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가격' 반다찌·미니통술로 진화

아무래도 술상이란 게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마산영화자료관 이승기 관장의 기억에 통술은 각 가게마다 가는 손님이 달랐다. 노동자·예술인·관료 등이 주로 찾는 가게가 다 달랐다는 말이다. 저마다의 음주문화 차이 때문일 수도 있으나 이는 주머니 사정과 관계가 있다. 노동자보다 예술인이, 예술인보다 관료들의 술상이 더 풍성했으리란 가정은 쉽게 할 수 있다.

그는 또 최근 통술집에 가면 젊은 사람이 더 많다고도 한다.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 비싼 가격이니 한창 벌이가 좋은 40~50대가 이용할 수밖에 없는 조건인 것이다.

통영서 만난 다찌집 주인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다찌 또한 가게마다 드나드는 손님이 다르다는 것인데, 1인 3만 원인 이 집의 주요 고객은 중견공무원들이라고 한다. 뱃사람들이 가는 다찌집은 따로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담스러운 게 서민들 살림살이다. 가격이 싸다한들 두 사람이서 소주 몇 병 나눠 마시면 5만 원은 훌쩍 넘어 버린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반다찌'다. '온다찌'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다찌 분위기를 살린 술상인데 통영항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서 만날 수 있다. 상차림은 군산의 실비집과 비슷하다. 다찌에 비할 바는 안 되지만 '밥보다 술'인 주당들에겐 이만한 것이 없다.

통영항 주변의 반다찌. /권범철 기자

다찌와 가격과 차림에서 비슷한 '통술계'에도 비슷한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미니통술'이다. 옛 마산 교방동과 장군동 등지에 드문드문 들어선 미니통술은 이곳 주당들의 보배다. 기본 1만 5000원인데 2만 원 한 상을 주문하면 꽃게찜부터 생선구이까지 기대하지 않았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술은 한 병에 4000원이다. 주변에 흔한 실비집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가게 맞은편 미니통술은 일식집과 비슷한 코스로 특성화했다. 튀김과 오븐에 구운 생선구이 등이 있어 젊은 여성들이 찾아도 좋을 만한 술상이다.

창원시 산호동 상공회의소 옆 'ㄴ횟집'도 미니통술로 분류할 수 있다. 1인 1만 원이면 다양하고 풍성한 상차림에 생선회까지 먹을 수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가도 후회하지 않을 수준이다.

이처럼 '반다찌'나 '미니통술'이 느는 것은 서민들이 찾기에 다찌와 통술이 비싼 탓이라 서글픈 풍경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퇴근길 노동자들의 피로와 배고픔을 동시에 만족시켜줬던 것이 통술과 다찌였다면 어쩌면 본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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