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가 밝히는 현장 사진취재 비결

요즘 경상도 남자가 대세란다. 주변에서 드라마에 나오는 경상도 억양을 따라해 본다는 사람도 있지만, 제대로 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나만 그렇게 생각할까? 대세의 남자, 경상도를 안은 남자를 찾았다. 그렇게 2014년 첫 피플파워 <향우>코너를 멋지게 장식할 인물로 경상도 사나이 컨셉을 고민하던 중 진짜 부산사나이를 만났다. 사진이 취미가 아닌 직업, 프로의 세계를 그는 강조했다.

강원도민일보 이진우(35) 사진기자. 그는 털털하면서도 일에 대해서는 양보 없는 멋쟁이였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가운데 사진기자도 제법 있지만, 정작 인터뷰 대상으로 잡은 적이 없었던 것도 한몫 했다. 그래, 이번 달은 이 기자와 함께 사진기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부산에서 태어난 이 기자는 어린 시절 미술에 몰두한 남자였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미술과 사회과목을 굉장히 좋아했다”며 “6학년 때는 한국화 그리기 특활활동에 심취한 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번 제가 그린 그림을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내가 그린 거라고 믿질 않더라”며 “그래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진지한 남자가 자랑을 이어가는 것에 잠시 당황했다.

나르시즘(자기애)에 관대한 편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자랑을 하니 어안이 벙벙할 터.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진지함을 유지하는 이 기자에 대해 감수성 풍부한 내가 좀 더 이해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이 기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나폴레옹이 말을 타고 ‘전진하자’는 제스처를 하는 그림이었다”며 “거의 똑같이 베껴 그렸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럴 수 있다. 그만큼 예술을 사랑하는 남자라는 의미다.

1.jpg
▲ 이진우 강원도민일보 사진기자./본인 제공사진

진지한 부산사나이면서 자랑이 아닌 사실을 말할 수 있는 남자. 이 기자는 정의감 있고, 미술과 연극에 관심을 가졌던 사나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올해의 첫 인물에 대해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글을 이어가는 이유는 독자들이 이 기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이다. 이제 일과 삶, 사진기자로서 이진우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들어보자.

- 국문학을 전공하셨지요? 사진기자를 선택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사실 신문방송 쪽으로 전공을 하고 싶었지만 제가 대입을 준비하던 시절, 지금도 뭐 별다를 게 없겠지만 점수가 상당히 높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국문과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죠. (웃음) 뭐 그래도 초등학교 때부터 시 읽기와 쓰기에 관심도 있었고…. 초등학교 때 반성문 쓰다가 반성문을 쓰는 제 심정을 시로 옮겼던 적이 있습니다. 근데 그게 참 좋다며 선생님이 학교 소식지에 실었던 적도 있죠…. (웃음) 이거 말하다 보니 전부 제 자랑인 것 같아 부끄럽네요. 국문학을 막연하게 전공했습니다. 솔직히 말해도 이 말이 맞아요. 국문학을 배우면서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그게 아마 군대 제대 후였을 겁니다. 제대 후 최소한 대학생이라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겠다는 다짐으로 다양한 책과 수업을 들었습니다. 사학과 전공수업도 들었으니까요. 3학년 때인가 한 학기를 역사 교양수업과 전공수업으로 다 들었을 정도입니다.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요. 제가 사학과 수업만 듣고 있으니 ‘사학과 여자랑 사귄다’는 소문이 퍼졌으니까요. (웃음) 제가 참 여기 저기 관심이 많죠? 요지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역사학에 일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 바로 그겁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이야기, 이 모든 게 역사니까요. 저는 그렇게 살아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jpg
▲ 이진우 강원도민일보 사진기자./본인 제공사진

- 사진을 처음 접한 것은 언제인가요?

“사진 찍는 건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집에 있는 싸구려 자동카메라로 가족사진도 많이 찍었죠. 대학 때는 유명 브랜드 수동카메라를 큰마음 먹고 사서 이것, 저것 많이 찍었습니다. 필름 값도 많이 들었죠. 내 주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잡다한 일상 사진까지…. 아, 이것도 제대 후부터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진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 상명대 사진학과에 학사편입을 하게 됐습니다. 마지막 발악이었죠. 공무원을 준비하라는 부모님의 간절한 부탁을 뿌리치고 대단한 사진작가가 되어 보겠다며…. (웃음)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더군요. 그렇게 된 겁니다. 처음부터 사진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고요. 다큐멘터리 쪽과 순수예술 사진의 경계에 있는 그런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편입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1년간 준비했습니다. 돈도 많이 들었고요.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한참 취업을 준비해야할 나이에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공부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거죠. 그 때가 28살이었습니다.”

