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예향 통영]서유승 통영예총 회장

저는 '예향'이라는 말보다 '문화예술의 본향'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통영 예술은 특정분야가 아닌, 문학·음악·미술·공예와 같이 다방면에 걸쳐 있습니다. 전국을 봐도 이런 땅이 없습니다. 목포도 바다를 끼고 근대 문화를 빨리 받아들였지만 문화예술에서 우리 만큼 다양하지는 않죠.

통영 예술의 전성기? 지금도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지역 예술이 예전에는 일부 계층 위주로 행해진 측면이 있는데, 지금은 전 주민이 누리는 분위기입니다.

연극협회에서 마을주민과 함께 마음을 맞춰 무대에 올리고, 여러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뮤지컬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에도 이 지역 연극인·주민들이 출연했습니다. 언제든지 누구를 시켜도 할 수 있는 끼가 있는 거지요.

여기서는 분야는 달라도 예술인들 간 교류가 잘 됩니다. 특히 인구가 14만 명밖에 안 되니까, 어느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알죠. 언제든지 서로 전화해서 술 한잔 하는 분위기입니다.

가장 몸에 좋은 먹거리는 자신이 태어난 땅 10~20리 안에서 난 것이라 하잖아요. 통영뿐만 아니라 사람들 대부분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문제는 그것을 실현하느냐 여부일 텐데…. 타지 나가 있는 예술인들 대부분이 '나중에 고향에서 뭘 할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쉽지는 않죠.

그런 면에서 김성수(79) 옻칠미술관장 같은 어른은 대단한 거지요. 옻칠 쪽에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분입니다. 대도시에서 호사를 누릴 수도 있지만, 고향 통영에서 옻칠을 부흥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오신 거지요. 자비로 미술관을 만들어 후진 양성에 열을 올리고 계십니다. 이런 어른이 계시기에 통영이 다른 지역과 분명히 다르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통영 예술인들이 타지에 나갔다가 쉽게 무너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통영 사람들 기질이 질긴 것도 있지만, '통영 예술인'이라는 그 자부심이 곧 버팀목이죠.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평생 통영에만 있는데요, 부딪히는 것도 많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남아서 고향서 할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는 예술 관련 대학이 없다 보니 젊은이들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 작가들이 활력소가 되어야 하는데, 여건이 열악하니 아쉽죠. 예술도 교육이 중요합니다. 특히 통영만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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