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사서하는 사서들의 작은 도서관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부림지하상가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전문 사서자격을 갖춘 사람들의 모임인 '도서관연구회'가 창원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부림희망작은도서관'이 그것이다. 책에 대해 잘 아는 사서들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도서관, 꽤 믿음이 간다. 도서관연구회의 회원은 총 8명. 그 가운데 정회원은 4명이다. 이들 정회원은 각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특수학교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다. 본업에 집중하면서 따로 작은도서관을 운영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벅찬 일일 것이다. 이들이 눈치를 봐가면서, 수익과도 전혀 상관없이 고생을 사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도서관연구회 정회원 4인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다

-각자 본인 소개를 해주세요.

△장문선(43) = "저는 도서관연구회장과 부림희망작은도서관장을 맡고 있는 장문선입니다. 연구회와 도서관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상호(28) = "도서관연구회에서는 자격관리센터장, 도서관에서는 자원봉사자 관리와 평생교육프로그램 개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하상호입니다. 장문선 씨 이전 회장입니다."

△박희정(23) = "저는 도서관연구회 부원입니다. 도서관 예산 회계를 돕고 있습니다."

△신민재(43 여) = "저도 도서관연구회의 일반 부원으로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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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희망작은도서관./최환석 인턴기자
-처음 도서관연구회를 조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하상호 = "2011년에 저희가 사서로 직장을 얻게 됐는데요. 그때가 사람들이 도서관을 잘 찾지 않던 시기였어요. 조금이나마 도서관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어 뜻이 같은 사람끼리 모이게 됐습니다. 간호사에게 나이팅게일 선서가 있듯 사서에게는 도서관학 5법칙이 있는데요. 그중 다섯 번째가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입니다. 사람들은 사서가 하는 일이 단순히 도서 대출과 반납만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고정관념도 개선하고 도서관을 성장시키는 일에 작은 도움이 되고 싶은 바람으로 연구회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사서가 없어 제대로 된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학교의 학생들을 위해 주말에 학교를 찾아 서가 재배열을 돕거나 도서부원 교육 사업을 했습니다. 김해동부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개관 때는 무료로 자문도 드렸습니다. 2012년까지 그런 일들을 하다가 2013년에 부림희망작은도서관을 창원시에서 수탁 받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문선 = "사서들도 연수를 받아요. 경남 전체에 사서가 190명 정도 되는데, 연수 참가하면 원래 아는 사람도 있으니까 서로 소개를 주고받죠. 그 중에 생각이 공통된 사람들끼리 뭉칩니다. 저희 도서관연구회는 사서로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주로 하지만 사서의 권리를 위해 모인 다른 모임도 있습니다. 우리 모임의 회원들은 학교 사서로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는 비교적 누리는 편이죠. 그래서 우리 모임은 사서로서 신분을 보장받기 위한 활동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도서관과 관련된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운영 이외에 다른 활동은 없나요?

△장문선 = "아이들 상대로 신문을 활용한 NIE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아트교육지도사 자격증 교육생 모집도 하던데?

△하상호 = "저희가 운영하는 도서관에 자원봉사를 하러 오는 분들이 계십니다. 한 번의 봉사로 인연을 끝내려니 뭔가 아쉽더군요.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분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면 다시 저희에게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북아트교육지도사 자격 취득을 돕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인가도 받고 준비도 철저히 했는데 도서관 위치 상 고정적으로 교육을 받으러 오는 자원봉사자가 몇 없었습니다. 방향을 달리 해서 자원봉사자에서 취업이 필요하신 분들까지 그 대상을 넓혀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일은 평생교육사 실습 공간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교육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실습할 곳이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곳이 별로 없습니다. 저희는 회원 모두 평생교육사 2급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습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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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앞에서 반시계방향으로 도서관연구회의 장문선 씨, 하상호 씨, 신민재 씨, 박희정 씨.본인들이 추천하는 도서를 들고 있다./최환석 인턴기자

책 전문가가 운영하는 작은도서관

-현재 도서관연구회의 가장 큰 활동이 부림희망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일인데요. 처음 도서관연구회를 조직하면서 도서관 운영이 목표는 아니었을 텐데, 이 일은 꼭 해야 한다는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가요?

