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게임 장기자랑 카페 다양…끼 창의력 자유로움 생기 넘쳐…학생 손으로 만든 자발적 축제

지난 16일 맑은 가을 하늘, 아침 햇살이 곱게 비추는 교정에 아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양산 개운중학교 곰솔제 개막식 자리입니다. 올해가 19회째로 역사가 깊은 학교 잔치입니다. 학생들 앞으로는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이 나란히 서 계십니다. 개운중 박종현 교장 선생님이 한 분 한 분 소개를 합니다. 들어보니 대부분 주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들입니다. 개운중학교에서 아이들 모교 교장선생님들을 초대한 것이지요. 긴 소개가 끝나자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당부의 말을 합니다. 개운중학교는 효암학원 소속입니다.

"곰솔제는 이전부터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모든 것을 진행해 왔습니다.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나도 선생님들도 이런 여러분에게 배우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비록 세월호 참사 마무리가 아직 안 됐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들의 배움과 삶은 계속돼야 합니다. 신중하고 사려 깊게 축제를 잘 진행해주기 바랍니다."

개막식.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꿈나무 만들기.

드디어 이틀간의 곰솔제가 시작됐습니다. 아이들이 제각각 흩어집니다. 아이들을 따라 본관 앞 화단을 따라 마련된 먹거리 마당으로 가 봅니다. 아이들이 제각기 좌판을 벌이고 음식을 팔고 있습니다. 그중 어묵과 떡볶이를 파는 아이들 곁으로 갑니다. 어묵은 500원, 떡볶이는 700원입니다.

"어묵 드실래요? 진짜 맛있어요. 국물도 대박~!" 마침 따끈한 국물이 그립던 차라 하나 사먹어 봅니다.

"잔돈 있어? 여기 1000원 줄게." 어묵 한 꼬치를 건넨 아이들이 신이 났습니다. 내가 첫 손님이었거든요.

맛있느냐고 묻기에 어묵을 입에 문 채로 고개를 끄덕여 줍니다. 아이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직접 만들어 파는 떡볶이와 어묵.

"이거 다 너희가 준비한 거야? 엄마가 해준 거 아니냐?"

"어묵 육수는 집에서 해온 거고요. 나머지는 다 여기서 만들었어요."

"이거 팔아서 돈 남으면 뭐할 거야?"

"엠티 갈 거예요."

어묵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뒤에서 누가 툭툭 칩니다. 커다란 광고판을 든 여학생입니다. 자기네들한테도 오랍니다. 광고판에는 '불고기 컵밥'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가봤습니다. 오, 인기가 많습니다. 판매대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조금 큰 컵에 밥과 채소를 담고 불고기를 얹어주는 게 전부입니다. 컵밥과 음료수까지 모두 해서 1500원입니다. 왁자한 판매대 뒤편에는 여학생 둘이 프라이팬에다 열심히 양념 불고기를 익히고 있습니다.

"이 불고기 혹시 엄마가 해주신 거 아니냐?"

"아니에요. 제가 했어요!"

"우와, 어떻게? 엄마한테 배웠어?"

"아뇨. 저희끼리 인터넷으로 공부했어요. 맛있으니까 빨리 사드세요."

야외 먹거리 마당이 어느새 아이들로 왁자해졌습니다. 조금 높은 곳에 서서 가만히 아이들을 지켜봅니다. 간혹 아이들 요리하는 걸 돕는 선생님을 빼곤 대부분 선생님은 그저 아이들에게 고객일 뿐입니다. 아이들이 교사들을 대하는 태도에 스스럼이 없습니다. 교사들이 권위적으로 아이들을 다루지 않는다는 뜻일 겁니다.

닭 꼬치를 먹는 남학생들에게 다가갑니다. 그중 한 아이에게 묻습니다. 이름이 선하늘입니다.

"너희 이름표는 녹색이네. 녹색은 몇 학년이야?"

"2학년이요. 노란색이 1학년이고, 흰색이 3학년이에요."

"그럼 작년에도 곰솔제 했겠네. 이거 하면 어때? 진짜 학생들이 다 준비해?"

"네. 재밌죠. 진짜 학생들이 다 준비해요. 학교에서 지원도 해주는데, 필요하면 개인 돈을 더 들이기도 해요. 저희는 이거 어젯밤 9시까지 귀신의 집을 설치했는데 진짜 빡쳐요.(빡치다는 힘들다는 뜻입니다.) 복불복 게임도 있는데, 우리도 한 번 가서 까나리 액젓을 맛보고 싶네요."

"그럼 이틀 동안 수업은 없는 거야?"

"예, 공부 안 하고. 저희로서는 나이스죠."

"그럼 곰솔제는 언제부터 준비한 거야?"

