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 마니아들 한 자리에 모여 축제를 벌이다

우리가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피닉스 파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전국의 수많은 할리데이비슨 마니아들이 도착해 있었다.

입구에서 등록을 하고, 숙소를 배정받았다.

우리는 콘도미니엄 3개 동 중 오렌지동 2층에 나란히 방 3개를 배정받았다. 각 3명이 한팀으로 방 하나씩을 쓰고, 가족과 함께 온 회원에게 방 하나가 배정됐다.

콘도 3개 동과 호텔까지 모두 할리어와 그 가족들로 꽉 찼다. 객실은 할리어들이 꽉 차고, 주차장에는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이 꽉 찼다. 지상 주차장은 물론이고 지하주차장까지 빈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세계 곳곳에 똑같은 할리 데이비드슨 모터사이클은 없다는 말이 있다.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은 처음 출고할 때부터 순정 부품을 떼어내고 애프터마켓 제품을 장착하거나, 평소에 조금씩 자신의 취향에 맞게 튜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엄격한 법규정을 들이대면 불법인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만 해도 모터사이클 튜닝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위주, 그리고 정부의 관리 편의성 위주로 제도가 고착되어 있다. 이 때문에 튜닝산업은 충분한 수요가 있음에도 제대로 된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모터사이클과 자동차 마니아들은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입만 열면 규제완화를 외치지만, 뻔히 눈에 보이는 이런 튜닝 산업 활성화에는 왜 관심을 두지 않는지 모르겠다.

둘째 날 종일 이어진 다양한 게임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듯 멋지게 꾸민 모터사이클이 곳곳에서 광채를 발하고 있다. 눈 돌리는 곳마다 멋진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이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을까? 

숙소에 짐을 풀고, 전야제 성격의 환영행사가 열리는 광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저녁을 먹고 초청가수 공연 등을 보면서 하루 400km를 달린 피로를 풀었다.

다시 숙소에 들어온 시간은 자정이 가까웠을 때였다. 평소 잠자리가 바뀌면 쉽게 잠을 자지 못하는 예민함 때문에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1박 이상 여행을 잘 하지 않지만 그날은 워낙 피곤했던 탓인지 쉽게 잠들었다.

둘째 날, 토요일은 그야말로 축제의 날이었다. 주최 측이 여는 게임 등 주요 일정에 참가하기도 하고, 일부는 무리를 지어 주변 지역으로 투어를 떠나기도 했다. 

05.jpg
주사위-런 게임의 세번째 목적지 이효석문학관.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조재영 기자

 

우리는 종일 이어지는 게임에 참여하기로 했다. 첫 번째 게임은 주사위-런 게임이었다. 약간은 사행성이 있었지만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1만 원을 내고 참가 접수를 하면 그 자리에서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를 참가증에 기록한다. 그리고 주최 측에 정해준 곳으로 달려가서 또 주사위를 던져서 숫자를 받는다. 이렇게 3곳을 돌아서 출발지로 되돌아와서 마지막 주사위를 던지고 숫자를 받으면 된다. 나중에 주최 측에서 주사위를 다섯 번 던져서 나온 숫자와 같은 숫자를 가진 사람이 1등이 되고 그에게는 전체 게임 참가자들의 참가비 중 40%를 상금으로 지급됐다. 2등에게는 전체 참가비의 17%가 상금으로 줬다. 

우리는 회원 모두가 이 게임에 참가해 함께 주요지점으로 함께 달렸다. 첫 번째 목적지가 이승복 기념관이었고, 두 번째는 해발 1000m가 넘는 운두령 정상이었다. 세 번째 목적지는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소설가 이효석 문학관이었다. 출발지로 되돌아왔을 때 달린 거리가 70km쯤 되는 듯했다.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평창군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지만 썩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예전에는 호그 행사에 참가한 할리데비슨 모터사이클이 모두가 한꺼번에 천천히 줄지어 달리는 '그랜드 랠리'가 열렸었다. 그랜드 랠리가 열리면 수백 대의 할리데이비슨이 프레이드 하듯 대열을 지어 달리는 그것 자체로 장관이며, 멋진 볼거리였다. 하지만, 도로를 통제해야 하는 등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 이해는 하지만 아쉽다. 모터사이클의 한 시간 행사는 안 되고, 몇 시간씩 도로를 통제하는 마라톤이나 자전거 달리기는 괜찮은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마라톤이나 자전거달리기는 모터사이클 행사와는 다른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일정 시간 동안 도로를 통제하고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 점은 마찬가지다. 마라톤이든, 자전거달리기든, 모터사이클 행사든 각각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기 마련인데 모터사이클만 부정적인 측면만 내세워 이런 행사를 못 하게 하는 것 같아 아쉽다는 얘기다.

