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진주 민간인 피학살자 위령제에 광주오월어머니회서 방문

"이러고 있으면 아무도 안도와준다. 목숨 걸고 해야 합니다."

5월 어머니회 회원들은 한국전쟁 전후 진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원들에게 자신들의 얘기를 들려주면서 서로 위로했다.

지난 20일 한국전쟁 전후 진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원들과 5월 광주민주항쟁 희생자들이 진주에서 만남의 장이 마련됐다.

'한국전쟁 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가 이날 진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64주기 제6회 합동위령제'를 지냈는데, 광주 (사)오월어머니집 회원 21명이 참석했다.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유족회'가 20일 진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한국전쟁전후 진주민간인 피학살자 64주기 제6회 합동위령제'를 마련하자 광주 (사)오월어머니집 회원 21명이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김종현 기자

오월어머니집은 5월 항쟁 때 목숨을 잃었거나 부상당한 아들·딸, 남편을 잃은 어머니들이 모여 오월의 공동체 정신을 이어가는 단체다.

오월어머니회가 지난 2007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족들을 초청하면서 교류사업은 시작됐다. 이들이 진주유족회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월어머니집 노영숙 사무총장은 "두 사건은 모두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아픈 역사이다. 우리는 30여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트라우마를 나름의 노력으로 치유를 했기 때문에 이제는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다른 분들에게 위로와 함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찾아왔다"면서 "다시는 이런 아픔이 없어야 하고, 역사의 아픈 교훈을 후세에게 물려주지 말자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위령제를 지낸 뒤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에 있는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임시안치소에 들러 참배하고 있다./김종현 기자

이날 진주유족회-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위령제가 끝난 뒤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에 있는 민간인학살 집단매장지 발굴 현장과 컨테이너 임시안치소를 참배했다.

컨테이너 앞에서 참배하고 나서 몇몇 회원은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 유골들을 보면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지팡이를 짚은 오월어머니회 한 회원은 "억울해서…좋은데 가서 자리 잡고 있어요. 언젠가는 가족을 만나겠죠"라며 유골을 보며 눈물을 지었다.

오월어머니회 한 회원은 진주유족회 회원 손을 잡고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위해 우리가 이러고 있을 수가 있느냐. 그전에는 몰랐는데 우리가 당해보니 그분들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를 알겠더라. 한번은 여수사건 유족들을 만나 나도 모르게 '여수반란 사건'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 사람들은 그 말만 들으면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유족에게 정말 미안했다. 유족들이 그 말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몰랐었다.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진주 유족회 회원도 "그나마 지금은 말이라도 하지 당시는 빨갱이 자식이라고 할까 봐 말도 못했다. 우리 가족끼리만 보도연맹 얘기를 친구에게도 안 했다. 그 아픔은 누구도 모른다"고 아픔을 털어놨다.

오월어머니회 회원들도 "한맘 한 뜻으로 억울함을 풀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했다. 저거(국가)들이 해주길 기다라면 안된다. 뭉치세요. 뭉치면 안되는 것이 없다. 위령탑도 만들고…. 산사람이 하세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하겠소. 여러분들이 해야 합니다. 너무 억울한 유골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프다" 며 한마디씩 했다.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에 있는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임시안치소에서 참배를 했고, 오월어머니회-진주유족회 회원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김종현 기자

노영숙 사무총장은 현장을 본 뒤 "이념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지금도 이념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통일을 하지 않으면 민족의 비극은 계속된다. 아픈 역사는 청산하고 빨리 통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병현 진주유족회 회장은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유해들이 아직도 전국 곳곳에 방치되고 있으며 진주도 수많은 이 나라의 국민들이 지하에서 잠들지 못하고 있다"며 "가해자인 국가는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당연히 지켜야 할 국가적 책무인 법적·정치적 책임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조차 지지 않으려고 하는 현실이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 억울한 넋들의 원혼을 달래는 위령사업은 여전히 숙제다"라고 밝혔다.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위령제를 지낸 뒤 진주시 명석면 용산고개에 있는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임시안치소 안을 둘러보고 있다./김종현 기자

한편 이들의 만남은 미술작품으로 만들어져 9월부터 열리는 광주 비엔날레에 전시된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조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한성훈 박사와 설치미술작가 임민욱 씨가 공동작업으로 미술품을 만들고 있다.

한성훈 박사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고 있다. 국가 폭력 문제와 관련해 좀 더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과 광주의 문제가 지역의 대상의 문제가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삶과 인권, 국가의 문제라는 면에서 큰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다. 임 작가와 함께 작품으로 승화시켜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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