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신문의 독자친화전략] (1) 독자의 관심사 파악이 관건

프랑스는 국가 차원에서 인쇄 매체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며, 지역신문이 특히 지역주민의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나라입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 6월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간 우선지원대상 신문사를 대상으로 '프랑스 지역신문 디플로마'를 진행했고, 여기에 김주완 기자(출판미디어국장)가 동행한 바 있습니다. 공공 목적으로 이뤄진 연수였던 만큼 그 결과를 동종업계 및 독자와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프랑스 언론시장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정기구독자에게 배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가판대나 매점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1면은 기사 대신 큼직한 사진과 제목만으로 꾸며진다. 1면 전체가 아예 인덱스인 셈이다. 가판대에서 독자의 눈길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이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가정독자가 많은 독일은 예외)의 거의 모든 신문이 그렇다. 1면에 비중 있는 기사 전문이 다 들어가는 우리나라 신문이 인덱스 중심으로 제작되는 유럽 신문의 비주얼을 그대로 따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르몽드>와 <르피가로> 등 전국지를 제치고 지역일간지 <우에스트 프랑스>가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한다. <르파리지앵>이라는 지역일간지는 전국일간지를 자매지로 발행한다. 한 신문사가 수십 가지 지역별 주간신문을 발행하고, 분야별 잡지, 무료 잡지 등을 함께 펴내기도 한다.

이 역시 신문사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수천 개의 가판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이들 가판대는 프랑스 정부의 지원도 받고 있다. 우리처럼 정기구독자 외에 따로 판매처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주일간 둘러본 프랑스 지역신문에서 나름 배울 점도 적지 않았다. 독자의 관심을 파악하고, 독자에게 밀착하며, 철저히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기사 작성, 그리고 특화된 콘텐츠를 발굴해 잡지와 단행본으로 연결하는 전략, 전문분야 기자와 지역 파견기자의 협력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프랑스 신문의 1면은 가판대에서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제목과 사진만으로 제작된다./김주완 기자

프랑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신문 독자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 뉴스의 전달 수단이 바뀌고 있는 영향이 크지만, 한국의 경우 신문저널리즘 자체의 근본적 문제도 중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바로 신뢰의 하락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한 저널리스트는 다른 문제를 끄집어냈다. 하루 78만 부를 판매하는 프랑스 최대 일간지이며 지역신문인 <우에스트 프랑스>의 프랑수아 사이비에르 르프랑 편집국장은 "원망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독자가 줄어드는 것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자기 지면을 되돌아봐야 한다. 결국은 콘텐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연 독자가 관심 있어 하는 유용한 정보를 싣고 있는지…. 독자의 관심은 바뀌었는데, 기자들은 여전히 관행적인 취재와 기사쓰기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봐야 한다. 타성에 젖은 신문 제작으로 독자의 기대와 요구에 신문사가 더 이상 부응할 수 없거나, 신문사들이 서로 비슷비슷한 기사를 내보냄으로써 독자들이 더 이상 놀라지 않고 흥미도 떨어지도록 만들지 않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그러면서 독자의 새로운 관심이 어디로 옮겨갔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사의 규모를 떠나 독자들에게 어떤 정보를 주고, 관심을 끌 것인가가 중요하다. 독자의 관심이 뭔지 신문이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신문의 미래가 달려 있다."

독자들의 관심을 파악하기 위해 이 신문사는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형식을 꾀하고 있다. 별도의 리서치 담당 파트가 직접 거리에서 신문을 구매하는 독자들을 만나 현안에 대한 생각을 묻고,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내용이 신문에 실리길 원하는지 질문한다.

기자들 역시 취재와 인터뷰, 기사를 작성할 때 '과연 이것이 구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묻도록 하고 있다. 기자들에게도 열려 있는 사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프랑스 최대 일간지 <우에스트 프랑스> 르프랑 편집 국장. 그는  "관행적인 취재와 기사쓰기에서 벗어나 독자의 관심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부터 파악해야 신문이 산다"고 말했다.

43만 부를 발행하는 파리의 지역신문 <르파리지앵>도 독자의 관심을 파악하기 위해 매달 독자와 만남 행사를 열고 있었다. 마케팅 부서에서 본사로 초청할 독자를 10명씩 선정하는데, 신문 판매 현장에서 독자를 섭외한다.

"독자와 만남 진행 방식은 해당 날짜의 신문을 펴 놓고 각 지면과 기사, 사진과 제목 등에 하나하나 의견을 묻는 식이다. 이것을 마케팅부 직원이 모두 녹음한다. 왜 이 사진이 여기 있느냐, 기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등 의견을 받아 모두에게 공유한다. 물론 매달 섭외하는 독자는 바뀐다."

프랑스 남서부 지역에서 30만 부를 판매하는 <수드 우에스트> 또한 독자의 관심을 파악하고 그걸 지면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 신문사에는 다른 곳에 없는 특별한 직책이 있다. 굳이 번역하자면 편집중재인(Mediateur)이라는 직책인데, 조직도 상에서는 편집국장보다 위에 위치해 있었다. 미국 언론의 옴부즈맨이나 우리나라의 고충처리인과 비슷한 것 같지만, 이 신문사의 중재인은 그보다 더 적극적이고 강력하며 종합적인 권한을 갖는다고 했다. 티에리 마놀(Thierry Magnol)이라는 분이 중재인을 맡고 있었는데, 그는 독자 및 공공영역과 신문사 간의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부서에도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지위로 신문사 강령을 만들고 준수 여부를 관리 감독하는 한편 독자의 관심을 편집국에 전달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독자 조사 기능도 담당하고 있는데 "가판대에서 만나는 독자들을 신문사로 초청해 신문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의견을 신문에 게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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