- 사진기자를 목표로 정한 건 언제로 볼 수 있을까요?

“대학교 때 다양한 집회 현장도 가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농민집회가 있었지요? 그때 농민 한 사람도 죽었죠. 제 앞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농민을 보니 카메라를 쥐고 있던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멋도 모르고 카메라만 들고 뛰어다녔던 때죠.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졸업을 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저때만 해도 사진기자를 정말 뽑지 않았습니다. 제가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사진기자 시험 친 게 3번인가…. 그것도 3년 동안 3번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송사 카메라 기자, 카메라 감독 등에도 응시했습니다. 그러다가 부산일보 사진기자 면접을 끝으로 언론고시를 접었습니다. 베이비 스튜디오에서도 일하고 금형공장에서 생산직으로도 일했습니다. 별 보람은 없었습니다. 나이는 찼고, 돈은 벌어야하고…. 거의 절망적인 상태였죠. 그러다 우연히 지인이 국제신문 프리랜서 사진기자 채용공고를 알려줬습니다. 그렇게 된 겁니다. 그래서 지난해 3월부터 국제신문에서 일하게 됐죠.”

3.jpg
▲ 이진우 강원도민일보 사진기자./본인 제공사진

- 지금까지 살던 지역을 떠나 강원도민일보로 온 배경은 무엇인가요?

“국제신문에서 2012년 3월부터 6월 말까지 근무했습니다. 처음에 인턴으로 시작해서 프리랜서로 일하게 됐죠. 많은 걸 배웠습니다. 학생 때 사진 찍는 건 정말 장난이었죠. (웃음) 다양한 현장에서의 대처방법과 상황판단 능력 등 수많은 것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요. 강원도민일보로 오게 된 배경은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지금 현재 언론사 전체적으로 사진기자를 채용하지 않는 흐름입니다. 제가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3년 동안 3번 정도 시험을 쳤으니 말이죠. 부산일보 사진기자 최종면접이 제 언론고시 마지막이었습니다. 나이도 많아서 신입으로 들어갈 수 있는 채용의 폭도 좁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마침 강원도민일보 경력기자 채용공고를 보게 됐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지역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옮기게 된 겁니다.”

- 사진기자를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2년차인 제가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란 참 힘이 드네요. 정말 다양한 현장에 가게 됩니다. 행사취재부터 인터뷰, 사건 사고 현장, 기자회견, 집회, 스포츠사진, 절기나 날씨에 따른 스케치 취재 등 정말 수많은 현장을 사진취재하게 됩니다. 취재를 위해 위험한 환경에서 촬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태풍이나 강풍 취재 중 제 몸이 날아갈 정도의 현장에도 가본 적이 있으니까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최상의 품질을 가진 사진을 촬영하고 싶은 욕심이 화를 불러올 수도 있는데 말이죠. 한 선배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역도에서 가장 중요한 뭔지 아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정답은 순발력입니다. 다양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빠른 상황판단이 필요하고 신체적으로도 빠른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순간을 놓치면 거기서 끝나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상식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현장에 대한 이해랄까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면 사진취재를 할 수 없겠죠? 이건 뭐 취재기자나 편집기자 모두에게 다 공통적으로 필요한 조건이겠죠? 핵심을 이야기 해주는 상황이 있는데 그 핵심을 모른다면 사진을 찍을 수 없겠지요. 또 굳이 이야기 하자면 저는 섬세하고 꼼꼼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섬세한 감성과 꼼꼼함이 없다면 한 장의 사진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체력도 좋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장시간 현장에 있어야 하는 경우도 많고 더위와 추위에도 많이 노출되니까요. 그야말로 머리도 써야 하고 몸도 써야 하는 힘든 직업이지요. 

- 서울에는 자주 오시나요?

서울의 경우 오늘처럼 본사 사진기자가 꼭 필요한 중요한 행사나 일정이 있으면 오는 편입니다. 서울에 올 때는 경춘선을 타면 편합니다. 시간도 1시간 20분쯤 소요되고요. 보통은 회사 차로 직접 운전을 해서 옵니다.”

- 사진기자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알아둘 부분에 대해 조언해주세요.

“기자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같은 자세로 임하시면 됩니다. 거기에 사진이라는 항목이 플러스 되는 거겠지요. 사진기자 시험에 실기시험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사진만의 품질도 중요하겠지만, 자신이 담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진의 앵글이나 노출, 구성, 구도 등은 기본적으로 보도사진을 평소에 많이 보고 익히며 연습해보시면 되겠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