△하상호 = "부림희망작은도서관은 창원시에서 위탁하는 '작은도서관'입니다. 시에서 수탁 공모를 진행하면 지원 단체가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계획서를 내고 면접을 거쳐 수탁기관으로 선정이 됩니다. 선정되면 3년간 운영을 하게 되고, 재평가를 통해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다시 연장되는 방식입니다. 저희는 이 도서관의 두 번째 수탁기구인데요. 이전 수탁기구가 6개월 정도 운영했고, 그 후에 있었던 수탁 공모에서 이전 수탁기구와 저희가 맞붙었는데 저희가 선정됐습니다. 대부분의 작은도서관이 아파트 같이 방문하기 쉬운 장소에 있습니다. 도서관의 위치가 다른 작은도서관에 비해 사람들이 찾기 힘든 곳에 있기 때문에 그동안 도서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사서자격증을 가진 전문가가 도서관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지원을 했던 거죠."

-도서관 운영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나요?

△장문선 = "모든 지원금을 창원시에서 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비를 조금 보태기도 합니다." 

-책을 구입하는데 기준이나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장문선 = "책 구입은 시에서 받는 보조금에 맞춰 항목별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저희 도서관에는 도서관 운영위원회가 있는데요. 저희가 어떤 책을 구입하겠다고 말씀드리면 위원회에서 심사를 해서 구입해도 된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신민재 = "부림지하상가 상인과 지역 주민을 위한 도서관이기 때문에 책을 구입할 때 도서관을 찾는 분들의 도서 구입 신청을 적극적으로 반영합니다. 일방적인 저희들만의 선택으로 책을 구입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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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희망작은도서관 내부 사진. /최환석 인턴기자

-도서관 운영을 맡은 두 번째 수탁기구라고 했는데, 이전의 모습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장문선 = "이전에는 정말 휑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책과 서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죠. 저희가 맡고 나서 도서관다워 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 도서관을 찾았을 때는 절망적이었습니다. 열악한 입지 조건에, 손 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도서관을 둘러보니 독특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만화책이 배열된 공간이 따로 있던데요. 처음에는 도서관과 별개인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신민재 = "기부 받은 만화책을 한 공간을 할애해서 배치했습니다. 미끼 상품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만화를 보러 오신 분들이 점점 다른 책도 읽게끔 유도하는 거죠. 저도 만화방을 다니다 사서의 꿈을 키웠거든요. 쉼터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하상호 = "해운대에 가면 추리 도서관이라고 테마 도서관이 있습니다. 처음에 저희도 작은 도서관이지만 특성화된 주제를 가져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만화책을 테마로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웃음) 처음 만화책을 기부 받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방향과 달라서요. 하지만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장문선 = "만화책 하나하나 분류 번호 작업도 다 해뒀습니다. 만화책도 도서관의 일부니까요. 주제별로 분류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요? 사서 일만으로도 충분히 바쁠 텐데.

△장문선 = "저희 도서관을 공공 도서관이라 생각하지 않는 분들 때문에 조금 힘듭니다. 공공 도서관 열람실에서 책을 읽으면서 밥을 먹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잖아요? 솔직히 도서관 예절을 안 지키는 분들을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또 사서로서 도서관을 운영하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죠. 저희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힘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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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희망작은도서관 내부 사진. /최환석 인턴기자

-홍보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습니다.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일인데 홍보가 부족한 부분이 안타깝네요.

△장문선 = "저희도 도서관을 운영하기 전에는 이곳에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지하상가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으니까요. 주변 상권이 죽는 바람에 사람들이 이곳을 찾지 않다보니 자연스레 도서관 홍보도 힘듭니다."

△신민재 = "큰 공공도서관은 이용자를 위한 주차 시설이 대체로 잘 마련돼 있는데 여긴 그렇지 못합니다.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렵게 주차를 해도 주차비 할인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저희도 항상 돈을 내고 주차를 합니다. 접근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주차 편의시설만 갖춰진다면 지금 겪는 고민을 절반 이상 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상호 = "작은도서관이 곳곳에 많이 생겼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차를 몰고 여기까지 나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죠."

-작은도서관이 많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사서들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다른 도서관보다 믿음이 가는데요?

△장문선 = "사서가 주체가 된 도서관이란 것을 사람들이 많이 모를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도서관 내부 틀을 갖추는데 공을 들였다면, 올해부터는 외적으로 도서관을 알리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노력의 결과는 올해 하반기 이용자 통계를 보면 알 수 있겠죠. 다행히 이용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는 더 발전하지 않을까싶네요. 주변에 큰 도서관과 작은 도서관이 많이 있다지만 저희만큼 홍보하려는 곳은 없다고 자신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서관을 홍보하고 있습니까?

