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치 고문 영입, 이례적으로 감독 권한 위임…구단, 정확한 선수·팀 분석 호평

경남 FC가 강등 탈출을 위해 '외국인 기술고문 영입'이라는 파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남은 지난달 천안 전지훈련 당시부터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출신의 브랑코 바비치(64) 기술고문을 영입해 팀에 합류시켰다.

구단 측은 기술고문 영입에 대해 "지난해와 같은 강등의 살얼음판을 다시 걷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6개월 계약한 바비치 고문의 공식 직함은 기술고문이지만, 감독의 권한을 대부분 위임받았다. 전지훈련 당시부터 휘슬을 잡고 전술 수립과 훈련, 선발 라인업 구성 등을 책임지고 있다.

경남이 기술고문을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년 경남 FC 감독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긴 조광래 감독은 당시 기술고문으로서 기술적·전략적 조언을 하며 김귀화 대행 체제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선수단 훈련이나 라인업 구성 등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조언자' 역할에 그쳤다.

구단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애초 5일 열린 수원전은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볼 예정이었지만 코칭스태프 등록을 서둘러 이차만 감독 옆에서 직접 관전하도록 배려했다.

조만간 바비치 고문의 요청에 따라 전력분석관도 영입할 계획이다.

호평의 근거는 선수단에 대한 명쾌한 진단이다. 지휘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은 물론 팀에 당장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고 구단 측은 전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휘슬을 잡은 지 10여 일 만에 전반기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면서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선수들도 바비치 고문의 훈련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차만 감독도 "이전부터 지도력을 알고 주목해왔던 인물이다. 터키리그에서 활동할 당시 경남처럼 투자가 부족한 팀을 맡아 정상에 올려놓은 경험이 있어 영입했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기술고문 영입이 전반기 2승밖에 거두지 못한 현 코칭스태프에 대한 '자체 징계'라는 분위기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이차만 감독을 보좌하며 선수단을 지휘했던 이흥실 수석코치는 최근 2군 감독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이 수석코치는 "기술고문이 사실상 1군 선수단의 훈련을 도맡으면서 당분간 2군 선수들과 훈련하기로 했다"면서 "보직 이동은 구단과 상의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경남이 강등권 바로 위인 11위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외국인 기술고문은 현실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선수단 구성부터 새판을 짜야 하는데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는 게 과연 맞냐는 지적이다.

안종복 경남 FC 대표는 "지난해 같은 악몽에서 벗어나려는 구단의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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