"한 달 전? 아니 일주일 전부터 준비해요."

"그래, 얘기해 줘서 고마워."

"네 수고하세요."

아까부터 '소원 쓰고 가세요'라고 소리치는 여학생들이 있습니다. 1학년 이수빈, 주용은 학생입니다. 이 아이들은 신관 현관 입구에 소원 나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쁜 종이에 소원을 적으면 현관 옆 나무에 달아두는 거지요.

여행기로 만든 전시물.

"이거 어느 반에서 준비한 거야?"

"아니요. 학생회요."

"학생회에서? 학생회 애들이 많나 보다. 몇 명이야 전부?"

"저희 학생회 좀 많은데, 1학년은 열 명이에요. 2학년은 일곱, 여덟 명? 3학년은 짱 많아요. 열 명 넘어요."

"그럼 이거, 곰솔제 전체 준비를 학생회에서 다 한 거야?"

"예. 선생님들은 그냥 옆에서 준비하는 거만 살짝 도와주고요. 학생회가 축제 장소 청소도 하고 정리도 하고 해요."

"이름표가 노란색이니까 1학년이네? 초등학교 때는 이런 거 안 해봤겠네. 해보니 어때?"

"재밌어요!" 여러 아이에게 물었지만 아이들은 그저 재밌다고 할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재밌다는 것 외에 뭐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3층짜리 신관 건물 1, 2층 교실은 모두 아이들이 만든 행사장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1층에는 미술과 전시, 조향사 체험, 국어과 전시, 역사과 전시, 기술과정과 작품전, 즐거운 과학캠프 등으로 꾸며졌습니다.

티볼 홈런왕 대회에 참가한 학생.

중앙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갑니다. 2학년 8반 교실에서는 미술과에서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옆 2학년 9반 교실은 힐링카페입니다. 와, 정말 카페입니다. 손님이 많습니다. 메뉴는 오레오 빙수, 오레오 셰이크, 콜라, 사이다, 핫초코입니다. 이 중 오레오 빙수가 인기입니다. 손님 접대를 맡은 아이들이 주방을 향해 쉼 없이 주문받은 내용을 큰 소리로 외칩니다. 창쪽으로 검은 천을 드리워 막아놓은 곳이 주방입니다. 들여다 보니 바쁘기 그지없습니다. 오레오 빙수를 만드는 자리가 가장 바쁩니다. 오레오 빙수는 얼린 우유를 잘게 부수고 그 위에 연유를 뿌린 후에 오레오라는 과자를 부스러뜨려 올리면 완성됩니다. 이 중에 얼린 우유를 잘게 부수는 역할을 맡은 아이가 가장 힘들어 보입니다. 땀을 아주 뻘뻘 흘리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 옆 교실은 복불복게임장입니다. 돈을 내고 들어가면 어두운 곳에서 준비된 음료를 무조건 마셔야 합니다. 역시 까나리액젓이 가장 강력하고 두려운 음료랍니다.

1학년 8반 교실은 귀신의 집입니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입장료는 500원입니다. 교실 창을 신문지로 막고 다시 내부를 검은 천으로 감싸 완전한 어둠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귀신분장을 한 아이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아이들끼리 준비했다기엔 상당히 잘 만들었습니다. 출구로 빠져나오는 아이들이 비명을 지릅니다. 기다리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두려움 반 기대 반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3곳이나 되는 영화관에도 아이들이 가득 찼습니다.

교실에 만든 귀신의 집 입장을 기다리는 학생들.

다시 건물 밖으로 나오니 학생회 일을 하는 2학년 정승재 군이 묵묵히 소원 쪽지를 나무에 달고 있습니다. 말을 시켜도 쑥스러워서 그런지 답이 별로 없습니다. 아이들 소원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남친이랑 롱런'이란 쪽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남자친구랑 오래가고 싶다는 말입니다. '솔탈'이란 쪽지도 제법 보입니다. 솔로 탈출, 그러니까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살 빠져서 남자친구 생기게 해주세요'라는 쪽지도 있습니다. 경찰대 합격이란 구체적인 목표도 보이고 중국어 공부 열심히 하고 싶다는 다짐도 보입니다.

두 시간을 돌아다녔더니 지칩니다. 이제 돌아가야겠습니다. 저녁에 강당에서 진행하는 장기 자랑이 그렇게 재밌다는데 보지 못한 게 안타깝습니다. 학교를 나오면서 뒤돌아보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왁자합니다. 다들 즐거워 보입니다. 더불어 나도 웃는 얼굴이 되어 학교를 빠져나옵니다.

20141021-양산개운중-곰솔제-11.jpg
 
20141021-양산개운중-곰솔제-12.jpg
 
20141021-양산개운중-곰솔제-23.jpg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