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횟집 운영 경험으로 싱싱한 재료구하기 달인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몸이 적응하느라 으스스해져 온다. 여기에 피로감이 더해지면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이럴 땐 영양 넘치는 맛있는 음식만 먹어도 몸이 개운해진다. 육고기 보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이들이 쉽게 떠올리는 메뉴 해물탕. 11가지 해산물 재료가 들어간 해물철판탕을 먹을 수 있는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에 있는 ‘해물농장’을 찾았다. “싱싱한 재료로 주민들의 입맛을 단박에 사로잡아버렸다”는 소문의 주인공, 해물농장 양성근(50) 사장을 찾았다.

해물탕에 양념장 넣지 않는 철칙

“재료 자체가 고유의 맛을 가지고 있는데 양념장을 풀어 버리면 맛을 버리죠. 해물이라는 싱싱한 재료를 깨끗하게 손질해 물만 붓고 잘 삶으면 해물탕이 되는 거죠.”

양성근 사장이 만든 해물탕 국물은 맑다. 해물농장에선 붉은 양념장을 따로 풀지 않는다.

/김구연 기자

홍합·바지락·참가리비·왕가리비·굴·키조개·오징어·꽃게·대하·문어·전복 11가지 해물을 있는 그대로 맛볼 수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가족 손님에겐 땡초(청양고추)를 넣지 않고 소금 간만 적당히 해서 상에 올립니다. 반면 직장 동료나 친구들끼리 술을 마시러 오면 땡초를 넣는 대신 소금간은 하지 않지요.”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족 손님은 해물철판탕을 먹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싱거울 수 있어 소금 간을 적당히 한다. 술을 마시는 손님은 상대적으로 해산물을 불 위에 오래 두고 먹기 때문에 국물이 적당히 졸여지는 탓에 소금 간은 하지 않고 땡초로 얼큰한 맛을 낸다.

“주방에서 센 불에 초벌로 재료 양에 따라 10분에서 15분 정도 익혀서 손님 상에 냅니다. 문어가 익었다 싶으면 내놓는 거죠. 아내가 손님 상에 올려진 해물철판탕 앞에서 적정하게 익은 문어를 먹기 좋게 가위로 잘라드리죠.”

양성근 사장은 주방을 맡고 있지만 손님들을 대하는 일은 전적으로 아내 이옥수(46) 씨 몫이다.

오래 익히면 질겨진다고 하기에 문어부터 한 입 먹었다. 부드럽게 씹히는 문어에 자꾸만 손이 갔다. 가오리무침이며, 미역, 김치 등 여러 반찬이 상에 오르지만 전복, 굴, 가리비 등을 먹느라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질문도 잊은 채 익은 조갯살을 입안으로 가져가기 바빴다.

싱싱한 재료를 구하는 부지런함

“부지런하지 않으면 좋은 재료를 구할 수가 없어요. 잠수기 중매인을 여럿 알고 있는 게 중요하죠. 싱싱한 재료를 즉각 공급받을 수 있는 힘이라고 할까요.”

/김구연 기자

해물농장의 싱싱한 해산물 재료는 마산어시장과 통영에서 들여온다. 굴·가리비·문어는 통영에서 배달해 오고, 나머지 해산물은 매일 새벽 5시에 양성근 사장이 마산어시장에서 사온다.

“지난 2012년 12월 해물농장을 열기 전에 창원 성산구 대동아파트 근처에서 ‘오륙도횟집’을 한 20년 정도 했죠.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횟집을 정리했지만, 좀이 쑤셔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또 장사를 시작했죠.”

양성근 씨는 다시 일을 찾아 나선 끝에 해물농장을 열었다. 그가 싱싱한 재료를 구입하는 비결은 20년 정도 횟집을 운영한 경험이 한몫했다.

“주메뉴가 나오기 전에 손님들 입맛을 돋우려고 회를 조금씩 맛보도록 우럭·밀치·돔 등을 철별로 내고 있어요.
회 뜨는 솜씨를 살려 손님이 해물철판탕을 기다리는 동안 활어회를 몇 점이라도 맛볼 수 있도록 내놓는 게 이 집의 특징이다.
“회 맛을 아는 손님들은 대번에 물어보죠. 저한테 횟집도 했냐고 물어오는 손님도 있다니까요. 횟집을 정리했기 때문에 손님들한테 떠들고 다니지는 않지만, 알고 물어보면 주택가에서 횟집을 오래 운영했다고 얘기하죠.”

해물탕을 먹으러 갔다 에피타이저로 맛보는 회 맛은 별미이자 주인장이 내놓는 선물이다.

/김구연 기자

양성근 사장은 요즘 손님들은 보통이 아니라 재료가 어설프면 찾지를 않는다고 했다.