단체줄넘기 1등의 영광을 우리가…

오후에는 리조트 광장에서 행사가 이어졌다. 단체줄넘기, 모터사이클 세우기, 케이크 빨리 먹기, 모터사이클 묘기 등이 이어졌다. 우리는 단체줄넘기와 모터사이클 세우기 게임에 도전했다. 줄넘기에는 10명이 참가해야 하는데 세 사람이 모자라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직원들의 지원을 받았다. 2명이 양쪽에서 줄을 돌리고, 8명이 줄을 넘어야 했다. 우리 팀은 호흡을 맞춰서 겨우 4개를 넘었다. 그런데 다른 팀들이 대부분 2개~3개에 그쳤다. 그 덕분에 우리 팀이 1등을 했다. 행운이었다. 우리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한 것처럼 말이다. 1등 상품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호텔 숙박권이었다. 팀원 1명당 한 장씩 숙박권이 돌아갔다. 

06.jpg
단체 줄넘기 게임. 우리팀이 이 게임에서 1등을 했다. 다른 팀의 게임 장면. 남녀노소 참가자와 보는 이들이 모두 즐겁다. /조재영 기자

 

모터사이클 세우기는 4명이 한팀으로 1명씩 달려가서 넘어져 있는 모터사이클을 세우고 되돌아오면 다음 사람이 달려가는 방식이었다.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은 아주 무겁다. 가장 작은 기종도 230kg이 넘고 가장 무거운 기종은 400kg에 육박한다. 그래서 넘어져 있는 할리를 혼자서 세우는 것은 만만치 않다. 힘과 요령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경북팀과 맞붙었는데 아깝게 지고 말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평소에는 혼자서 안간힘을 써도 잘 세워지지 않던 할리데이비슨이 생각보다 쉽게 세워졌다. 아마도 급해지면 누구나 괴력이 생기는 모양이다.

케이크 빨리 먹기 게임은 팀원들이 한꺼번에 달려가서 손을 대지 않고 케이크 하나를 빨리 먹어치우는 게임이었는데, 모두 얼굴에 케이크 크림 범벅이 되어 웃고 즐기는 게임이 됐다.

다음 행사는 모터사이클 묘기였다. 유튜브 등 동영상으로 모터사이클 묘기를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들은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하면 저렇게 탈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모터사이클을 능숙하게 다뤘다.

04.jpg
할리데이비슨 호그랠리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조재영 기자

 

앞바퀴를 들고 뒷바퀴만으로 달리는 '윌리', 달리다가 급정거하면서 뒷바퀴를 높이 들었다가 내리는 '잭나이프'는 기본이었다. 누워있는 여러 사람을 뛰어넘기도 했다. 우리 클럽 회원 한 명이 불려나가서 드러눕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모터사이클이 자신 위로 뛰어넘을 때 그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그렇게 누워있었던 덕분에 멋진 선글라스를 상품으로 받고 좋아서 싱글벙글했다.

평창랠리의 절정은 이날 저녁이었다. 시상과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주사위-런 게임에서 2등에 당첨된 할리어는 많지는 않은 금액이었지만 받은 상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써달라며 다시 내놓았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영화배우 독고영재 씨가 무대에 올라 인사를 했고, 가수 박상민 씨의 축하공연이 이어지면서 전국에서 모인 800여 명의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이 하나가 됐다. 마지막으로 화려한 불꽃이 평창의 밤하늘을 수놓자 참가자들이 탄성을 질렀다. 할리데이비슨과 함께하는 가을 축제의 밤이 깊어갔다.

03.jpg
약 900명의 할리어와 그 가족들을 열광하게 만든 가수 박상민 씨의 축하공연. /조재영 기자

 

돌아오는 400km 길에서 아찔했던 순간

일요일,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준비를 해야 했다. 그것은 400km를 달려 집으로 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달려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한 번 더 그 멋진 풍광을 느껴보기 위함이기도 했고, 그 길이 집으로 오는 최단 코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양쯤에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 회원 한 사람이 길가에서 손을 흔드는 아이를 보고 손을 흔들어주다가 순간적으로 길을 벗어난 것이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모터사이클에 문제가 생겼다. 즉시 할리 데이비드슨 코리아 부산점 정비팀에 연락을 했다. 마침 정비팀도 평창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던 중이어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정비팀이 와서 트럭에 모터사이클을 싣고 떠났다. 운전자도 허리를 삐끗해 약간의 통증이 있었지만 이번 행사에 참가한 회원 중에 정형외과 의사가 있어서, 그가 응급처치를 해줘서 모터사이클 뒤에 타고 이동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는 내 뒷자리에 탔다. 그 회원은 창원까지 달리는 내내 뒤에 쫓아오는 우리 회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덕분에 우리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멋진 사진 몇 장을 더 얻을 수 있었다. 

 

02.jpg
행사 마지막날 아침, 할리어들이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줄지어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조재영 기자

 

 

 

01.jpg
집으로 돌아올 때 내 뒷자리에 탓던 회원이 촬영한 우리클럽 회원들. 경북 5번 국도에서.

 

왕복 약 900km, 2박3일 동안 우리나라의 내륙을 남북으로 오가며 그림 같은 풍경을 가슴속에 담으며, 같은 것을 좋아하는 이들끼리 마음껏 즐긴, 나와 우리 회원들의 축제는 끝이 났다. 훗날 2014년 가을은 '호그랠리'로 기억될 듯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