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최초의 게스트하우스

'뭉클게스트하우스 공사 첫날입니다.'

지난 5월 23일이다. 페이스북에 진주시 칠암동에서 게스트하우스 공사를 시작한다는 공지가 떴다. 

"진주에서 게스트하우스가 생긴다니 대환영입니다. 진주에 살고 있지만 가서 자고 싶군요."

"진주 게스트하우스 1호군요. 멋진 곳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진주지역 페이스북 사용자들 사이에 금세 화제가 됐다. 경남지역도 통영 남해 하동에 이어 드디어 진주에서도 생기는구나, 기다렸다, 반갑다 등 반응은 뜨거웠다. 좀 보태 말하자면 '난리'였다. 

그리고 페이북을 통해 가끔씩 공사 진행과정과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올라왔다. 이제는 공사가 끝났겠다 싶을 때 여전히 벽을 허물고 용접을 하고 가구를 만드는 포스팅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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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강선녀 씨가 공사 현장에서 직접 용접을 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9월 27일 공식 개장을 했다. 공사 기간만 거의 4개월, 게스트하우스를 계획하고 집을 산 지 7개월만이었다. 조촐한 파티를 기획하며 '이런 날이 오기도 하는군요'라는 감회는 현장에서 직접 해머를 들고 용접마스크를 쓰고 바닥을 박박 긁으며 봄과 여름을 다 보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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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이랬다

진주에도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자는 최초 제안자는 박범주(45·코앞건설 대표) 씨다. 건축가이자 지역내 문화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박범주 씨는 "타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진주에 전시 공연 등을 하러 오는데 딱히 묵을만한 곳이 없었다"며 "지역 문화를 느낄 수 있고 지역 사람들이나 예술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대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 오래 전부터 고민해오던 거였다.

"마침 경남문화예술회관 옆에 맞춤한 집을 발견했어요. 똑 같은 건축양식의 집이 두 채인데 동시에 매물로 나온 거였지요. 반지하에 5~6개의 방을 둬 자취생 등 월세를 줬던 집이었는데 잘 개축하면 굉장히 재미있고 멋진 집이 나올 것 같았어요."

박범주 씨는 두 채의 집을 보고 나서 두 사람에게 제안했다. 먼저 후배인 강선녀(39) 씨, 그리고 누나인 박낭주(48) 씨였다.

"지역에서 게스트하우스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제가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제안한 거지요. 다행히 두 분이 다 흔쾌히, 오히려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섰지요." 

강선녀 이야기-뭉클 게스트하우스 1호 대표 

강선녀 씨와 박낭주 씨는 서로 친분은 있었지만 같이 일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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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녀(39) 씨. 뭉클게스트하우스 1호 대표./권영란 기자

먼저 강선녀 씨. 그녀는 지난해 9월 30일자 경남도민일보 '동네사람' 코너에 '직업이 몇 개? 선녀 씨는 24시간이 모자라'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선녀 씨는 지역에서 설치미술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도 하는 일이 많다. 5년 동안의 인도 유학생활을 끝낸 후 진주에 돌아와 2차례 개인전을 하고 이미 '커피포트'라는 커피숍과 '꽃바람 공방'이라는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토록 바쁜 선녀 씨가 또 게스트하우스까지 연 것이다. 일을 낸 거다. 선녀 씨를 아는 사람들은 '문어발식 그룹 회장님'이라고 농을 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 안다. 선녀 씨가 딱히 돈을 벌 생각으로,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일을 벌이지는 않는다는 걸 말이다. 

그녀는 "약간의 빚이 있는데 그건 살아가면서 청산하면 되는 거고 여유가 되면 게스트하우스 시작할 때 도움을 준 투자자들을 위한 분배와 환원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녀 씨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자는 제안이 매우 흥미로웠다. 인도에 있을 때도 그랬고, 이후 여행을 할 때도 게스트하우스는 단순히 숙박을 하는 곳이 아닌 그 지역의 문화공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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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뭉클 1~2인실. 이곳의 모든 가구와 실내는 강선녀 씨의 작품이다./권영란 기자

"게스트하우스 또한 지금까지 해왔던 일의 연속일 뿐입니다. 개인 작업보다 장르를 뛰어넘으며 연극, 미술, 건축 등 여럿이 함께 하는 작업을 즐겼고 나이불문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일을 이야기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체가 즐거운 일이지요."

선녀 씨에게 게스트하우스는 잠자리로서의 공간만이 아니다.

"여행지에서의 숙소는 단순히 잠을 해결하는 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행지와 그 지역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곳, 여행지의 문화나 정보, 지역예술 등을 담아내고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뭉클이 그런 공간이길 바랍니다. 그 여행이 좋았던가 좋지 않았던가를 평가할 때 뭉클 덕분에 진주 문화와 진주 사람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길 바라고요."

