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탄압 뉴 트렌드 '소송'…서류작성·시간끌기에 피로 상승으로 '재갈물리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부산일보> 정상섭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데 이어 <한겨레> 최상원 기자에게 제기한 소송도 패소했다.

한편 서울남부지방법원(부장판사 박정수)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 등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27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방송의 공정성을 두고 2010년 이후 노사간 대립이 계속돼왔고, 2012년 1월 10일경 사측이 기자회장을 해고해 사용자는 노조가 충분히 파업을 할 수 있었다고 예측 가능했다"며 "객관적·합리적 예측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파업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위력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불법파업에 따른 업무방해 △출입문 봉쇄로 인한 회사 업무 방해 △불법벽보 유성페인트칠 등 재물손괴 △ 대표이사 법인카드 내역 비밀 누설 등으로 정영하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3년, 전 집행부 4인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대법원은 CBS시사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우석훈·선대인 편(2012년 5월 16일)에 내린 법정제재 '주의' 의결을 취소하라고 지난 16일 결정했다. 방통심의위는 당시 방송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며 '공정성', '객관성' 위반으로 재허가 시 감점대상인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한 바 있다.

   

이처럼 언론(언론인)에 대한 소송이 줄줄이 '무효화'하는 중에도 유사한 소송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조문이 연출됐다고 보도한 CBS 노컷뉴스에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CBS는 지난달 30일 "조문 연출 의혹에 등장하는 여성 노인이 실제로 청와대 측이 섭외한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인제대 김창룡 교수는 미디어오늘 칼럼에서 "법리적으로 무리한 소송이라는 논란에 휘말릴 것이다. 즉 보도로 인해 직접적 피해를 본 피해자가 직접 소송을 해야 하는 '피해자 특정'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하며 "언론사에 대해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법적 조치를 감행한다는 것은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신호탄으로 읽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해 10월엔 '불통(不通) 청와대, 진영 파문 불렀다' 제하의 국민일보 10월 4일 자 기사에 정정보도 및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MBC도 최근 MBC 해직기자인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를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MBC가 언론이기를 포기한 노골적인 왜곡 보도로 대통령을 옹위하고 있다"는 지난 8일 고발뉴스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이상호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MBC에 훼손될 명예가 무엇이 남아 있는지 성실하게 짚어드리겠다"고 대응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도 바쁘게 움직였다. 지난달 3일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선 JTBC 2월 18일 <뉴스큐브6>이 국정원 간첩 조작사건의 피의자인 유우성 씨를 출연시켜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앞서 JTBC <뉴스9>는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사태를 다뤘다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JTBC는 KBS·MBC·SBS를 제치고 '가장 신뢰받는 방송사' 1위를 기록하며 방통심의위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리서치뷰의 21일 방송사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7.9%가 JTBC를 가장 신뢰한다고 답했다. 방통심의위의 판단은 시민들의 그것과 차이가 컸다.

이처럼 주요 언론에 대한 소송과 징계가 번번이 헛발질로 끝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남발하는 까닭은 뭘까? 이는 흔히 '전략적봉쇄소송'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 전략적 봉쇄소송이란 추가적인 비판기사를 사전에 막기 위한 소송을 말한다.

실제 이를 이용해 재미를 보는 경우는 허다하다. 앞서 홍준표 도지사와 <부산일보> 간의 소송도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1심 판결이 나기까지 1년 가까이 걸렸다. 또한 홍 지사 측에서 항소와 상고를 통해 재판을 끈다면 언론사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해당 기자도 관련 취재에 심리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부산일보>와 함께 소송을 당한 <한겨레>의 최상원 기자도 얼마 전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런 고충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소송 자체가 큰 부담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소송관련 서류작성과 대응 등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홍 지사 측의 일정으로 소송이 미뤄지는 이유로 피로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다 해고된 YTN의 6명은 200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복직 판결이 난다고 하더라도 무려 6년 가까이 현직에서 떠나 해고자로 산 것이 된다. 재판의 승패와 관계없이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언론인에 대한 소송과 징계는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위해서도 남발해서 안 된다. 언론 본연의 기능을 위축시키면서까지 지켜야 할 국가의 명예는 없다. 광역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비판적인 보도를 막기 위해 소송을 남발한다면 신종 언론탄압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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