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예향 통영]유용문 동피랑협동조합 사무장

현재도 '예향'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죠.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예전의 이름난 예술인들의 허명으로 버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향'이라고 한다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다른 지역보다는 그래도 나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거죠.

겉으로는 기존 자산으로 음악제·문학제 같은 것을 열지만, 그 온기가 지역 예술인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통영 예술 또한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30~40대 허리가 없습니다. 모임에 가면 50대가 막내급이라 신발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없으니 새로운 것보다는 이전 것을 답습하는 것밖에 없죠.

젊은 친구들에게 '지역에서 함께 손잡고 해보자'는 말을 하기 어렵습니다.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숟가락만 입에 넣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라고 합니다. 서울 같은 곳은 그나마 수요가 있으니 기대를 안고 나가는 겁니다.

예술만 해서는 생활이 안 되죠. 화가들은 주말에 강구안 문화마당에 나가 캐리커처를 그려줍니다. 그나마 이런 부업거리라도 있는 분야는 다행입니다. 글쓰는 사람들은 마땅히 그럴 만한 것도 없으니까요.

예전에는 통영에서 활동하는 작가라고 하면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받았죠. 요즘은 '한물가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자존심에 족보 이야기를 하면서 싸우기도 하고 그러는데요. '예향'에 걸맞은 현실이 아닌 건 사실입니다. 행정에서도 하드웨어는 되지만 그 외 것에서는 답을 못 찾습니다.

통영 예술은 해방 직후가 최고 부흥기였다고 봐야죠. 제2 전성기는 앞으로 몫으로 남아 있는 거죠.

문화예술 분야 학생들을 지원하는 인재육성기금이 있는데, 그것에 좀 기대를 걸어봅니다. 대학이 없으니 이 친구들도 스무 살 이후에 타지로 나갈 수밖에 없죠. 한 번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건 어렵다고 봐야죠. 꼭 통영으로 돌아와 활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봐요. 10년, 20년 후 어디서든 성과를 낸다면 그 또한 '예향 통영'을 이어나가는 힘이 되는 것이죠.

그럼에도 통영에 있는 예술인들은 힘들지만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1년에 어떻게든 글을 몇 편씩 쓰고, 또 전시회를 여는 선배님들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이건 아마도 통영 예술인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곧 선배님들이 물려준 가장 값진 유산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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