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에는 갯내 가득한 바다보물이 수두룩…

이상하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모르겠다.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조금 굵은 실 같은 게 가는 줄기인지, 뿌리인지 대야에 한 가득인데 지나가다 걸음을 다시 뒤로 하고 들여다봤다.

“와? 살 끼라요?”

“그게 아이고, 아지매 이기 머시라예? 처음 보는 긴데예.”

“서…0. 그기 3000원이라요.”

“옛? 서…머라꼬예?”

“서시일.”

아지매의 대답은 간단했지만 알아듣기 힘들었다. 몇 차례 물었더니 더 이상 대답하기 싫었던지 되려 묻는다.

“요 사람 아인가보네. 오데서 왔노예?”

“아, 진주서 왔는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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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실. 거제 앞바다에서 마이 나는 기라요. 요기 사람들은 부드럽고 먹기 좋아 잘 해묵는긴데. 톳나물처럼 끓는 물에 살째기 데쳐가꼬 찬물에다 매매 씻어 초무침으로 새콤달콤 묵어도 되고 된장에 무쳐 묵어도 좋다아이가. 요서는 회 묵을 때도 같이 묵는다아이요.”

겨울이 끝날 때 가장 번식을 잘 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이곳 거제 아지매들은 바다 나물인 이걸 따러 간다. 함초보다는 가늘고 색이 푸르딩딩하니 흐리고 매생이보다는 굵다. 바닷가 바위에 붙어사는 이것, 서실!

노점 좌판에 진열해놓은 것, 이게 뭐더라. 긴가민가 싶어 다시 들여다 본다.

“아지매, 이기 함초라예.”

“하모. 그기 요새 사람들이 마이 찾는 함초라요. 산삼, 녹용보다 좋다쿠데.”

“서해안에서 마이 난다하더만. 요서도 납니꺼?”

“요는 안 나지. 그기서 배로 가지고 온 기제.”

함초는 짤 함(鹹) 풀 초(草)라 하여 경상도 식으로 말하자면 ‘짜븐 풀’이다. 우리말로는 퉁퉁하고 마디가 튀어나온 풀이라 하여 ‘퉁퉁마디’라고도 한다. 

최근들어 함초가 ‘뜨는’ 것은 약초로서 놀라운 효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식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다량의 미네랄이 들어 있다 한다. 해조류 중 철분, 칼슘, 칼륨, 요오드 등이 가장 많다. 채취 시기에 따라 효과가 다른 것이 특징이다. 4~5월 연한 것은 신장 방광 불임증 생리통에 효력이 있고, 늦은 봄에 것은 간염 간경화 지방간에 효과가 있고, 한여름 것은 위염 위궤양 장염 장무력증 소화기 계통에 효과가 있다. 또 가을철 것은 심장에 열을 내리고 협심증 고혈압 심근경색에 효과가 있고 겨울철 것은 폐열 폐렴 기관지 기침 천식 폐결핵 등 질병에 효과가 있다 한다. 아지매가 산삼, 녹용보다 좋다는 이것, 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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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기 오징어라예?”

설마 꼴뚜기일까 싶었다.

“아이다. 꼴뚜기다. 그기 올매나 깨끄티 말린 건데.”

오징어 보다는 훨씬 작으나 내가 몇 번 보았던 꼴뚜기보다는 컸다. 물론 그래봤자 아이들 손가락 크기만 했다. 

중학시절 한 친구는 꼴뚜기볶음은 더러 도시락 반찬으로 가져왔다. 그 친구는 도시락 뚜껑을 열 때마다 창피해 했지만 설탕 진간장에 졸여 쫄깃하게 씹히는 그것은 제법 먹을 만했다. 그게 꼴뚜기인줄은 훨씬 뒤에 알았다. 그땐 그저 ‘새끼 오징어’라 여겼다.

많은 사람들이 다들 나처럼 꼴뚜기라 하면 작은 오징어 또는 오징어 새끼라 생각한다. 그러나 오징어와 꼴뚜기는 같은 것 같기도 하면서 다르다 한다. 하지만 모양이 너무 유사하여 일반인들은 쉽게 구별할 수 없다고.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 ‘장마다 꼴뚜기 날까’ 등 온갖 속담을 낳은 장본인, 꼴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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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나는 귀한 나도 있다’

쇠비름 5000원’

보자기를 깔고 한 무더기 쌓아두었다. 

“아지매, 이거도 먹어예? 쓸모없다꼬 다 뽑아버리더만.”

“아이다, 무신 소리고. 요기 요새 올매나 좋다하는 긴데. 옛날에 우리 자랄 때는 묵을 끼 없어가꼬 마이 데쳐묵었다아이가. 그러다가 좋은 기 마이 나오니 안 묵더만 요새 건강에 좋다쿠니까 너도나도 찾는다아이가.”

아지매는 펄쩍 뛰며 숨도 안 쉬고 이야기를 줄줄이 엮어내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쇠비름은 꾸준히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여 장명채(長命菜)라고도 불리고 민간에서는 돼지풀·도둑풀·말비름이라고도 불렸다. 요즘은 샐러드에 쓰기도 하지만 예전부터 주로 끓는 물에 데쳐서 된장 무침으로 많이 먹었다. 더러는 데친 것을 말려 겨울에 먹기도 했다.

“데쳐 묵으면 좀 미끄덩미끄덩해. 우리는 잘 넘어가서 좋더만 어떤 사람들은 못 묵데. 안 즐기는 사람은 안 즐겨. 그래도 몸에 좋다쿠니까 요새 참 마이 찾는다아이요.”

밥상 위로 다시 뜨고 있는, 쇠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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