여기에다 일상이 아닌 여행이라는 특성 속에서 찾아오는 낯선 곳에서의 어색함과 두려움을 덜어주는 곳이 게스트하우스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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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 1호 커뮤니티공간 입구. 이용객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든다./권영란 기자

박낭주 이야기-뭉클 게스트하우스 2호 대표 

"동생의 제안이 참 반가웠어요. 제 경험상으로도 여행지에 가면 게스트하우스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거든요. 가족과 여행을 갔을 때 호텔이나 펜션은 이용료가 너무 비싸고 모텔은 아이들과 같이 가기에 꺼림칙하고…. 그렇다면 갈 데가 참 마땅치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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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주(48) 씨. 뭉클게스트하우스 2호 대표./권영란 기자

박낭주 씨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둔 주부답게 좀 더 현실적인 점을 예로 들었다.

낭주 씨는 이곳 뭉클에서 안주인과도 같다. 모든 예약과 숙소 불편 사항은 낭주 씨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낭주 씨는 매일 청소하고 빨래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예약전화를 받는다. 

"일이 만만치는 않는 것 같아요. 이전 직장이 지역아동센터였는데 거기에서 일하는 것보다 신경 써서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네요." 

수건을 사용하는 것, 아침에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것 등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것도 낭주 씨 몫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다.

낭주 씨는 혼자 온 여행자들의 카운슬러가 되기도 한다. 대학 휴학을 하고 한 달 동안 여행을 다니는 22살의 청춘에게 대학 졸업 후 결혼을 하고 10년 넘게 주부로 있던 그녀가 40세가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것들을 먼저 이야기 한다. 때로는 새벽 일찍 떠나는 여행자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와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두 자녀를 키우고 가족을 챙겼던 어머니 마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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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식 날 준비한 인도식 카레./권영란 기자

'갤러리 뭉클', 게스트하우스의 표정을 담다 

뭉클 게스트하우스 2호에 있는 '갤러리 뭉클'을 이야기해야 겠다. 이곳은 1호에 있는 커뮤니티 공간과 함께 뭉클이 지향하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는 곳이다. 커뮤니티 공간이 낯선 여행자들끼리 서로 얼굴을 익히고 여행지의 정보를 나누는 곳이라면 갤러리 뭉클은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기획전시하는 상설 전시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갖춘 게스트하우스가 전국에 몇 있을까 싶다.

뭉클 개장과 함께 동시에 갤러리 뭉클도 개관했다. 개관 첫 전시 주제는 '마음의 방; 뭉클한 열림'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있는 <갤러리 1326> 강대중(39) 대표가 기획을 하고 강창호, 노순천, 노은희, 듀, 여원, 정치성 등 지역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갤러리 뭉클은 작지만 전시공간으로 좋습니다. 창원 진주 등 지역 작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갤러리가 될 수 있을 거라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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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갤러리. 개관전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권영란 기자

20평 정도의 갤러리인데 6개의 작은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원래는 다닥다닥 붙은 셋방살이 쪽방이었지만 선녀 씨가 갤러리를 만들면서 벽과 벽 사이를 반만 허물어 '열린 공간이지만 독립된 6개의 방'이 탄생한 것이다. 한 작가의 작품도 다양하게 또는 독립적으로 전시할 수 있고, 여러 작가의 그룹 전시회에는 더욱 용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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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갤러리 작품들./권영란 기자

뭉클 게스트하우스는 1호와 2호를 합해 전체 대지 110평 정도, 건평 70평 정도지만 구석구석 나름의 색다른 공간이 있다. 이중 갤러리 뭉클은 가장 대표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 공간을 두고 앞으로 다양한 기획전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다행히 갤러리1326 강대중 대표와도 이야기가 잘 되는 편입니다." 

갤러리 뭉클은 작은 공간이 어떻게 다채로울 수 있는지 기대되는 곳이다. 이곳은 숙소 이용객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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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토리. 침대 하나씩을 빌려 잘 수 있는 공간이다. 게스트하우스만의 특징이다. 뭉클에는 2개의 도미토리에 8개의 이층침대가 있어 16명이 사용할 수 있다./권영란 기자

성수기에도 이용료 올리지 않을 것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는 지역과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베드당 1만 5000~3만 원을 받는다. 제주도나 일반적으로 관광지로 알려진 곳에서는 여러 개의 게스트하우스 중에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심으로 갈수록 게스트하우스를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다만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오히려 외국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오히려 붐을 이루고 있다.

