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손현영(29)·박송화(29) 부부

남녀 동창 간 종종 부부 연을 맺기도 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기에 아무래도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많을 것이다. 그 속에서 "그때 그게 너였어?"라고 놀라며 '인연의 끈'을 엮어보기도 할 것이다. 이 부부가 그러하다.

손현영·박송화(김해시 장유동) 부부는 29살 동갑내기다. 고등학교만 제외하고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같은 곳을 다녔다. 하지만 서로를 제대로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초등학교·중학교 때는 같은 반을 한 적이 없기에 얼굴만 아는 정도였어요. 대학 들어가서 초등학교 모임을 통해 조금 알게 됐지만, 그때도 서로 연락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이 모임은 졸업 후에도 이어졌는데, 그때야 둘은 가까워졌다.

   

현영 씨가 막 스마트폰을 사면서 둘은 '스마트폰 메신저'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둘만 만나는 시간으로 연결됐다. 평소 송화 씨는 이른 시간에 귀가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현영 씨를 만나 밥 먹고, 차 마시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런 자신에게 놀랐고, 친구 아닌 이성의 감정이 있다는 것을 머리로 느꼈다.

그리고 송화 씨는 회사에서 꽃배달 선물을 받았다. 회사 내에서는 소문이 눈덩이처럼 퍼져 '언제 결혼하느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렇게 둘은 연애를 시작했다.

둘은 데이트를 나누며 옛 시간을 자주 더듬어 보았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여기저기 연결점들이 있었다. 그때까지는 초·중학교만 같이 다닌 줄 알았는데, 유치원도 동창이었다. 어린이 YMCA 교실에서 수영 강습을 함께 받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어느 날이었다. 송화 씨 머릿속에 한 장면이 스쳐 흘렀다.

"중학교 때 제가 전교 부회장 선거에 출마했어요. 한 남자아이와 여자인 제가 붙은 거죠. 그 나이 때는 그렇듯, 선거구도가 남자·여자 편으로 갈렸죠. 어느 날 저를 지지하는 여자아이들이 펼침막을 만들어 내걸었어요. 그런데 한 남자아이가 내가 보는 앞에서 그 펼침막을 찢어버리는 거예요. 황당해서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나' 싶었죠. 세월이 흘러 연애 시작한 지 1년쯤 지나 문득 그 기억이 떠올랐어요. 이래저래 상황을 종합해 보니 그 황당한 남자애가 남편이었던 거예요. 남편한테 그 이야기를 꺼내니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기억이 잘 안 난다'며 얼버무리더군요."

둘 연애기간은 2년 6개월가량이었다. 송화 씨는 남자의 한결같음에 마음이 든든했다. 현영 씨는 창원 집에서 양산 직장까지 출퇴근했다. 그래서 매일 아침 5시면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평일 저녁에 데이트하고 집에 들어가면 밤 12시 넘는 건 다반사였다. 하루 5시간도 채 못 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송화 씨 앞에서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연애 초부터 내내 그러했다.

   

그래서였을까? 프러포즈는 송화 씨가 했다. "사실 우리는 별다른 프러포즈 이벤트는 하지 않았어요. 제가 끼려고 1만 원짜리 반지를 샀는데, 차에서 남편 새끼손가락에 끼워주면서 결혼 이야기를 가볍게 한 것 정도? 다른 여자들은 프러포즈에 대한 환상이 있다지만, 사실 저는 받지 않았다고 해서 결혼생활에 방해되는 것도 아니기에 뭐…."

둘은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후 어딜 가든 항상 붙어 다닌다. 뱃속 7개월 된 아이까지 함께 셋이서 말이다.

둘은 초등학교 동창이지만, 학창시절 서로 잘 안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성 관계로 가는 과정에서 '친구'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부부가 된 지금, 공유할 수 있는 옛 기억은 어느 커플보다 풍부하다. 둘은 '이런 관계와 인연…. 참 괜찮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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