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재료 똑같이 써도 우리집 육수맛 안나와"

함양읍에 자리한 병곡식당은 50년 넘은 순대·돼지국밥집이다. 몇 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찾으면서 더욱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함양 흑돼지 취재를 위해 들렀던 적이 있다. 그때 병곡식당 김정애(51) 사장은 물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했다. 8개월 만에 그를 다시 찾았다.

"우리 집 손님 가운데 울산 분이 계셨어요. 그 맛에 반해 울산에서 체인 형태로 가게를 열게 됐죠. 재료는 우리 쓰는 걸 그대로 가져다 썼어요. 그런데 그곳에서는 여기 육수 맛이 안 나는 거예요. 눈으로 보기에는 차이가 없고, 오히려 더 진한 맛이 있는데, 입에 딱딱 달라붙는 고소한 맛이 없었어요. 소주 광고 같은 걸 보면 '소주 맛을 좌우하는 건 물'이라고도 하는데, 그때 물이 중요하다는 걸 경험한 거죠. 그 집은 결국 5년 하다 문을 닫았습니다. 그 사장님이 지금도 우리 집을 찾는데요, 자기네도 여기만큼 맛이 안 나서 처음에는 오해했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와는 다른 재료를 주는 것으로 생각했던 거죠."

김정애 씨도 울산에서 생활하다 어머니 손맛을 이어가기 위해 함양에 왔다. 그런데 이곳에 온 이후 가족들은 몸의 변화를 느낀다고 한다.

   

"함양이 옛날 조상님들 유배지일 정도로 깊은 곳이잖아요.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입니다. 제 딸이 울산에서 지낼 때 인터넷방송 같은 걸 해서 늘 목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방송 3시간을 해도 목 잠길 일이 없어요. 자고 일어나면 몸이 늘 개운하다고 해요. 우리 아저씨도 울산 있을 때는 기관지가 안 좋아 가래가 끓었는데, 여기 와서 편해졌다고 해요. 물·공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는 재료는 함양흑돼지, 물은 지하수를 주로 쓴다고 한다.

"저는 고기도 함양 흑돼지만 사용해요. 여기 물과 공기를 먹고 자란 것이라 확실히 맛이 좋죠. 전북 장수에서 물건이 들어오면 안 받아요. 사골국 끓이기 전에는 핏물을 빼야 하는데, 그냥 하는 게 아니고 흐르는 물에 계속 담가둬요. 어른들은 왜 물을 그리 소비하느냐고 뭐라 하는데, 핏물 고여 있을 틈을 안 주기 위해 그렇게 하는 거죠. 그러니 물 안 좋으면 육수 맛은 금방 달라지게 돼 있어요. 육수 낼 때 상수도도 쓰지만 될 수 있으면 지하수를 쓰고 있어요. 사실 우리나라 수돗물은 인체에 유해한 건 없는데 냄새 때문에 좀 꺼리는 거죠. 따지고 보면 수질 검사를 하지 않는 지하수가 문제 될 소지가 더 크죠. 하지만 지하수가 육수 맛 내기에 좀 나은 것 같아요. 우리는 공인업체를 통해 지하수도 매년 검사하고 있습니다. 찜찜하면 손님에게 음식을 내놓지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손님 맛보기 전에 제가 먼저 먹어야 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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