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감사 계획 이미 세워놔 "일방통보…교육청 무시행위"

경남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상급식 특정감사를 벌이기로 한 것을 두고 경남도교육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자칫 도 단위 기관끼리 대결 양상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며 조심스럽게 감사 의도와 배경을 탐색하는 분위기다.

도교육청 유원상 감사관은 22일 "애초 도교육청은 11월에 급식, 학교 공사, 수학여행과 관련해 특별감사를 진행할 방침이었다"며 "각각 감사부서를 둔 도 단위 독립기관끼리 문제가 있으면 협조해서 합동감사를 벌인다든지, 감사 요청을 한다든지 해야지 공식 공문도 사전 협의도 없이 갑자기 특정감사를 한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유 감사관이 경남도에 협력관으로 파견된 직원(서기관)으로부터 무상급식 감사 관련 보고를 받은 것은 주말을 앞둔 지난 17일이었다고 한다. 경남도가 작성한 이 '학교 무상급식 지원금 특정감사 계획'에는 식재료 계약의 적정성, 우수 식재료(친환경, 우수 인증 등) 위법사용 여부, 특정업체 몰아 주기 식 특혜 행위, 식재료 납품 관련 금품수수 등 비리 행위, 급식비 목적 외 사용 여부 등을 두고 전반적으로 감사를 벌인다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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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교육청 전경./오마이뉴스

특정감사 근거가 되는 법률은 대표적으로 '경상남도 학교급식 지원 조례'다. 이 조례 제15조 지도·감독 항목은 도지사는 지원된 급식경비가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지도·감독해야 하고,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학교급식에 우수 식재료가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지도·감독해야 하며, 도지사는 급식경비를 지원받은 학교의 장이 지원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에 지원금의 교부결정을 변경 또는 취소하거나 이미 교부된 지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유 감사관은 "어차피 매년 도에 관련 자료를 주고 있고, 지난해에는 실제 급식비가 다른 용도로 쓰인 것이 발견돼 20억 원을 반납한 적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경남도가 따로 감사를 벌이겠다는 것은 도교육청을 무시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경남도가 실제 감사를 추진하더라도 도교육청이 관련 자료를 순순히 내줄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만일 감사가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급식비 사용처와 관련해 논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남도 학교급식 지원 조례' 제2조 정의 항목에는 급식경비를 '학교급식을 위한 식품비, 급식운영비, 급식시설·설비의 확충에 필요한 경비'라고 적고 있다. 이를 얼마나 포괄적으로 해석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이것을 빼고 나면 경남도가 감사 대상으로 지목한 납품 비리나 특정 업체 몰아주기 같은 사안은 도교육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항목이다. 유 감사관은 "급식비 용도에 대해서라면 모르되 만일 이런 비리 사안까지 감사를 한다고 하면 도대체 우리 도교육청 감사부서는 뭐가 되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비리 등과 관련해서 실제 감사에서 적발되더라도 경남도에는 징계를 요구할 권리도 없다"며 "징계 요구권자는 오로지 도교육감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번 사안을 두고 도교육청은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 자칫 도 기관끼리 대결 구도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서다. 실제 도교육청은 22일 오전 11시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이번 경남도 무상급식 특정감사 계획과 관련한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브리핑은 갑자기 취소됐다. 경남도 감사부서에서 이번 특정감사 취지를 설명하고자 도교육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일단 이들의 설명을 들어본 후에 의견을 내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날 오후 도교육청은 예정했던 무상급식 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경남도 감사부서의 설명에도 도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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