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힙합가수 술제이 인터뷰]창원서 고교 졸업 후 서울로, 경상도 말 음악 '뭐라꼬' 화제

힙합 팬과 뮤지션들 사이에서 '프리스타일의 교주'라 불리는 가수 술제이(30·본명 김성훈)는 경남 출신이다. 거제서 태어나 창원에 살았고, 경상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갔다.

2005년 엠넷 등이 주최한 프리스타일랩 배틀대회에서 우승한 후, 2009년엔 문화관광부 선정 이달의 우수 신인음반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 경상도 말로 부른 '뭐라꼬'가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서울 압구정 작업실에서 그를 만나 '경상도 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경상도 말이 힙합을 통해 '멋스럽게' 재탄생한다고 했으며, 이는 무엇보다 '자기의 것'이란 자연스러움 덕분이라고 했다.

-우리 지역 출신 음악인으로 알고 있다.

"옥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조선소에서 일 하셨다. 태어나고 얼마 후 통영(충무)으로 가 2년 정도 살다가 창원 양곡으로 와 살았다. 그게 세 살 쯤이었으니 창원이 고향이나 다름없다. 거기서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고 경상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숭실대 영문과에 입학했는데 흑인음악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힙합을 시작했다."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대학 동아리였나?

"초등학교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듣고 충격 받았다. '에미넴'이나 '투팍' 등 뮤지션들 음악도 듣고, 노래방에서 랩 같은 걸 부르면 친구들이 모두 좋아했다. 그래서 막연하게 앞으로 이런 걸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흑인음악 동아리에 들었을 때 선배들로부터 인정받을 자신감이 있었는데 현실은 많이 달랐다. 노래방과 달리 직접 가사를 써야 했다. 그래서 더 연습했다. 그리고 얼마 후 휴학하고 옛 마산시청 공익요원 생활을 했다. 그때쯤 '엠넷'에서 개최한 랩배틀 대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우승했다."

-경상도 억양이 음악에 장애가 되진 않았나?

"힙합은 미국이 본고장이다. 그 큰 대륙에서 동서남북 각기 다른 억양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각자의 힙합이 됐다. 그래서 힙합은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경상도 말의 억양이 촌스럽거나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고 그래서 더 멋스러운 것이 사투리다.

랩(힙합)이란 장르는 박자도 잘 타야 하고 글도 잘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상도 말은)자기 색깔을 내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

-혹시 '술제이'란 이름도 경상도 말 아닌가?

"맞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술을 좋아한다는 '술쟁이'를 경상도 말로 한 것이다. 그렇다고 술을 좋아하거나 마셨다는 건 아니고, 내 얼굴이 항상 홍조가 들어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술제이'라 불렀다.

랩 가수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이름이 필요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술제이'란 고등학교 당시 별명이었다. 서울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경상도 분들은 바로 뜻을 알아들으신다."

-올해 발표한 '뭐라꼬'란 노래가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나왔던 부산 출신 김보선 씨의 '뭐라고'라는 노래가 원곡이다. '뭐라고~'라고 하는 코러스 부분만 경상도 말이었다. 곡 전체를 경상도 말로 부른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밤 가사를 썼더니 보선이도 좋아했다. 뭐랄까… 그냥 계산 없이 즐겁게 녹음했다. 그 느낌이 대중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

-(경상도 사람을 제외한)대중이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없었나?

"맞다. 그게 조심스러웠다. 표기 방법이라든가 특히 띄어쓰기는 난감했다.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타이포뮤직비디오(가사를 활용한 뮤직비디오)로 제작했다. 그걸 작업해준 디자이너도 마산 출신 친구인데 그 친구와 나도 생각이 엇갈렸다.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 띄어쓰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두고 말이다. 정해진 표기법이 없으니까. 그래서 시각적으로 괜찮으면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처음 '뭐라꼬'를 들려줬을 때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도바라(줘)' '앵기바라(안겨봐)' 등은 그들 마음대로 해석하더라. 하지만 음악을 즐기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서울 압구정 작업실에서 만난 경남 출신 힙합가수 술제이. /권범철 기자

-'뭐라꼬'는 전작들에 비해 많이 알려졌다. 특히 자신의 언어로 작업했기에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기분이 어떤가?

"남을 따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기분이 좋다. '감사하고 편안했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 랩이란 것이 자신의 인생을 담아내고 묻어내는 장르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크다. 친구나 가족들이 쓰는 언어로 노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자기 색깔을 드러낼 수 있었던 작업이기에 또한 의미가 있다."

-여러 곳에서 강의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힙합은 스스로 하는 것이란 통념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체계적인 커리큘럼도 짜여 있어서 이 음악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있다. 대학에서도 강의하고 있고, JYP를 비롯한 기획사에서도 어린 친구들을 키우고 있다.

또한 '프리스타일 타운'이라는 그룹을 '울티마(힙합 뮤지션)'와 함께 설립해 전국을 다니며 세미나도 열고 '프리스타일 데이' 등 랩 배틀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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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생활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경상도 말을 사용하고 있다. 타지에 와서 여러 분야 사람들과 일하는 것은 어떤가?

"사실 경상도 말도 아니고 서울 말도 아닌 중간 말에 가깝다. 유지하거나 바꾸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다.

서울에 와서 느꼈던 것은 경상도 분들이 대부분 억양을 세게 말하고, 직설적이며 짧게 말을 많이 하신다. 그런데 단체생활에서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판을 깨는 부작용들을 자주 봤다. 그래서 서울말을 써야겠다기보다 그냥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이야기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우리 지역 출신 음악인으로 경남도민일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산엔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못 간다. 부모님이 양덕동에 사신다. TV에 나갈 일이 별로 없으니 친구들도 내가 뭐하는지 모르거나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란 말들을 한다. 하지만 강연과 공연, 기획 등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음악적으로 계속 더 성장하고 싶다. '뭐라꼬'를 연작으로도 내고 싶다. 응원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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