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하고 촉촉한 수제 고로케 전문점

‘요가그가’는 고로케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낮 12시와 오후 5시, 하루에 딱 두 번만 내놓는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요가그가’ 한성옥 주방장은 하루 250개 정도가 자신이 정성스레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한다.

조선소 노동자, 요리사 되다

밀가루 반죽에 열을 올리는 한성옥(34) 씨는 요리사가 되기 전 배 만드는 일을 했다.

한 씨는 3년 전까지 거제 한 대규모 조선소에서 취부사로 일했다. 배를 만들려면 철판 조각을 이어 붙여야 하는데, 취부사는 철판을 도면에 맞게 제작하는 일을 한다.

쉬운 일과 어려운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란 걸 한 씨는 너무 잘 안다.

“조선소에 일하는 것보다 요리사가 더 쉽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혼자서 반죽하고 3차 발효까지 시키려면 새벽부터 나와서 하루 종일 매달려야 합니다.”

요리는 예술이 아니다. 요리는 고된 노동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모든 예술도 노동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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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연 기자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생산 현장 노동자와 달리 요리사는 전 과정을 도맡아 한다는 점에서 더 힘들 수 있다. 취부사는 배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들지는 않는다. 산업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분업화 되고 분절된 노동을 할 뿐이다. 반면 요리사는 조선소 노동자로 따지면 철판을 구매하는 일부터 재단하고 이어 붙여, 색을 입히는 모든 과정을 오롯이 전담한다.

물론 대형 호텔 주방 같은 경우에는 재료를 씻고 다듬는 사람, 썰고 개량하는 사람, 불 위에서 요리를 완성하는 사람으로 분업화 돼 있기도 하다.

“조선소 일과는 달리 요리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힘으로 해야 한다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한성옥 씨가 요리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응원을 아끼지 않던 이는 아내 박해리(35) 씨다. 손님맞이와 홀을 맡아주는 아내가 곁에 있어 든든하다.

뚜껑을 열어 보기 전까지 알 수 없듯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일이 결코 쉬운 건 아니다.

10년 넘게 하던 배 만드는 일을 과감히 내려놓던 그가 고로케 전문점을 한다고 나섰을 때 더 단단해 져야했다.

“서울 강남, 명동, 혜화동 등 유명한 고로케 집 6군데를 돌며 1년 넘게 일했어요. 피가 맛있는 집이 있고, 속이 맛있는 집이 있죠. 요가그가는 둘 다 맛있는 집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온도 차에 달렸다

한성옥 씨는 매일 새벽 오전 6시에 가게에 나온다. 낮 12시와 오후 5시 하루에 두 번 합쳐서 총 250개 고로케를 손으로 직접 다 만들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반죽부터 숙성, 튀기기까지 요리 전 과정을 전담하고 있는 한 씨는 담백한 고로케 맛의 비결은 ‘온도 차’라고 말했다.

“3차 발효까지 거친 후 기름에 튀기는데, 발효시키는 단계에 따라 온도 차를 주고 속 재료에 따라 튀기는 온도를 조금씩 달리합니다. 시간도 중요한데 속 안까지 코팅시키듯이 굽는 적정 시간이 있습니다.”

정확한 발효 온도와 시간은 비밀이란다. 튀기는 시간만 5~7분 사이라고 알려줬을 뿐, 튀기는 온도도 그는 끝까지 비공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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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연 기자

바쁜 시간을 피해 요가그가를 찾은 시간은 오후 1시 30분. 하마터면 고로케 맛을 보지 못할 뻔했다. 남은 고로케 수가 12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렵게 산 팥·야채·불고기·매운참치·콘치즈 고로케를 맛봤다.

고로케 하면 야채 고로케가 으뜸이지만, 평소 팥빵을 좋아해서 팥 고로케에 손이 절로 갔다. 겉이 부드러운 빵과 달리 바삭한 팥 고로케는 또 다른 별미였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운 것처럼 기름기도 적도 담백한 게 좋다. 야채 고로케도 속은 여느 집과 비슷하지만 황색 빛을 내며 바삭함이 남다르다.

한성옥 씨가 개발한 불고기고로케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다. 속에 채워진 불고기는 기름기도 적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가장 부드러운 콘치즈 고로케는 옥수수콘의 단맛과 짭조름한 치즈가 어우러져 궁합이 딱 맞다. 매콤한 맛이 일품인 매운참치 고로케는 참치뿐 아니라 당근, 양파, 당면까지 더해져 개운한 맛을 자랑했다.

“서울에서 고로케 가게에서 일할 때 느낀 점은 싱겁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역 입맛에 맛게 매운참치, 불고기 등을 가미했더니 인기가 좋습니다.”

요가그가에서는 술을 따로 팔지는 않지만 속에 따라 불고기 고로케와 매운참치 고로케는 맥주 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기름기도 적어 아이들 먹이러 멀리서 오는 주부들이 많습니다. 야채나 감자, 피자 고로케는 아이들 선물용으로 많이 나가고, 주부들은 콘치즈나 팥 고로케를 즐겨 찾습니다.”

블로그, SNS의 힘

요가그가는 도로가에 있지 않아 여간해서는 찾기 어려운 위치다.

그래서인지 지나가다 알게 된 손님보다 인터넷이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경남대 앞에 있긴 하지만 골목에 있다 보니 우리 가게를 아는 경남대생은 아직 1%도 안 된다고 봐요. 오히려 SNS나 블로그를 보고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이 많은 편입니다.”

우선 경남대 정문 오른편 도로가에 있는 노란색 간판의 복사집 ‘학우사’를 찾자. 그 길을 따라 주황색 간판의 ‘진주눈물나는 떡볶이’ 분식점까지 발걸음을 옮기면, 오른쪽 틈새 골목에 갈색 벽돌의 3층짜리 건물이 보인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1층에서 ‘요가그가’를 발견할 수 있다. 두 개의 유리문을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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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연 기자

재고를 남기지 않는 요가그가의 마지막 고로케 손님은 마산합포구 산호동에 있는 한 아동보호시설 아이들이다.

손님이 너무 늘어도 걱정이라는 한성옥 주장장은 “다 팔려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손님이나 오후 5시에 다시 찾는 손님께는 늘 죄송하다”고 말했다.

단 1개 고로케도 예약 가능하니, 멀리서 찾는 이라면 미리 전화로 주문하고 찾으러 가길 권한다.

<메뉴 및 위치>
◇메뉴 : △감자·야채·카레·계란·치즈·팥 고로케 1800원 △콘치즈·불고기·피자·매운참치 고로케 2000원 △망고·키위·딸기 스무디 2000원 △한국커피 1000원 △미국커피 1200원
◇위치 :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북2길 6-1(월영동)
◇전화 : 010-8905-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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