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외길 35년의 건강검진 지킴이

국가 통계 포털 사이트 KOSIS는 2013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 평균수명을 81.4세로 밝혔다. 하지만 일반생활에 불편이 없는 건강수명은 70세다. 평균 10여 년을 병치레로 병원 신세를 지며 노후를 맞고 있는 셈이다. 국민이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맞춤형 건강증진서비스를 펼쳐 국민 건강수명 연장이라는 목표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이가 있다.

윙크 그리고 닫지 않는 본부장실 문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2동에 위치한 한국건강관리협회 경상남도지부, 이곳이 공익의료기관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표시는 6층 빌딩 중앙에 달린 녹십자 마크 간판이다.

1층 문을 열고 들어서면 카페테리아 분위기를 살린 고객지원센터가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MEDICHECK'라는 표시가 인상적인 상담실에서 나온 고객들은 다시 전문의 상담실로 발길을 옮긴다.

MRI·CT·초음파·골밀도 검사 안내 표지, 예방 접종을 안내하는 간판, 분주하게 움직이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모습은 일반병원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는 응급실이나 휠체어가 보이지 않는다. 건강관리협회 경남본부 1층 로비는 건강하게 보이는 고객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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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표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본부장과(왼쪽)./박일호 기자

"어서 오세요.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본부장입니다. 박 기자님은 전에 우리 협회 오신 적이 있나요. 처음 오셨으면 메디체크부터 받으셔야 하는데. 하하."

조영표(58) 본부장은 1층 로비에서 고객을 맞이하던 중이었다. 6층 본부장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눈 첫 대화 소재는 건강검진이었다.

"여기 암 발견 현황판 보이시죠. 2013년에는 총 169명이 조기 암 진단을 받으셨고, 올해는 어제 9월 4일까지 133명이 조기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암을 발견하면 그 만큼 빨리 치료를 할 수 있으니 고객분들 건강이나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죠. 저희에게는 이 현황판 숫자가 큰 보람입니다."

매년 건강검진 인원 증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에 지난 7월 1일부로 취임한 조영표 본부장은 만나는 직원들과 윙크로 인사를 나누며 인터뷰 장소로 안내했다.

의사 11명이 포진한 건강증진의원과 4개 부, 8개 과 130여 명의 직원을 관리하는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수장이지만 직원들과는 격의 없는 모습이었다.

"문을 열고 인터뷰해도 되겠죠. 경남지부에 온 이후로는 한 번도 본부장실 문을 닫은 적이 없습니다. 노크하고 인사하고 이런 것이 형식적인 절차잖아요. 그래서 고객들 앞에서는 직원들과 윙크로 인사하고 저 사무실 출입문도 24시간 열어두죠. 그래야 소통이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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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표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본부장./박일호 기자

전북 전주가 고향인 조 본부장은 경남이 낯설지 않은 곳이다. 특히 창원은 조국을 위한 군 복무와 국민 건강을 위한 업무를 위해 거쳐 간 곳이기에 이번 경남본부장 발령까지 세 번 운명이 마주친 곳이다. 

1977년 광주보건대학을 졸업한 조 본부장은 그해 군에 입대해 진해해군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3년간 복무하며 그가 보았던 당시 진해는 잘 꾸며진 아름다운 도시로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

"1998년에 여기 경남지부에서 검진부장으로도 근무한 적이 있어서 창원은 친근감이 많습니다. 올해로 32년째 건협에 근무 중인데 내년이면 공로연수에 해당하니까 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가 마지막 근무지가 되겠네요. 유종의 미를 거두는 곳이 경남입니다." 

80년 군 제대 후 대학 전공을 바탕으로 보건 진단검사에 관련한 용품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월수입 150만 원을 보장받을 정도로 사업은 순탄했지만 보람을 느낄 수가 없었다. 대학 시절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보건인이 되겠다는 희망을 사업에선 찾을 수 없었다.

"보건대학 다니면서 공부도 잘 했고 임상 검사하고 진단하고 이런 것들이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었는데 사업하면서는 사무실에 앉아 내가 뭐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미련없이 사업을 넘겼습니다. 사업 접고 보건전공에 맞는 자리를 구하지는 못했지요. 82년도 거의 1년을 낚시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동네 사람들이 저를 어부라고 했으니까요. 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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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표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본부장./박일호 기자

초봉 22만 원으로 시작한 32년 건협맨

조영표 본부장은 1983년 한국건강관리협회 입사와 함께 보건인으로 새로운 삶을 택했다. 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에서 초임 22 만 원을 받으며 '건협맨'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150만 원씩 벌며 사업을 하던 때와 바꿀 수 없는 인생의 보람과 즐거움을 찾은 것이다. 

"입사하던 83년부터 협회에서 만성퇴행성질환 조기발견을 위한 건강검사와 B형 간염 검사 및 예방접종, 당뇨예방을 위한 집단 소변검사를 본격으로 시작했지요. 2~3일씩 걸려 도서 벽지에 검사하러 다닌 것이 엊그제 같습니다. 그때 협회 직원 모두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별보기 운동이라는 말도 있었죠. 밤늦게 별을 봐야 퇴근한다고 하던 시절이죠."

