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파스타

날이 선선해지니 굴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맛 좋고 비교적 값도 싸고 술안주로도 제격이고 참 고마운 굴인데 먹는 방법이 한정적인 건 몹시 아쉽다. 대개 날로 즐기는 데만 익숙하기 때문이다. 

향긋한 굴과 알싸한 마늘, 구수한 면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는 굴파스타를 추천해본다. 흔히 파스타 하면 떠오르는 토마토나 크림 소스 범벅이 아닌 올리브유를 기본으로 하는 파스타다. 올리브유 역시 맛의 중심 포인트인 만큼 되도록 유리병에 든 고품질을 사용하길 권한다. 

기초 작업이 필요하다. 굴에 소금을 적당히 뿌려 서너 시간 이상 절인다. 그런 다음 굴의 물기를 잘 제거하고, 올리브유와 화이트 와인, 마늘, 파슬리를 더해 다시 1시간 이상 절인다. 여기까지 했으면 굴파스타는 거의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보통 파스타는 소스를 먼저 만들고 면을 삶지만 굴파스타는 반대다. 면을 미리 삶아놓는다. 면은 올리브유 베이스 파스타에 잘 어울리는 링귀니를 추천한다.

면 삶기도 지켜야 할 디테일이 많다. 면이 엉겨 붙지 않도록 널찍한 냄비를 사용해야 하고, 물이 끓으면 소금을 넣어 면의 간을 맞춰야 한다. 1ℓ당 소금 1큰술 정도. 그래야 나중에 싱겁지 않다. 시간은 봉지에 적힌 것보다 좀 덜 삶아야 볶고 나서 퉁퉁 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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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우 기자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다량의 마늘을 3~4등분해 올리브유에 볶는다. 약불에서 서서히. 올리브유는 넉넉히. 마늘은 얼마나 넣어야 하냐고 묻지 마시라. 취향껏, 마늘 향과 맛을 좋아하면 듬뿍, 아니면 적당히 넣으면 된다. 

필자는 파스타 2인분을 만들 때 최소 10개 이상 넣는다. 마늘은 파스타가 완성됐을 때 갈색빛이 돌 정도로 바싹 볶으면 안 된다.

마늘향이 그득해졌으면 불을 세게 올린 뒤 앞서 절여놓은 굴을 볶기 시작한다. 화이트 와인 약간도 더해서. 기본적으로 해산물은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오래 볶거나 구우면 안 된다. 센불에 재빨리, 굴의 촉촉함이 살아 있도록 볶는다. 

삶아놓은 파스타면이 등장할 차례다. 자글자글 굴과 마늘이 볶아지고 있는 현장에 면을 투하한다. 면을 넣기 전에 파를 좀 함께 볶아도 괜찮다. 

면을 볶을 때도 역시 센불이다. 그래야 면에 소스가 잘 배어든다. 1~2분 정도. 

거의 다 볶아졌을 때쯤 파슬리, 시금치 등 각종 채소를 더해 향긋함을 증진시킨다. 다 만든 뒤 파슬리가루 같은 걸 뿌려도 상관없다. 통후추 갈은 것도 잊지 않는다.

완성이다.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좀 있긴 하지만 참 간단하지 않은가? 

무슨 맛이 날까, 혹 비리거나 심심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분도 있겠으나 굴파스타의 깊고 오묘한 맛에 금세 푹 빠져들 것이다. 

달지 않은 상큼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다면 금상첨화겠다. 

굴전

날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서양 사람들에게도 굴만은 예외다. 한데 좋아해도 마음껏 먹지 못한다. 굴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굴 1개당 가격이 거의 우리 굴 1봉지(200g) 값이라고 한다. 온갖 요리가 발달한 서양에서 별 특색 있는 굴요리를 못 찾겠는 것도 다 이 탓인 듯싶다. 날로 먹는 것도 모자란데 굽고 지지고 볶고 할 여력이 어디 있겠나. 

그에 비하면 '넘쳐나는' 굴을 날로는 물론, 국이나 찌개에도 넣어 먹고 전까지 부쳐 먹는 우리는 참 축복받은 민족이 아닐 수 없다. 

전이니 당장 밀가루나 부침가루, 계란을 떠올리겠다. 근데 왜?

요리를 좀 아는 사람은 '당연히 계란물이 잘 입혀지고 전 모양이 잘 나오게 하기 위해서'라고 약간 짜증스럽게 대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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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우 기자

그렇다. 결국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밀가루까지 익히기 위해선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한데 이때 재료(굴)의 '과잉 익힘'이 뒤따르는 것이다. 반대로 밀가루가 덜 익으면 그 꺼끌꺼끌한 느낌이 전 맛을 망치게 된다. 

단순명쾌하게, 쉽고 편하게, 계란과 소금만 사용하자. 모양보다는 맛이 더 중요하다. 숟가락으로 신경 써서 다루면 모양도 빠질 게 없다.

역시 굴의 물기를 잘 잡는다. 모든 볶음·구이 요리의 기본 중 기본이다. 계란과 소금 비율은 취향대로다. 대략 계란 5개당 반큰술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나중에 심심하다 싶으면 초간장에 찍어 먹으면 되니 너무 짜지 않게만 하자.

물기를 제거한 굴의 다음 동선은 당연히 '퐁당'이다. 굴은 굽기 전 실온에 좀 두어 잘 볶아지도록 준비운동을 마쳐놓아야 한다. 

구울 차례다. 역시 센불. 겉은 바싹, 속은 촉촉할 수 있도록. 숟가락 같은 것으로 굴과 계란물을 함께 떠 기름을 두른 펜에 올린다. 

모양이 좀 안 잡히겠지만 맛엔 전혀 지장 없다. 오히려 더 맛있다. 계란옷이 잘 안 입혀졌으면 중간중간 숟가락으로 계란물만 살짝 떠 얹으면 된다. 

순식간에, 재빨리 구워야 한다. 그래야 굴이 퍽퍽해지지 않는다. 겉은 노릇노릇하게. 

전은 구운 즉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보통 명절 때 미리 만들어놓고 하염없이 오래오래 먹는데 바람직한 건 아니다. 

맛이 어떤지. 갓 만든 전을 바로 먹는 것 자체만으로도 플러스 100점이다. 앞서 말한 대로 초간장을 곁들이면 더욱 좋겠다. 

반찬으로 주로 먹지만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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