△장문선 = "창동에서 열리는 프리마켓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매달 참여할 예정이고요. 도서관 주변 아파트에 홍보물을 부착하기도 했습니다. 프리마켓에서 하던 홍보를 아파트 단지에 찾아가 그대로 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라디오에 나가서 도서관을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기회만 된다면 나가고 싶네요. 사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웃음) 좋아서 하는 거죠."

△하상호 = "이동문고를 통한 홍보도 하고 있습니다. 이동문고는 도서관 주변에 계시는 상인분들이 전화를 하거나 지나가면서 보고 싶은 책을 말씀해 주시면 카트에 책을 담아 직접 배달해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카트를 보면 도서관이 있는지 모르는 분들도 아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동문고 서비스는 이제 시작한지 두 달 됐는데요. 큰 실적은 없지만 우리 도서관이 있다는 것만 알려져도 좋습니다. 도서관에 앉아만 있는 것 보다 어떻게든 나가서 도서관을 알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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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희망작은도서관 내부 사진. /최환석 인턴기자

-사서들이 운영한다는 점 이외에 이곳 도서관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장문선 = "주변에 있는 마산합포도서관이나 마산회원도서관에는 없지만 우리 도서관에는 있는 책들이 많습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도서를 엄청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가 있는 어머님들이 저희 도서관을 좋아하세요. 한 번 오시면 또 오시죠. 또 책만 읽으면 지겨우니까 책과 관련된 행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이제 가을인데요. 가을하면 독서의 계절이지 않습니까?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하고, 막상 읽으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 되는데요. 도서관연구회원들이 추천하는 책이 있다면 한 권씩 말씀해주세요. 물론 부림희망작은도서관에 있는 책을 추천해주시면 더 좋겠네요.

△장문선 = "저는 호아킴 데 포사다의 <난쟁이 피터>를 추천합니다. 그가 쓴 책은 다 읽어보는 편인데요. 이 책은 제게 사서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책입니다. 줄거리는 주인공 아이가 한 사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책을 읽으면서 점차 변하는 모습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끝에 사서 선생님이 없었다면 나는 변할 수 없었을 거라고 고백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제가 일하는 도서관에 외로워 보이는 아이들이 많이 찾아와요. 그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아요.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면서 이 책 한번 읽어 볼래 하면서 다가가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 저도 책에 등장하는 사서처럼 한 아이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서가 되고 싶습니다."

△박희정 = "저는 요즘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카잔차키스의 고전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책 속 등장인물이 굉장히 즉흥적인데요. 깊은 철학은 없지만 도전을 통해 어떠한 결과물을 얻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유쾌하게 표현한 책입니다. 저도 그런 도전적인 모습을 닮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신민재 = "마침 오늘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읽어 줬던 그림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목은 <종이 봉지 공주>입니다. 용에게 붙잡힌 왕자를 구하는 공주의 이야기인데요. 마지막에 공주가 왕자를 구하지만 왕자는 그런 공주에게 고마워하지 않아요. 그래서 공주는 왕자에게 너와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해요.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요. 겉모습보다 속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거죠."

△하상호= "저는 김난도 씨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추천합니다. 특히 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처음 수업할 때 엎드려 자는 아이들을 보면서 제 학창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대학에 가서 늦게 공부에 눈을 떴습니다. 그에 비하면 고등학생은 공부하기에 결코 늦지 않은 나이잖아요. 포기했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대학 수시모집 기간이 되면 부랴부랴 책을 찾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들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를 바라기에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상호 = "저희 도서관에는 강의실도 있습니다. 적은 이용료만 받고 개방하고 있는데요. 목적 구분 없고, 모든 분이 사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혼자 공부하러 와도 좋습니다. 편하게 이용 가능하니까 많이들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만화책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만화책으로 시작해서 다른 책도 읽고, 이를 통해 이용자가 많은 양식을 쌓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문선 = "저희 도서관은 사서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작지만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또한 매달 다른 행사를 통해 이용자에게 책과 함께하는 재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변 학교와 연계해서 교과 관련 도서는 따로 코너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희 도서관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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