한국건강관리협회는 1964년 설립된 한국기생충박멸협회를 모체로 1986년 명칭을 통합 개칭하여 2014년 11월 7일 창립 50주년을 맞이한다. 현재 전국 주요 시·도에 건강증진의원을 운영하는 16개 지부, 2200여 명의 직원이 국민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로 순항 중이지만 처음부터 거대한 조직은 아니었다.

"입사 당시 건강관리협회는 대한가족계획협회, 나병관리협회, 결핵관리협회와 함께 정부 예산을 지원 받는 보건복지부 4대 산하 기관이었지요. 건강관리에 대한 국민 생각도 부정적이었어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되지 아프지도 않은데 무슨 건강 검진을 받느냐는 분위기였죠."

건강관리협회는 1998년 제1차 국민 건강·영양 조사에 참여한다. 전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사전 조사로 전국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이 시기 국민은 건강관리에 대해 새로운 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더불어 IMF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건강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분위기도 '건강관리'란 단어에 힘을 실어 주었다. 또한 협회는 건강보험공단 건강 예방 정책과 호흡을 같이하며 성장했다. 국민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평균 수명이 늘고 건강검진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면서 질병을 조기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행복한 노후를 보장받는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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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표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본부장./박일호 기자

"건강관리협회가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통해 정확한 검진과 다양한 의료 서비스로 고객 중심 의료체계를 구축하면서도 의료서비스 소외 계층인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장애인, 저소득층 등에게 무료 건강검진 사업을 주요사업으로 진행한 것이 공익의료기관으로 자리를 잡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건강관리협회와 32년을 함께 한 조영표 본부장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2009년 충북·세종지부 본부장, 2012년 대전·충남지부 본부장을 거쳐 2013년 본부 미래발전기획단장, 건강사업본부장 등 건강관리협회 요직을 두루 거친 조 본부장은 2016년 6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근무지로 경남을 선택했다.

"경남지부는 작년에 청사 증축을 마무리 했고 MRI장비도 추가로 도입해 체계적인 고품격 건강검진 환경을 갖추었습니다. 또한 고객지원, MRI검진, 소화기내시경, 심장클리닉, 진단의학, 건강증진·성장발육, 건강치과, 영상의학, 여성전문, 국가암검진, 건강생활실천상담센터 등 총 11개 전문센터에서 건강검진과 증진을 위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구축해 놓았습니다. 이제는 경남도민 건강을 책임지는 일만 남았죠."

그는 경남지부가 건강관리협회 제2의 도약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을 다짐했다. 특히 전국 16개 지부 중 최초로 미래의 잠재 고객인 유소년들을 대상으로 신장·몸무게·비만도 측정, 골연령 검사, 성장판 개폐 여부 검사 등을 진행하는 성장발육센터는 경남지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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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표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본부장./박일호 기자

기본에 충실한 긍정적인 체크보이와 보건가족

조영표 본부장이 보건대학 시절 같은 과에서 만난 아내는 34년 동반자가 되었고, 아들은 아주대학 병원에서 며느리와 함께 보건인 길을 걷고 딸은 조 본부장이 첫 근무지였던 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에서 아버지 길을 따르고 있다. 비록 아내는 보건소에 근무하다 은퇴했지만 가족 전체가 보건 가족인 것이다.

그는 부족한 학업을 메우고자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 전북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관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년제 보건대학을 졸업 한 지 27년 만에 이룬 학위였다.

"2년간 개인사업 한 것을 제외하면 군 복무까지 35년째 보건인으로 일을 하고 있네요. 돌이켜보면 '기본에 충실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소통하자!'라는 생활방침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습니다. 가족과 직장 후배들에게도 당부하는 말이죠. 앞으로 정년까지 2년 남았는데 마지막까지도 이 정신으로 버티려고요."

그는 지속적인 건강관리와 건강검진으로 만든 건강한 몸을 32년 근무 중인 건강관리협회에서 얻은 최고 자산으로 꼽았다. 건강을 바탕으로 직장 은퇴 후 노후 생활도 구상 중이다. 아내와 텃밭도 가꾸고 캠핑도 다니며 요양병원에서 봉사 활동을 펼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계획이다. 

"요즘 '인생은 구구팔팔 이삼사'라고 하잖아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년 안에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이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맞는 단어랍니다. 그렇게 하려면 건강할 때 건강을 챙겨야죠. 그래서 우리 협회 캐릭터가 메디체크보이에요. 천하를 다 얻으면 뭐 합니까. 건강을 잃는 순간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 모두가 고생 시작이죠."

고객 편의 제공을 의료서비스 우선 덕목에 추가한 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근무 시작 시간은 오전 7시다. 건강검진을 위해 아침 식사를 거르고 오는 고객을 위해 일찍 협회 문을 여는 것이다. 또한 평일 건강검진에 소요되는 시간을 낼 수 없는 고객을 위해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는 정상 건강검진 근무를 한다. 고객이 만족해야 협회가 성장한다는 기본에 충실한 전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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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표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본부장./박일호 기자

그의 사무실 벽에는 '건행나사(建幸砢思)'라는 글자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 '건강해야 행복하고 행복해야 나눌 수 있는 생각을 한다'라는 뜻이에요. 세상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듯이 건강관리와 건강검진은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을 100세로 끌어 올리는 지름길이라고 믿습니다. 박 기자님도 2년 마다 건강관리 받으세요.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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