뭉클 게스트하우스는 진주시의 원도심인 일반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어 도심형 게스트하우스라 할 수 있다. 진주를 찾는 여행자들에게는 지리적으로 아주 유리한 곳이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진주 시내를 관통하는 남강으로 나갈 수 있고 10분만 걸으면 진주 시내에 닿고 15분만 걸으면 진주성과 촉석루에 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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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무엇보다 위치가 진주의 한가운데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디든 쉽게 갈 수 있고, 주택가라 다른 지역 게스트하우스처럼 고성방가를 할 수 없고 바비큐나 술파티 등을 함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지요. 일단 일을 더 안해도 되잖아요."

선녀 씨와 낭주 씨는 이런 점이 서로 통한다. 두 사람은 각각 한 채 씩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나가고 들어오더라도 모든 지출과 수익은 똑같이 부담하고 똑같이 배분하기로 했다. 누가 더 손해를 보고 누가 더 이익을 취하고를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뭉클게스트하우스는 이용료는 어떻게 될까.

도미토리(dormitory·여러 명이 함께 묵는 공동침실)는 8개의 베드가 있다. 남자방, 여자방 각각 2개이다. 여기에다 개인실 또는 가족실이 8개 있다. 도미토리는 간단한 조식을 포함해 베드당 2만 원, 개인실과 가족실은 조식 포함 4만 5000원, 5만 5000원이다. 

"진주는 10월부터 2주 동안 남강유등축제 등 세 개의 축제가 이어져 성수기 중에도 최성수기라 할 수 있습니다. 개장 첫 해이기도 하지만 성수기라 해서 평소보다 이용료를 올리지는 않았습니다."-박낭주

"일 년 열 두 달 내내 같은 이용료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다른 곳과 비교해서가 아니라 이만큼 받으면 나도 좋고 이용객도 좋은 적정 가격을 고수하겠다는 생각이지요. 이 마음을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디 돈독 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하."-강선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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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게스트하우스인가?>

"게스트하우스요. 일단 싼 값으로 잠자리를 해결하고, 혼자 여행 다닐 때 안전하고, 다른 여행자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잖아요."

김지혜(23·충북 청주시) 씨는 10월 한 달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여행 경비는 대략 숙박, 교통, 식비까지 포함해 1일 4만 원을 쓴다. 모텔의 하룻밤 숙박비밖에 안 되는 비용으로 가능한 것은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에서 숙박과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숙박료도 저렴한데다 여행자들이 여럿이 어울리니 안전도 보장되고,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 일반적으로 아직 생소한 용어지만 국내 관광업계에서 새로운 숙박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30대 여행자들에게 트렌드가 된 지는 이미 수년 전이다. 

게스트하우스란 중세 유럽에서 손님을 위한 세컨드하우스 개념에서 시작됐다고도 하는데 정확치 않다. 현대에 와서는 숙박시설의 하나로 여행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개의 침대가 있는 방을 여러 명이 함께 투숙하는 다인실이 있다는 점이다. 흔히 도미토리(dormitory)라고 부르는 이것은 방을 빌리는 게 아니라 침대 한 칸을 빌리는 것이다. 그리고 샤워실과 주방, 화장실은 이용객이 공동시설을 이용한다. 현재 국내에 자리 잡은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간단한 아침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커뮤니티공간이 있어 이용객들이 서로 여행정보를 나누거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갖춘 곳도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숙박업 형태다. 엄밀히 말하면 숙박업 중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 원래 게스트하우스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는 외국어가 가능한 업주와 시설 및 규모의 제한이 있어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가능하다. 현재 경남도내 게스트하우스 간판을 걸어둔 곳은 숙박업 중 '민박'으로 등록된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업주의 재량에 따라 일부 민박이 실질적인 운영을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숙박 문화는 1990년대 후반 들어 단체관광이 아닌 국내 또는 국외를 넘나드는 자유여행 바람이 불면서 자유스럽게 생겼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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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2월 6일자 보도에 따르면 2013년 11월 기준으로 등록된 경남도내 숙박업소는 총 6298개다. 이중 농어촌정비법에 따른 농어촌 민박은 3240개다. 경남도내 게스트하우스는 농어촌 민박 또는 농어촌 체험형 농가로 분류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현재 도내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몇 년 사이 통영시가 가장 많이 늘어난 추세이고 남해군, 하동군, 진주시에서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8월 뭉클게스트하우스를 개장한 강선녀(39·진주시 칠암동) 씨는 게스트하우스는 숙소 해결만이 아니라 여행의 지형을 바꾸는 새로운 문화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국내에서는 서울 부산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게스트하우스가 생기기 시작했지만 경남도내에서는 2010년이후 통영 남해 등에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진주에서는 서너 곳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강 씨는 "게스트하우스는 이용자들끼리 정보 교환하고 친목, 소통이 문화가 될 수 있어야 한다"며 "공동숙소의 특징을 살린 컨셉을 정해 전시실이나 북까페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 운영 형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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