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사는 세상] (13) '기자님'과 '기레기' 사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언론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한 듯하다.

진도 팽목항에선 특정 언론사 기자들이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취재제한을 당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공중파를 비롯한 주요 언론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또한 각종 인터넷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연일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는 소리가 높았다. 심지어 기자를 쓰레기에 빗대어 조어한 '기레기(기자+쓰레기)'란 표현이 널리 쓰이기까지 했다.

'기레기'는 기사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어뷰징'기사가 범람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흔히 말하는 '낚시성'기사가 그 원인인데 기사 내용과 관계없는 제목을 달거나 본질과 관계없는 자극적인 내용의 기사에 대한 비판이 담긴 단어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기자 입장에선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쓰레기와 동급이라 표현할 정도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직업이라도 이 정도의 비난을 받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자괴감에 한숨을 쉬며 소주잔을 기울인 이들도 있었고, 심지어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발표한 언론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재밌는 사실은 일선 기자들이 출입처에서 받는 대접은 이와는 큰 차이가 있다. 출입처에선 언제나 '기레기'가 아니라 '기자님'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기자와 취재원이라는 특수 관계와 기명성과 익명성이라는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기자님'과 '기레기'는 참으로 먼 단어다.

물론 과거에도 기자들은 곧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들은 언제나 건방지고 권위적인 어떤 대상이었다. 촌지가 난무했고, 기자실엔 언제나 화투짝이 나뒹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날처럼 기자들이 욕먹은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당시 기자는 뉴스를 독점한 '계급'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뉴스가 기자와 언론사를 통해 유통됐기 때문에 누구라도 기자를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과 기업인은 물론이고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말하자면 '찍히면 죽는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언론사와 기자가 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독점하던 시절은 끝난 지 오래다. 때문에 실은 '기레기'는 없던 것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뉴스의 독점이 깨진 자리에서 언론의 속살이 드러난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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