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 패밀리 레스토랑은 외식업계 새바람을 불고 왔다. ‘서양식 고급 요리’로 인식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T.G.I.프라이데이즈, 마르쉐, 베니건스 등을 주말에 가족과 혹은 연인과 다녀온 뒤면 늘 화제로 삼곤 했다.

당시 차별화, 고급화를 지향한 패밀리 레스토랑이란 이름의 체인점은 전국적으로 확산돼 중산층에게 큰 인기였다.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1세대 중 한 곳인 ‘마르쉐’는 지난해(2103년) 5월, 한국 진출 17년 만에 영업 부진으로 문을 닫았다. 베니건스와 T.G.I.프라이데이즈 역시 전국 매장 수가 현저히 줄었다. 여전히 패밀리 레스토랑이 성업을 이루고 있지만 소비자 인식과 메뉴, 형태는 변하고 있다.

경남 도내에도 패밀리 레스토랑이라고 칭할 수 있는 곳은 100여 곳이다. 창원, 김해, 거제 지역에 집중된 모습이다.

명확한 정의 없는 ‘패밀리 레스토랑’

1994년 월간 <호텔 레스토랑>에 따르면 “Khan, Mahmood A(1991)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패스트푸드와 같은 빠른 서비스는 필요치 않으면서 가격은 저렴하고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들에게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으로 정의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레스토랑을 ‘패밀리 레스토랑’이라고 지칭하는지 학자와 연구기관의 개념 정리가 명확하지 않아 모호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픽 서동진 기자

(사)한국외식업중앙회 경상남도지회(이하 외식업 경남지회)는 양식 중 가족 단위로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패밀리 레스토랑을 정의했다. 외식업 경남지회에서 제공한 현황을 토대로 패밀리 레스토랑이라고 칭하는 전국체인점(빕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베니건스, T.G.I.프라이데이즈, 애슐리, 매드포갈릭, 엘레나가든, 원웨이, 서가앤쿡, 비스트로 허디거디, 스테이크팩토리, 봉대박스파게티, 블랙스미스, 불고기브라더스, 카페레몬테이블, 토마토아저씨, 세븐스프링스, 올리애)을 경남지역 중심으로 조사했다.

체인점은 해당 홈페이지에 등록된 가맹점을 기준으로 삼고,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외식업 경남지회에서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했다. 조사 결과 경남 도내에는 총 100개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영업하고 있다.

외식업 경남지회는 “우리는 음주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업체만 관리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라고 칭할지라도 음주행위가 허용되지 않는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된 곳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지역만 52개, 체인 가맹점 78곳 차지

도내에 있는 전국 체인점 패밀리 레스토랑은 78개, 비체인점은 22개다. 체인점 패밀리 레스토랑 중 도내에 가맹점 수가 많은 브랜드는 ‘서가앤쿡’(12개), ‘토마토아저씨’(11개) 순이다.

지역은 18개 시·군 모두 있지 않고 창원시, 김해시, 거제시, 진주시, 양산시, 통영시, 사천시, 밀양시, 함안군, 거창군 10곳만 해당한다.

창원시 지역에 52개로 절반 이상 집중돼 있다. 성산구 14개, 의창구 3개, 마산합포구 10개, 마산회원구 17개, 진해구 8개다. 성산구는 용호동 ‘토마토 아저씨’ 한 곳을 빼고 상남·중앙동에 모두 위치한다. 마산회원구는 합성동에 10개, 진해구는 석동에 4개로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18개 있는 김해시는 애슐리 2개, 블랙스미스 2개, 서가앤쿡 2개, 비스트로 허디거디 2개, 토마토아저씨 3개 등 같은 체인점이 2개 이상인 곳이 많고 최근 인기를 얻는 브랜드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김해지역의 상권이 내동 홈플러스와 장유의 롯데마트 인근으로 양분돼 나타난 현상으로 읽힌다.

11개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는 거제는 고현·옥포동에 집중돼 있다. 그 외 진주시 8개, 양산시 5개, 통영시 2개, 사천시·밀양시·함안군·거창군이 각 1개로 파악된다.

김상덕 경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나, 젊은 연인들이 분위기를 추구하며 찾는 곳이기 때문에 도심이나 인구가 많은 지역, 외부 인구 유입이 많은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과포화·1인 가구로 수익성 한계

외식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처음엔 차별화를 추구하며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던 소비자도 더 이상 새롭게 인식하지 않는 상황이 왔다.

/그래픽 서동진 기자

유사한 인테리어와 메뉴로 이름만 다른 체인점이 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김상덕 교수는 “상권 범위는 한정돼 있는데 여러 개의 유사한 경쟁업체가 들어와 있는 상태로, 개별 사업체로 볼 때는 현재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가족 단위가 아닌 1~2인 가구 급증도 패밀리 레스토랑 성장세 둔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웰빙 열풍과 맞물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샐러드 바 형태의 레스토랑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애슐리와 세븐스프링스, 빕스 등이 이러한 변화를 통해 지점 수를 늘리고 있다.

토마토, 레몬 등 특정 음식을 앞세워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현 소비자들 요구에 호응하기도 한다. 베니건스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역시 파격적인 저가 런치 메뉴와 주류 판매를 늘리는 등 다양한 방면의 자구책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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