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복
 
아이는 엄마에게 끊임없이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하나 봐.
하기야 나도 물어볼 때마다 멋지다, 믿음직스럽다, 존경스럽다
뭐 이런 말만 들을 수 있다면야….
딸이 느닷없이 엄마에게 질문을 던지더라고.
 
"엄마에게 나는 어떤 아이야?"
"예지는 예쁘고 착한 아이지."
 
그 정도는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뻔한 답이거든.
너무 평범에서 아쉬울 정도였지.
오히려 놀라운 것은 딸이 이어서 던진 질문이었어.
 
"엄마, 내 단점은 뭐에요?"
 
순간 매사에 솔직한 아내가 있는 그대로 얘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불안한 예감은 늘 어김없이 적중하더군.
 
"엄마는 예지가 더 적극적인 아이였으면 좋겠어."
"나, 적극적인데…"
 
자기는 단점이라는 게 없을 줄 알았겠지.
들릴 듯 말 듯한 딸 대답에서 내가 뭣 때문에 불안했는지 감이 왔어.
잠시 머뭇거리더니 딸이 작심한 듯 말하더군.
 
"엄마, 내가 엄마 단점을 얘기해줄까?"
 
그래, 한 방 맞았으면 갚아줘야지.
딸에게 들은 아내 단점은 비밀이야. 나도 살아야 하거든.
다만, 딸 생각에 동의한다는 것 정도는 밝힐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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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깔

"엄마, 엄마 자신하고 나하고 아빠 중에 누가 제일 좋아?"
 
이번에는 순위 싸움이냐?
딸이 던진 질문에 아내는 바로 답하지 못했어.
당연하지.
'자기애'와 '모성애', '부부애'까지 걸린 문제이니….
그래서 현명한 답을 하는 게 취미(?)인 아빠가 나섰어.
 
"아빠는 엄마도 좋고 예지도 좋지만, 아빠가 제일 좋아.
그리고 예지도 예지를 제일 좋아해야 하고,
엄마도 엄마를 제일 좋아해야 해.
자기를 좋아해야 뭘 하면 행복한지 알 수 있거든.
그리고 자기가 행복해야 주변 사람이 행복하지."
 
어때? 스스로 다시 되풀이해도 너무 훌륭한 대답이었어.
그런데 답을 음미하기도 전에 딸은 바로 2등을 물었어.
이번에는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지는 반격으로 대응했지.
 
"예지는 엄마, 아빠 중에 누가 두 번째야?"
"잘 모르겠어."
"엄마는 확실하게 예지가 2등, 아빠가 3등일 것이고
아빠는 엄마가 2등, 예지가 3등이란다."
 
바보같이 나도 솔직하게 얘기하고 말았어.
답을 확인한 딸이 목소리를 깔면서 바로 말하더군.
 
"아빠, 나는 엄마가 2등이고 아빠가 3등이야."
 
은근히 성깔 있는 게 엄마 닮은 것 같아.
그래서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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