)에 속하는 경남 출신 대통령은 전두환·김영삼·노무현이다. 그리고 TK(대구·경북)에 속하는 대통령은 박정희·노태우·이명박·박근혜다. 지금까지 대통령 11명 가운데 7명이 경상도 출신이다. 왜 유독 경상도에서 대통령이 많이 배출된 걸까?

천운이나 정치적 상황 같은 것을 온전히 배제하고 단순 데이터로만 접근해 본다면 유권자 수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을 기준으로 유권자 수를 살펴보면 이렇다.

전체 선거 인구 4050만 7842명 가운데 경남(260만 8874명)·부산(291만 1700명)은 552만 574명이다. 지역 정서에서 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울산(88만 6061명)까지 포함하면 640만 6635명이다.

대구(199만 746명)·경북(218만 5987명)은 417만 6733명이다.

전남 신안 출신 김대중을 배출한 전라도는 413만 1195명(광주 111만 7781명·전남 153만 12명·전북 148만 3402명)이다.

충남 아산 출신 윤보선이 있기는 하지만 직선제에서는 한 번도 대통령을 배출한 적이 없는 충청도는 401만 8904명(대전 118만 2321명·충남 160만 1751명·충북 123만 4832명)이다.

즉 전체 유권자 수 대비로 보면 경남·부산 13.62%(울산까지 포함하면 15.81%), 대구·경북은 10.31%, 전라도는 10.19%, 충청도는 9.92%다.

물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유권자 비율이 월등하기는 하지만, 선거 때 경상·전라·충청도에서 각각 '우리 사람' 정서로 뭉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양김'이 갈라진 1987년 제13대 대선 때부터 지역주의가 고착화되면서 투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런 정치 지형에서 유권자가 많은 경상도 출신이 득을 보고 있는 셈이다.

1992년 제14대 대선 때 김영삼은 지역 기반인 부산·경남에서 70%대 초반 득표를 기록했고, 김대중은 광주·전남·전북에서 90% 이상 독식했다. 그럼에도 유권자 수에서 차이가 나기에 양 지역 전체 득표수에서는 김영삼이 더 앞섰고, 여기에 대구·경북 표까지 쓸어담으며 8%p 이상 차로 비교적 여유 있게 당선됐다.

김대중은 다음 대선에서 충청도와 손 잡으며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런데 노무현이 당선된 2002년 제16대 대선은 좀 달랐다. 인물은 경상도지만 소속 새천년민주당은 호남색이었다.

전라도에서 당 색깔에 맞는 독식 혜택은 그대로 받으면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던 부산과 고향 경남에서 20% 후반대 득표율로 선전하며 당선될 수 있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전두환 때부터 한번 걸러 경남에서 대통령이 배출됐다. 전두환 경남-노태우 대구·경북-김영삼 경남-김대중 전라-노무현 경남-이명박 대구·경북…. 이 법칙(?)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는 거제 출신 문재인 차례였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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