“냉동을 쓰는 집인지 아닌지는 이웃하는 손님들이 대번에 알아요. 특히 우리 같이 동네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더 신경 써야 해요. 번화가에는 한 번 먹고 지나치는 손님이 많지만, 손님들이 다 이웃들인데 금방 소문이 나죠.”

부부는 한목소리로 “동네 장사가 더 어려운 법”이라고 했다. 번화가나 역, 터미널 주변은 일명 ‘뜨내기 손님’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님의 질타를 적게 받는다. 손님의 지적이 적을수록, ‘스치듯 안녕’이면 그만이니 정성은 반감되기 마련이다.

“생물. 살아있는 물건으로 음식 장사하는 사람은 첫째도 부지런해야 하고, 둘째도 부지런해야 합니다.”

횟집을 오래하긴 했지만 양 사장은 절대 자만하지 않는다.

“생선 다루는 것과 조개 다루는 것은 또 다르죠. 조개류는 해감을 잘해야 독소를 없애요. 다행히 날생선 회와 달리 익혀 먹는 음식이라 탈이 덜 나지만, 조심하고 또 조심하죠.”

값을 제대로 치르려는 손님

“우리 가게가 메뉴판에 적힌 가격만 보면 손님 입장에서 좀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값을 낮출 수는 없어요. 가게를 찾고 안 찾고는 손님 판단에 맡겨야죠. 대신 값에 걸맞게 음식을 내는 게 요리사인 제가 할 일이고요. 해물철판탕 가격이 높지만, 실한 재료에 맞는 값을 치르려는 손님들이 오고 있다고 봐요.”

/김구연 기자

음식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싼 값에 좋은 음식을 먹겠다는 건 고약한 심보일 수도 있겠다. 비싼 돈을 지불했는데도 오래된 재료에 화학조미료가 듬뿍 담긴 요리를 내놓는 가게라면 문제겠지만, 좋은 재료로 맛을 내는 집에는 그에 걸맞은 값을 지불하는 게 마땅한 일이라 여겨진다.

“방사능 오염, 얼마 전에는 기름 유출 사고가 뉴스에 나면서 한 동안 손님이 뜸하기도 했어요. 손님이 뜸한 것도 문제지만 조개류가 생각보다 가격 변동이 심해요. 한 망에 3만 원 하던 것도 비바람이 한번 치고 나면 6만 원 두 배로 오르고 막 그래요.”

해물철판탕은 2인을 기준으로 소박상 3만 5000원과 4만 원, 3인 행복상 5만 원·6만 원, 4인 대박상 7만 원·8만 원으로 나뉜다. 3명이 모두 해산물을 좋아하고 푸짐하게 먹고 싶다면 6만 원짜리 행복상을 시키면 적당할 듯하다. 문어는 5만 원짜리 행복상 이상 메뉴에만 나온다.

“문어는 행복상 부터 나온다고 꼭 써주셔야 합니다. 문어 때문에 곤혹을 치른 적이 있어요. 손님 중에 우리 가게를 찾았다가 해물탕에 문어가 없는데 거짓말했다는 식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렸어요. 우리 부부는 그것도 모르고 있다가 딸아이가 어느 날 큰일 났다며 전화가 왔어요. 딸이 어느 날 인터넷을 하다가 ‘해물농장’이라고 쳤는데, 아까 말한 우리 가게가 거짓말했다고 손님이 쓴 글을 본거죠.”

알고 봤더니 거짓말 했다고 글을 올린 손님은 해물철판탕 소박상을 먹고 갔다. 소박상에는 문어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 손님이 본 인터넷 사진은 또 다른 어느 손님이 먹고 올린 대박상 메뉴였다. 딸이 댓글을 달면서 오해는 풀렸다.

“설명을 붙여놓지 않은 우리 잘못이었죠. 그래도 딸이 봐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요. 소박상을 먹은 그 손님이 우리한테 문어가 안 보인다고 한 마디만 물었어도 대답을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더라고요.”

2인이 먹는 소박상 3만 5000원 짜리 또는 4만 원 짜리 차림에 나머지 해산물이 나온 정도를 보면 알 텐데, 거기다 문어까지 한 마리 올라 있기를 기대한 손님은 과했다 싶다.

/김구연 기자

이들 부부에게 손님을 대하는 게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지만 표정만큼은 여느 식당보다 환해보였다. 양성근 씨의 부지런함에 더해 아내 이옥수 씨의 서글서글한 친절함이 더해진다.

“해물을 좋아하는 손님들은 해물철판탕 하는 집만 골라 다니죠. 이 집 저 집 다녀 봐도 우리 집이 제일 맛있다는 소리에 힘든 것도 다 날아가요.”

<메뉴 및 위치>

◇메뉴: △해물철판탕 3만 5000원~8만 원 △해물모듬구이 소 3만 5000원·중 4만 5000원·대 5만 5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연중무휴).

◇위치: 창원시 의창구 태복산로 11번길 36(도계동).

◇전화 055-276-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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